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계수나무 한나무/토끼 한마리”. 윤극영 선생님의 ‘반달’ 속의 달나라의 토끼가 실제로 있어서 달나라에서 뜨고 지는 지구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상상해 본 적이 있다. 노랫말 그대로 달은 ‘돗대도 없고 삿대도 없는’ 한 척의 돛단배이다. 지구도 우주의 바다를 항해하는 한척의 배다.
우리는 별에서 왔다. 우리의 몸을 구성하는 원소들은 별들의 탄생과 죽음의 과정속에서 생성되고 흩뿌려진 원소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별의 자식'이다. 우리의 혈액은 최초의 생명이 태어난 지구 옛바다의 염도와 같고 우리 몸속 물의 비율은 지구의 물의 비율과 같다. 그런가 하면 태아의 발달과정은 원시생명이 생성되어 진화되어가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생명이 태어난 옛바다의 물고기 모습에서 뭍으로 올라와 진화된 파충류 모습 그리고 육지생활에서 진화된 포유동물까지의 모습들로 달마다 변화해 간다. 우리의 뇌구조도 같은 맥락의 구조이다. 뇌속의 가장 깊은 곳 등뼈와 직접 연결되어 있는 뇌간(brain stem)은 원시동물의 뇌구조이고 그 위를 싸고 있는 뇌를 도마뱀, 뱀 같은 파충류의 뇌와 같아서 파충류뇌(raptalian brain)라 부르고 그 위를 덮어싸고 있는 신피질(neocortex)은 포유동물의 뇌이다. 고릴라와 인간의 뇌는 99% 이상이 같다. 다른 점이란 언어 능력과 창조를 유도하는 상상 능력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 몸을 하나의 운영시스템으로 본다면 태양이 운영체제의 작동 열쇠를 쥐고 있다. 붉은 해가 보내는 아침햇살이 우리 망막에 닿으면 시작 버튼이 켜진다. 그러면 어젯밤에 잠을 재워주던 멜라토닌이 세라토닌을 분비시켜 몸을 깨운다. 멜라토닌과 세라토닌의 이름이 비슷하듯 세라토닌의 배출양은 어두움과 햇빛의 명도의 차이가 클수록 증가한다. 세라토닌은 우리를 행복하게 하고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그리고 도파민과 노드아드레날린과 협력하여 일의 효율성을 높인다. 열정을 일으키는 도파민과 필요하지 않은 잡다한 정보들을 차단시켜 중요한 것에만 집중하도록 도와주는 노드아드레날린은 세라토닌과 함께 근육을 움직일수록 그 배출양이 증가한다.
세라토닌이 분비된지 15시간 후에 우리 망막에 어두움이 드리워지면 세라토닌은 멜라토닌으로 바톤 체인지를 해서 10시부터 2시까지 분비된다. 멜리토닌은 근육을 이완시키고 입력기관인 5개의 감각기관(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을 차단한다. 그런가 하면 우리 뇌속은 오히려 환하게 불이 켜져서 바쁘다. 문을 닫아걸고 분류작업에 바쁜 우체국처럼. 단기 기억창고인 해마는 낮에 들어온 잡다한 정보를 분류해서 여러 종류의 장기 기억방들이 있는 신피질로 보내는 작업을 한다.
격한 감정이 붙어있는 정보나, 낮에 특별히 마크를 해놓은 정보들은 다시 한번 돌려서 그 의미를 찾기 위하여 꿈으로 재연해 보기도 한다. 이때 장기 기억방에 들어 온 새 정보는 이미 형성되어 있는 신피질의 장기 기억방의 뇌신경망에 시납스로 연결되어 새로운 삶의 지혜로 정착기도 한다. 인간의 뇌는 우주가 낳은 최고의 걸작품, 인간은 우리가 아는 우주안에서 가장 똑똑한 별의 자식이다.
모든 구성원소가 별에서 왔고 혈액은 지구의 옛바다의 염도와 같고 진화의 그 흔적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우리의 몸과 뇌. 우리는 별에서 왔고 지구의 자식이다. 그러기에 우리의 존재는 태양과 별과 달과 지구가 서로 연결되어 움직이는 리듬과 숨결속에 있다. 우리 존재의 근원은 별이고 또 별먼지로 돌아갈 것이다.
독일의 실존주의 철학가 하이데거는 이렇게 말한다. “존재의 세계란, 하늘과 땅을 포함하여 지상에 존재하는 일체의 것이 우리에게 말없이 다가와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 보여주면서 서로 상보적인 관계 속에 조화롭게 펼쳐지는 그런 진리의 세계를 가리킨다. 인간은 지상의 모든 것을 남김없이 지배하여 무제한적으로 이용하는 이 땅의 주인이 아니라, 오히려 존재의 세계 안에 거주하는 존재의 이웃으로서 만물을 아낌없이 보살펴야 할 삶의 과제를 떠안고 있다.”
우리는 자연의 숨결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지구의 숨결에 우리의 숨결을 맞추어야 한다. 침실에 가로등, 실내 조명, TV, 휴대폰을 끄고 달빛과 별빛을 들이자. 이불속으로 들어가 거기가 석기시대의 동굴이라고 생각하며 이미 사라졌거나 사라지고 있는 소쩍새, 따오기, 뜸북새 등의 새소리들을 불러 모아보자. 별들의 깜박임과 아가 양의 숨소리도 들으며 지구의 깊은 숨결 속으로 들어가자. 어두움이 꺼준 정지버튼이 작동하게 하고 멜라토닌이 이끌어 주는 깊은 숙면속으로 이끌려 가자. 그리고 꿈을 꾸자. 두견새, 소쩍새, 따오기, 뜸북새 소리가 살아나고 고래의 뱃속에 청정한 바닷물이 출렁이고. 산호초들의 아름다운 색들이 피어나서 우리 아이들이 그 건강한 아름다움속에 마냥 뛰어노는 내일을 꿈꾸자. 나의 숙면은 지구의 숙면이고 지구의 건강이 나의 건강이다. 이것이 우리 존재의 근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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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 / 시납스 인터내셔날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