▶ 산행가이드 Rabbit Peak (6,440’) (상)
마침내 Rabbit Peak정상에 올라서는 등산인들.
노을이 진 뒤의 Clark Dry Lake 일부의 풍경.
오르다가 뒤로 돌아본 Villager Peak과 Rosa Point.
우리 남가주 일원의 비교적 잘 알려진 등산코스중에서 필자의 주관적인 안목으로 매우 힘이 든다고 할 수 있을 10개를 대략적인 산행거리순으로 꼽아본다.
Iron Mountain #1: Round Trip 14 Miles,
Elevation Gain 7200’, 10 Hours
San Antonio Ridge Traverse: Oneway 16 Miles,
Gain 10200’, 14 Hours
Triplet Rocks: Round Trip 17 Miles,
Gain 6700’, 20 Hours
Desert Divide 9 Peaks: Oneway 22 Miles,
Gain 9000’, 16 Hours
Rabbit Peak #2: RT 22 Miles, Gain 8200’,
16 Hours
Cactus to Clouds: Half RT 22 Miles,
Gain 10400’, 14 Hours
Yucaipa Ridge Traverse: Oneway 24 Miles,
Gain 7200’, 17 Hours
Mt. San Gorgonio 9 Peaks:
Oneway 25 Miles, Gain 8000’, 14 Hours
Mt. Gleason to Mt. Fox: Oneway 26 Miles,
Gain 5100’, 13 Hours
Mt. San Antonio 9 Peaks: Oneway 28 Miles,
Gain 10600’, 16 Hours
물론 이들 등산코스는 산행하는 사람의 습관이나 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시간이나 거리 등이 달라지는 것으로 일정하게 고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겠다.
오늘은 등산이 많이 익숙한 분들이나 감당해 낼 수 있을 만한 위에 열거한 도전적인 코스들 중에서 단일봉을 오르는 것으로는, Triplet Rocks를 제외하고는, 아마도 가장 힘든 등산코스가 아닐까 생각되는 Santa Rosa산맥의 남단에 위치하고 있는 Rabbit Peak의 산행을 안내한다.
이 Rabbit Peak은 해발고도가 6640’에 지나지 않는 산이지만 가장 많이 이용되는 등산시작점(Thimble Trailhead)의 해발고도가 917’으로 아주 낮은 곳이며, 매우 건조하고 황량한 Anza-Borrego Desert 안에서 제대로 된 등산로가 별로 없는 바위와 돌투성이의 거친 루트이고 또 15개가 넘는 크고 작은 봉우리들을 오르고 내리며 나아가야 하기에 여러가지로 대단히 힘든 산행이라고 하겠다.
이 산의 등산에 있어서 특히 중요한 것은, 중간에 전혀 물을 구할 수 없으므로, 미리 충분한 물을 지녀야 한다는 것과, 울퉁불퉁 뾰쪽뾰쪽한 바위나 돌들로 이루어진 급경사구간이 많으므로, 미끄러지지 않을 만큼 상태가 좋은 튼튼한 신발을 착용하고 한쌍의 트레킹폴을 효과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등산의 시작과 끝이 어두운 새벽과 밤이 되겠기에 새 배터리의 헤드램프를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는 점이다.
건조한 사막을 걷는 이곳의 산행은 설사 가만히 앉아 있다고 하더라도 몸에서 수분이 빠르게 빠져나가게 되어 탈수증상으로 인한 위험에 빠지게 될 수 있기 때문에 마실 물을 미리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을 재차 강조한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으나 보통은 5~7리터의 물은 필수적으로 지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험한 산행에서의 물의 필요량을 결정할 때에는 자기자신에게 필요한 충분한 양을 준비한다는 소극적인 개념보다는, 1~2리터 정도는 더 여유가 있게 해서 중간에 물이 부족한 사람이 있을 경우에 이를 나누어 주겠다는 마음가짐이면 더욱 좋을 것이다. 물부족으로 고생하는 것은 주로 오후의 하산시에 일어나는 일이므로, 산행중간에 2~3리터의 물을 등산로 주변에 보관해두면 하산시에 아주 요긴하게 이용할 수 있다. 또 산행이 끝나고 차에 돌아온 다음에 마실 충분한 물은 따로 차안에 남겨두어야 한다.
이 산을 등정함에 있어 고려해야 될 사항중에는 이곳의 등산시작점까지의 거리가 LA 한인타운에서는 편도 180마일쯤의 거리가 되어 4시간 가까이 운전을 해야하는 까닭에 당일산행을 위해서는 잠자는 시간을 대폭 줄여서 늦어도 새벽 2시쯤에는 LA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점인데, 그럴만한 가치가 과연 있겠는지 궁금할 수 있겠다.
사람이 만든 구조물이라고는 전혀 없이 오로지 원시 그대로의 웅대하고 야성적인 대자연의 속살과 체취를 흠뻑 느껴볼 수 있는, 우리의 고국 대한민국의 강토에서는 전혀 맛볼 수 없었던 광대무변의 황량함과 장엄함을 접할 수 있는, 아주 감동적인 산행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고 하면 충분한 답이 될지 모르겠다.
Rabbit Peak까지의 산행은 왕복 22마일의 거리에 순등반고도가 8200’가 되어, 빨라도 왕복 16시간은 잡아야 한다. 특히 이 산으로의 등산계획을 세울 때는, 이 코스를 잘 아는 사람을 반드시 포함시키고, 등산에 소요되는 산행시간과 하산에 소요되는 산행시간에 차이가 거의 없다는 이 산의 특성을 십분 감안해야 한다.
