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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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갯속 헤쳐나가면 저 정상에 우뚝 설 날 있으리

2020-01-10 (금)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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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가이드 Mt. McKinley (4,926’)

안갯속 헤쳐나가면 저 정상에 우뚝 설 날 있으리

Mt. McKinley의 정상에서 보는 Condor Peak.

안갯속 헤쳐나가면 저 정상에 우뚝 설 날 있으리

Mt. McKinley의 하산길의 정경.


안갯속 헤쳐나가면 저 정상에 우뚝 설 날 있으리

Mt. McKinley의 하산길의 정경.



여러 해에 걸쳐 우리 가주는 강우량이 절대 부족하여 많은 저수지들이 거의 바닥을 드러내는 등 물부족이 심각한 수준에 있었다. 다행히 금년에는 예년에 비하여 많은 비가 내리고 있어 특히 우리 남가주민들은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는 것이 작금의 다행스런 상황이겠다. 보통의 일상에서 비가 내리면 여러가지로 불편한 일이 많은데, 그렇더라도 우리들은 한결같이 비를 반기고 이를 흡족해 하는 것을 보게된다. 저수량의 변화를 직접 확인키 위해 일부러 Azusa의 San Gabriel Dam을 찾아가는 열성을 지닌 분도 보았다.

사실 특히 우리 남가주는 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가운데, 19세기로 들어서며 급속히 인구가 늘어나면서 안정적인 물의 확보가 최우선 과제로 대두되어지게 된다. 결국 1905년에 LA DWP의 William Mulholland의 아이디어를 기초로 타당성 검토가 시작되어, 1908년에 중가주의 Owens Valley에서부터 물을 끌어오는 방대한 대역사가 착공된다. 드디어 1913년에 233마일에 이르는 제1차 Los Angeles Aqueduct가 준공되어짐으로써 비로소 이 남가주지역이 현대적인 대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함과 동시에 지상낙원을 방불하는 젖과 꿀이 흐르는 풍요로운 땅으로 변모될 수 있었던 것이다. 뒤이어 1970년에는 제2차 Los Angeles Aqueduct가 준공되어졌다.


지난 갈수기 동안에 물을 아끼려는 많은 노력들을 다들 경주해 왔는데, 앞으로도 해갈 여부에 관계치 말고 이러한 절수노력을 영구히 생활화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절수를 홍보하는 표어 중에서 “사막의 원주민들이 생활하는 정신으로 물을 사용하자!”는 말이 참 좋았다. 어쨌거나 험난한 지형의 수백마일 여정을 거쳐온 소중한 물이니 ‘한줌의 물도 아끼자’는 마음을 먹게 된다.

금년에는 그런대로 비와 눈이 적잖게 내리는 바람에 우리 남가주 일원의 고산에는 예년에 못보던 정도의 많은 눈이 쌓여있다. 고산은 지금 어디를 가더라도 설경이 그만이다. 등산을 취미로 하는 분들이라면 지금 눈구경을 하기에는 아주 좋은 시기이다. 그러나 한가지 간과해서는 안될 극히 중요한 사항이, 눈이 많은 곳에는 산악사고의 위험도 많다는 사실이다. 이 눈이 다 녹으려면 아마도 5월이나 되어야 하지 않을까 짐작된다.

필자가 2015년부터 주로 등산활동을 하고 있는 ‘Sierra Club’에는, 오랜 경험과 일정한 교육훈련을 마친 사람들을 상대로 엄격한 평가에 따른 선발과정을 거쳐 자격이 부여된 많은 등산리더들이 있다. 이 리더들은 그가 겪은 경험과 훈련을 받은 내용에 따라 ‘O, I, M, E’ 등의 단계로 구분되고 있는데, 대부분의 리더들은 ‘O’나 ‘I’의 단계에 속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추정컨대 아마도 현재 활동중인 리더들 가운데 열에 아홉은 이 두 단계에 속하지 않을까 싶다. 내가 아는 어느 리더는 수십년에 걸쳐 5,000 봉우리가 넘는 HPS Peak의 등산기록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도 ‘I’ 리더이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이 ‘O와 I’ 리더는, 눈이 쌓여있어 크램폰을 착용하여야 하는 산으로는 공식적인 산행을 리드할 수 없도록 명확히 제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이들은 지금, 눈이 없는 낮은 산들을 위주로 산행을 하고 있다.

우리들의 인식으로는 과유불급의 지나친 안전주의로 비칠 수 있겠으나, 1892년에 창설된 오랜 역사를 가진 단체의 규정이라는 점을 십분 감안하여 안전산행을 하는데 적극 참고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안내하려는 Mt. McKinley는 알래스카에 있는 McKinley(지금은 ‘Denali’로 공식명칭이 바뀜)가 아니다. San Gabriel 산맥의 일부인 Big Tujunga Canyon 인근에 있는 산으로, 정상에서의 전망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산행의 전 구간에 걸쳐 그늘이 없기에 특히 여름철이 아닌 겨울철의 산행으로 많이 권장되어지는 산이다.

