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배신자’(The Traitor) ★★★½ (5개 만점)
▶ 마피아 두목 부세타 증언실화, 명장 마르코 벨로키오가 연출…화비노 연기·음악·촬영 뛰어나
토마소 부세타가 방탄벽에 둘러싸인채 마피아에 관해 증언하고 있다.
이탈리아 시실리의 팔레르모를 무대로 활동한 마피아 조직 ‘코사 노스트라’의 막강한 두목 토마소 부세타(피에르프란체스코 화비노)의 실화로 그가 증인으로 나서 마피아 두목들을 고발한 재판과정을 다뤘다.
이탈리아의 명장 마르코 벨로키오가 연출했는데 마피아의 피가 튀는 살육전과 범죄행각을 노골적으로 그리기보다는 마피아의 내면을 사실적으로 거의 기록영화 식으로 다루고 있다. 따라서 흥미진진하고 폭력적인 마피아영화가 되지 못한 다소 무미건조하고 평탄한 영화라고 하겠다. 그러나 얘기로만 듣던 부세타의 ‘배신 행각’을 통해 마피아의 실상과 이탈리아의 부패한 정치 및 사회의 이면을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는 볼 만한 작품이다. 시실리, 로마 브라질 및 미국에서 찍은 촬영과 프로덕션 디자인 및 오페라 같은 음악과 연기 등이 다 좋다.
부세타의 재판은 1986년부터 1992년까지 무려 6년간에 걸쳐 진행됐는데 그의 증언으로 수 많은 마피아 두목들이 영창에 갔다. 영화는 1980년 팔레르모의 두 마피아 조직으로 부세타가 두목인 ‘올드 마피아’와 그의 라이벌인 토토 리나(니콜라 칼리)가 두목인 코를레오네 간에 언제 깨어질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휴전 때부터 시작된다. 명예를 존중하던 때는 지나가고 수십억 달러규모의 마약사업으로 마피아 간에 배신과 살육이 자행되던 때다.
이에 염증을 느낀 부세타는 심복 피포 칼로(화브리지오 페라카네)에게 여덟 명의 자기 아들 중 20대의 두 아들을 맡긴 채 브라질의 리오 데 자네이로로 이주한다. 부세타는 여기서 브라질 태생의 셋째 아내(마리아 페르난데스 칸디도)와 호화롭게 살면서 마약사업을 계속한다.
그런데 고향에 남겨둔 부세타의 두 아들이 실종되면서 두 마피아 조직 간에 유혈폭력이 일어나면서 150여명이 황천으로 간다. 그래도 브라질을 안 떠나는 부세타의 집에 군인들이 들이닥친다. 이들은 부세타를 잡아 모진 고문을 가하나 부세타는 마약거래를 부인한다. 그리고 1984년 이탈리아로 추방된다.
이어 그는 청렴결백한 치안판사로 마피아 일망타진에 몰두하는 지오반니 팔코네(화우스토 루소 알레시)를 만나 옥살이 대신 마피아 두목들의 범죄행위를 증언하기로 약속한다. 부세타가 방탄벽에 둘러싸인 채 판사를 마주 보고 앉아 마피아의 행적을 샅샅이 고발하면서 수많은 마피아 고급간부들이 체포된다.
법정에 마련된 쇠창살로 격리된 방에 가둔 마피아 두목과 단원들이 판사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부세타를 향해 “배신자”라고 고함을 지른다. 그런데 이 재판 과정이 너무 길어 영화의 강렬성을 훼손하고 있다.
부세타는 증언 후 목격자 보호 프로그램에 따라 미국에 아내와 함께 와 가명으로 살다가 2000년 71세로 플로리다에서 암으로 사망했는데 묘비명도 가명이라고 한다. 그리고 팔코네 판사는 마피아에 의해 폭사했다. 볼 만한 것은 화비노의 연기다. 듬직하게 생긴 그가 묵직한 연기를 해 영화에 무게를 준다. R. 랜드마크 등 일부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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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