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화관이나 NETFLIX에서 인기리에 상영되고 있으며,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많은 영화 평론가들이 2019년 상영되었던 수많은 영화 중 최고의 명작으로 손꼽고 있는 영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실제 이혼을 경험했던 유명 영화감독인 Noah Baumbach의 자전적 이야기이기도 했던 이 영화는 남녀 주인공, 변호사 등 등장인물들의 섬세한 연기가 무척 리얼하고 뛰어나며, 이번 주에 발표된 골든 그로브 상( Golden Glove Award), 그리고 다음 달에 거행되는 아카데미상에 감독상, 작품상, 각본상, 음악상, 남우 주연상(Adam Driver) 여우 주연상(Scarlett Johansson), 여우 조연상(Laura Dunn) 등 무려 7개 부문 후보로 선정되었다.
세밀한 각본과 군더더기 없는 카메라 연출, 희비를 넘나드는 남녀 주인공 및 조연배우들의 대사들이 마치 ‘부부관계 탐구서’ 처럼 각인되어 영화 관람 내내 집중하게 만든다.
남자는 뉴욕 브로드웨이 진출을 꿈꾸는 극단의 열성적이고 유능한 감독 및 제작자로, 여주인공은 전도유망했던 영화배우의 꿈을 접고, 남편의 성공을 도우며 극단의 배우로서 조력하는 등 어떤 면에서는 무척 이상적인 만남이고 서로가 상대방에게 꼭 필요한 존재로 7살난 아들을 키우며 열심히 살아간다. 하지만 삶의 방식, 소통의 부재와 성격의 차이 등으로 인해 서로 갈등하고 끊임없이 부딪히는 등 일상적인 부부의 갈등을 겪게 되면서 결코 행복하지 않은 결혼 생활에 대한 회의로 번민하게 된다. 여주인공은 결국 이혼을 결심하고 아들과 함께 친정이 있는 LA로 이주하면서 원래의 꿈인 헐리우드 진출을 모색하며, 이혼 전문 여변호사를 고용하게 된다.
하지만 이들 부부의 원래 의향과는 달리 고객의 이익(아들 부양권)을 위해 무차별하게 상대방의 약점을 물고 넘어지는 변호사들의 무자비한 진흙탕 싸움과 반전의 연속이 점입가경에 이르며 영화를 보는 내내 박진감을 더해 준다. 한편으로는 부모의 이혼으로 혼란스러워하는 아들을 서로 다독거리고 배려하는 등 이혼하는 부부의 특유한 고통스러운 과정도 겪게 된다. 연기파로 유명한 주연배우들이 이혼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풀어나가는 이 영화의 명장면들을 나열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번째 장면으로는, 영화 첫 신에서 서로가 상대방의 장점들을 상세히 구술하여 마치 금실 좋은 부부처럼 관객들에게 전달되는데 사실 그들은 부부 상담 크리닉을 받는 중이다. 누구나 배우자가 될 상대방의 장점에 이끌려 결혼을 하지만 결국 단점을 발견하게 되고 그 단점이 도저히 용납이 안될 때 이혼하게 된다.
두번째로는 여주인공이 여변호사에게 불행한 결혼생활을 했던 자기 심정을 눈물로 구구절절 고백하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으로 보는 이들의 심금을 울린다. 결혼 후 아내는 자기의 꿈과 의견을 포기하다시피 하고, 남편에 대한 사랑과 사회에서의 성공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고자 했으나, 남편은 계속 자기 일을 성취해 나가는데, 자신은 단지 조력자에 불과하다는 좌절감에 힘들어 한다. 결국 아내는 자신의 진짜 인생을 찾고 싶어한다.
세번째는 별거 중, 남녀 주인공이 아들과 함께 지내는 날, 아내가 남편의 머리카락을 잘라주고 난 후 남편, 아들과 헤어질 때 미닫이식 대문을 남편과 아들이 문의 바깥쪽에서 밀고 그녀는 안쪽에서 밀면서 문이 닫히기 직전 부부의 눈이 순간적으로 마주치는 장면이다. 가장 마음 아픈 장면이었는데, 그들의 미묘한 관계를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영화의 가장 빛나는 순간이었다.
네번째는 남자 주인공이 부부싸움으로 설전을 하다가 서로 상대방의 진정한 사랑과 진심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이혼에 이르게 되는 괴로움에 여주인공 앞에서 바닥에 엎드려 통곡하고 절규하는 장면이다. 우리의 폐부를 가장 정확하게 찌를 수 있는 사람은 결국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리라.
다섯번째 장면은 남자 주인공이 식당 바에서 이혼과 삶의 아픔을 절절히 토해내며 슬프게 노래 부르는 장면으로 관객들을 내내 숙연하게 만든다. 영화 ‘결혼이야기’에서 주인공 찰리가 부르는 Being Alive를 반드시 유튜브에서 Adam Driver 노래로 들어보기를 권한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누군가 널 가까이에서 붙잡고/누군가 널 깊게 상처내고/누군가 널 사랑으로 가득차게 하고/누군가는 내가 이겨내도록 도와줘/항상 그 자리에 있을 누군가는/너무 꼭 맞는 사람/날 너무 필요로 하는 사람/날 너무 잘 아는 사람/그리고 살아가도록 날 도와주지/내가 살아가게 하지/하지만 혼자는 혼자일 뿐/살아가는 것이란...
마지막 여섯번째 장면은 영화의 마지막 신으로 이 부부가 이혼 후에도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등 미국인 특유의 이혼관을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가 비록 이혼을 주제로 하고 있지만 우리 현실에서의 결혼, 부부관계를 다시 한번 되새겨보고 생각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결혼생활을 하는 어느 누구나 다소간 겪게 되는 부부간의 갈등이나 문제는 어느 한 사람 때문이 아니라 잘못된 상호작용의 결과이며, 한 사람을 단죄하는 것만으로는 부부 갈등이 절대 해소되지 않음을 일깨워준다. 우리 또한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깊이 배려하지 못하고 그저 가족과 배우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여 살아왔다고 자만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부부 생활이란 다른 사람에게 맞춰사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존중하는 마음을 잃지말고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다름을 이해하면서 살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한다. 부부간의 정과 결혼의 의미는 오랜 세월동안 동고동락해야 진정으로 깨달을 수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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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형 (공인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