한인들의 발길은 그리 잦지 않은데, 우리가 잘 아는 Lukens Mountain을 Stone Canyon Trail로 오를 때의 출발지인 Vogel Flats 인근에서 시작하여, 반대방향인 북쪽으로 간다. 편도 6마일에 순등반고도는 3,200’인데, 처음 4.7마일은 소방도로 Gold Creek Road를 따라가고, 뒤의 1.3마일은 잘 정비되어있지 않은 등산로와 Cross Country를 통해 정상에 오른다.

보통은 왕복산행에 6~7시간이 소요된다. 만약 봄꽃이 피는 시기에 올라간다면, 실로 환상적인 꽃동산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길섶으로, 개나리꽃을 닮아 보이는 Spanish Broom을 필두로 Yerba Santa와 Black Sage가 넘쳐난다.


가는 길

Freeway210의 Sunland Exit(LA 한인타운에서 약 20.3마일)에서 내려 오른쪽(산쪽)으로 0.8마일을 가면 Oro Vista Ave가 나온다. 좌회전하여 0.9마일을 가면 오른쪽으로 굽어지며, 길 이름이 Big Tujunga Canyon Road로 바뀐다.

이 길을 따라 4.1마일을 가면 왼쪽(북쪽)으로 길이 갈라진다. Big Tujunga Canyon Road의 Mile-marker 2.05지점이다. 왼쪽으로 들어가면 차량통제 게이트가 바로 앞에 있다. 저녁 6시에는 이 문이 잠기므로 설사 열려있다고 해도 이 문의 바깥쪽 빈 공간에 주차하는 것이 바람직 하겠는데, 주차시 게이트의 통행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주차허가증(Adventure Pass)을 차안에 잘 걸어둔다. 여기까지 LA한인타운에서 약 27마일이고, 1시간이 채 안 걸린다. 이곳의 해발고도는 1,740’ 내외이다.

등산코스

게이트를 지나서 바짝 왼쪽으로 또 오른쪽으로 꺾이는 도로를 따라간다. 대략 0.1마일을 가면 길이 갈라진다. 왼쪽길은 산쪽으로 올라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Trail Canyon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우리는 왼쪽의 오름길로 나아가는데, 다시 차량통제 게이트가 있고, Gold Canyon Trailhead라는 팻말도 있다. 대개의 자료에는 이 길을 Gold Creek Road(2N29.1)로 표기하고 있는데, 약 2.7마일의 거리를 가는 동안은 지그재그의 굴곡이 숱하게 계속된다.

이 길을 오르는 중에 동쪽 아래로는 Trail Canyon이 펼쳐 보인다. 2009년 이전에는 이 Trail Canyon Trail을 통하여 Condor Peak, Iron Mountain #2, Fox Mountain #2 등을 오를 수 있었으나, 2009년의 Station Fire 이후로는 잡목이 너무 우거져 Tom Lucas Campground 까지만 갈 수 있고, 그 너머로의 통행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인 것으로 알고 있다.

동쪽으로 우뚝 솟아있는 봉우리의 북쪽 뒤에 Condor Peak이 있다. 남쪽으로 보이는 산이 Lukens Mountain이고 남동쪽으로 보이는 계곡이 Big Tujunga Canyon이다. 아직은 Mt. McKinley는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다.

2.7마일이 되는 곳에 이르면 오른쪽으로 시멘트로 된 물탱크가 있다. Spanish Broom이 창궐해 있다. 여기서 부터는 등락이 거의 없는 평탄한 길이다. 대략 3.3마일쯤의 거리에 이르렀을 때에야 오른쪽으로 Mt. McKinley의 큰 산괴를 보게 된다. 이 길의 오른쪽 계곡이 McKinley Canyon으로, 밑에서 Trail Canyon으로 통합되어진다.

4.7마일 지점에 이르면 왼쪽으로 시멘트 물탱크가 또 있다. Gold Creek Saddle(3,765’)이다. 이 물탱크 뒤로 있는 계곡이 Gold Canyon이다. 우린 여기서 오른쪽의 잡목이 우거진 등산로로 간다. Yerba Buena Ridge의 남동쪽 기슭이다. 경사는 그리 급하지 않다.
5.4마일지점에 이르면 Mt. McKinley의 남서쪽 Saddle(4,215’)에 이른다. 북동쪽으로 3개의 자그마한 봉우리들이 연이어 있는 줄기이다. 물론 마지막 봉우리가 Mt. McKinley 정상이다. 능선을 따라 올라간다. 0.6마일에 약 710’를 오른다.

감탄스런 전망이다. 동서로 벌려있는 북쪽의 산줄기가 Mendenhall Ridge이고, 그 맨 동쪽으로 있는 약간 불그레한 봉이 Iron Mountain #2(5,635’)이다. 일부 매니아들은 여기서 3마일 내외인 그 곳까지 당일 산행을 하기도 한다. 잘 살피면 그 뒤로 멀리 소나무들이 서있는 산의 평평한 정상부를 볼 수 있는데, 약 9마일 거리의 Mt. Gleason(6,520’)이다.

동남쪽으로 돌올한 산괴의 약간 평평한 왼쪽부분이 Condor Peak(6,440’)이고, 그 줄기를따라 뒤로 하나 건넌 작은 삼각봉이 Fox Mountain #2(5,033’)이다. 남쪽으로 우뚝한 산은 Mt. Lukens(5,074’)이고, LA시 경계내의 최고봉이다.

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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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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