가는 길I-10을 타고 동쪽으로 Indio의 86번 도로까지 간다. 여기까지 LA한인타운에서 약 129마일이 된다. 다시 86번 도로를 타고 El Centro를 향하여 남쪽으로 35.5마일을 달리면 Salton City에 닿게 되는데 S22 도로(Borrego Salton-Sea Way)를 만났을 때 우회전하여 다시 14.8마일을 가면 이 도로의 ‘Milemarker 32’ 표지말뚝이 나온다. 여기서 서쪽으로 0.1마일을 더가면 길 오른쪽에 비상전화박스(S22-319)가 있고 주차공간이 있다. 이곳에 주차한다. LA한인타운에서 여기까지 약 180마일의 거리가 되며 3시간 반쯤이 걸린다.
등산코스먼저 전체적인 등산코스를 개괄하자면, 주차장(917’)에서부터 처음 1.2마일의, 멀리에서는 평지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빗물의 흐름으로 빚어진 굴곡이 많고 걷기에 아주 불편한 거치른 돌과 모래의, 사막구간을 지나야 산줄기의 발밑에 닿게 되고, 이 줄기를 타고 북쪽으로 5.8마일을 역시 거칠고 험준한 능선을 따라 10개쯤의 봉우리를 지나서야 Villager Peak(5756’)에 오르게 된다. 여기서 다시 북쪽으로 이어지는 줄기를 타고 등산로가 거의 없는 거치른 3.6마일의 구간을 6~7개의 산봉우리를 오르내리며 올라가야 비로소 Rabbit Peak(6640’)에 올라서게 된다.
주차장에서 북쪽으로 멀리 보이는 산줄기를 향하여 나아간다. 처음에는 상당히 뚜렸한 족적이 있어 이를 무난히 잘 따라갈 수 있는데, 나중에는 이러한 발자취가 수시로 끊어질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빗물이 흐른 고랑들이 이리저리 패어있는 굴곡이 많은 거친 돌밭과 모래밭을 지나는데, 0.6마일 정도의 거리에 동서로 약 1마일에 걸쳐 길다랗게 가로 놓여있는 둔덕(Luke fault scarp)이 앞을 막고 있음을 보게된다.
이곳이 만약 사막이 아닌 바다라고 생각해보면 이 둔덕은 영락없는 천혜의 방파제가 분명하겠고, 이곳이 적군과 대치해 있는 긴박한 상황의 전쟁터라고 한다면, 이 둔덕은 모름지기 잘 쌓아올린 거대한 방어벽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이 둔덕의 오른쪽 끝부분을 향하여 Use Trail이 나아간다.
이 사막 땅을 지나다 보면 의외로 날카로운 가시로 무장한 Barrel Cactus와 Ocotillo들이 여기저기 많이 자라나 있어 사막이 그냥 텅빈 불모의 땅이 아님을 알게된다. 만약 2월 중순에서 3월에 걸치는 봄철에 이곳을 찾는다면, 여러 종류의 사막식물들이 서로 다투듯 영롱한 꽃들을 피워내어 화려하기 그지없는 사막 아닌 광대한 화원의 모습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곳 사막은 우리네 인간들에게는 불모지대일 수 있지만, 또다른 생명체들에게는 비록 척박하긴 하지만 그 나름대로 삶을 잘 영위해낼 수 있는 훌륭한 터전이라 하겠다. 사실 환경파괴적이고 매우 악착스러운 존재들인 우리네 인간들이 이곳을 불편한 땅이고 살아갈 수 없는 땅으로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그들에게는 이곳이 크나 큰 축복의 터가 되는 것이리라.
이윽고 둔덕에 도달하게 되면 다시 상당한 경사를 내려가서 다시 평지에 내려서야 하는데, 여기서부터는 진행방향을 북서쪽으로 해서 나아가야 산줄기로 올라서는 등산로 입구에 쉽게 닿을 수 있다. 이제부터의 둔덕 너머의 이 사막 땅은, 오른쪽에 있는 Rattlesnake Canyon이나 Palo Verde Canyon 등에서 우기에 흘러내리는 빗물들로 인하여 깊게 패인 고랑이 많아 이를 건너가며 나아가야 하기에 걷기가 쉽지않다. 마침내 사막의 평지구간이 다하고 비로소 산줄기의 발밑에 도착한다. 대개는 여기까지 오는데 보통은 40여분이 소요된다.
우리의 조상들이 전통적으로 고국의 풍수지리를 논할 때, 굽이굽이 뻗어내리는 산줄기를 용이라 칭하고 그들을 살아있는 생명체로 보아왔었다고 아는데, 앞에 놓인 이 산줄기는 미상불 정말로 살아있는 길쭉한 용의 몸을 닮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게 보자면 이제 우리는 이 용의 꼬리밑에 와있는 셈이 되겠다.
바로 오른쪽에 있는 계곡의 이름이 용이라는 영물의 사돈의 8촌쯤은 될듯한 ‘Rattlesnake’ Canyon이라는 점이 공교롭다. 그러나 이 계곡에 이 이름을 부여한 것은 이 산줄기에 대해 그 형용이나 그를 생명체로서 인식한 것을 기초로하여 작명을 했다기 보다는 아마도 이곳에 서식하고 있을 방울뱀으로 인하여 이러한 이름을 짓게 되었을 것으로 보는게 옳을 것이다.
산줄기 밑에 도착해있는 지점에서 좌우를 잘 살펴보면 용의 꼬리위에 올라설 수 있는 Use Trail을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다. 처음 오름구간은 짧지만 특히 가파르고 미끄럽다.
<2월21일자에 계속>
310-259-6022
http://blog.daum.net/yosanyosooo
<
정진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