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행정부 특권과 대통령의 탄핵 재판

2020-01-27 (월) 박옥춘 / 조지메이슨 대학 겸임교수
크게 작게
연방헌법은 의회에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행정부에 대한 감독과 조사의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의회는 행정부에게 특정의 자료나 행정부 인사의 의회 증언을 요구할 수있다. 그러나 행정부는 의회가 요구한 자료나 행정부 인사의 증언이 국가의 안보나 공중의 이익을 위해서 행정부의 비밀로 보호되어야 한다고 판단할 경우 의회의 자료 요청이나 특정인사의 의회 증언 소환을 거부할 수 있다. 이 ‘행정부 특권(Executive Privilege)’이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재판에서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지난 1월 18일 시작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상원의 탄핵재판에서 하원을 대표하여 검사의 역을 맡은 7명의 민주당 의원들과 8명으로 구성된 트럼프 대통령 변호인단은 연일 밤 늦께까지 대통령에 대한 유죄와 무죄의 상반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 상원은 대통령의 ‘권력 남용(Abuse of Power)’과 ‘의회 방해(Obstruction of Congress)’의 두 탄핵안에 대한 구체적인 재판 절차를 곧 결의하게 될 것이다

‘권력 남용’에 대한 탄핵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선거를 겨냥한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의 부패 조사를 조건으로 우크라이나 군사원조자금의 지급을 지연했다는 이유이다. 민주당은 하원의 조사와 청문회 증언들을 근거로 탄핵을 의결했지만 상원 재판에 백악관 비서실장, 예산경영 담당자, 전 국가안보 보좌관 등 추가 증인을 소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만약 상원이 추가 증인 소환을 결의하게 되면 대통령은 소환 대상자들이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위해 대통령과 나눈 커뮤니케이션 내용을 공개하지 못하도록 ‘행정부 특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미 존 볼튼(John Bolton) 전 국가안보 보좌관은 만약 상원이 자신을 증인으로 소환하면, 소환에 응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그러나 변호사인 그가 대통령이 소환 불응을 명령해도 소환에 응할 것인지, 그리고 소환에 응한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의 특권에 속하는 내용까지 증언을 할 것인지는 의문이다.


‘의회 방해’에 대한 탄핵안은 대통령이 정부 인사들에게 하원의 대통령 탄핵을 위한 조사에 불응할 것을 명령하여 하원조사를 방해했다는 이유이다. 그러나 대통령 변호인들은 대통령의 의회 조사에 대한 불응은 ‘행정부 특권’의 행사로 탄핵의 이유조차 될 수없다고 반박한다. 만약 대통령과 행정부가 의회의 요구나 조사에 의무적으로 응해야 된다면 행정부에 대한 입법부의 우위권을 인정하게 되어 행정부와 입법부 간의 권력의 견제와 균형(Check and Balance of Power)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행정부 특권’은 대통령의 독립된 권력행사를 위해서 조지 워싱턴, 토마스 제퍼슨에서 부터 조지 부시, 버락 오바마에 이르기 까지 대부분의 대통령들에 의해서 행사되어 왔다. 특히 ‘행정부 특권’ 을 둘러싼 행정부와 입법부 간의 마찰은 야당이 의회의 다수당이 되어 대통령과 행정부의 권력행사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려고 시도할 때 자주 일어난다. 대부분의 행정 입법부 간의 마찰은 협상을 통해 해결되지만, 탄핵 같은 중대한 사안에 대한 싸움은 결국 제 3부인 법원에 의해서 판결되기도 한다. 닉슨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침입과 관련된 대화의 녹음 테이프를 제출하라는 하원의 소환에 ‘행정부 특권’을 들어 불응했다. 그러나 대법원이 녹음테이프를 국회에 제출하라고 판결하므로써 닉슨이 워어게이트 침입사건에 직접 관련된 증거가 밝혀졌고 결국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대통령에 의한 ‘행정부 특권’ 행사의 변수가 상원 탄핵재판을 어느 방향으로 끌고가게 될지 궁금하다. 그러나 행정부와 입법부의 국무수행에 막대한 지장을 주고있는 이번의 탄핵재판은 상원에서 조속히 종결될 것으로 기대된다. 오는 11월 선거에서 어떤 형태로든 받게 될 탄핵재판에 대한 투표자들의 심판을 염두에 두고 있는 공화 민주 양당 모두에게 ‘행정부 특권’을 둘러싼 싸움을 법원으로 끌고가 오래 지연시키는 것은 바람직한 옵션이 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박옥춘 / 조지메이슨 대학 겸임교수>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