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참한 사형집행 본 여 교도소장 산송장처럼 변하는데…우다드·하지의 연기대결 볼 만
2020-01-03 (금)
▶ ‘자비’ (Clemency) ★★★½ (5개 만점)
교도소장 버나딘(알프리 우다드)이 사형집행을 참관하고 있다.
법과 직업에 철두철미하게 충실한 여자 교도소장의 삶을 통해 고찰한 강렬하고 충격적인 사형제도에 대한 비판과 인간성 마모의 드라마다.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뜨거운 화제 거리가 될 소재 그리고 튼튼한 연기가 산출한 훌륭한 작품으로 중심 플롯은 사형집행을 하나의 법적 절차로 여기는 교도소장과 사형집행을 앞둔 사형수 간의 관계다. 직무에 충실한 사람과 생사의 기로에 놓인 사람간의 감정적 대립과 묘사가 심금을 울린다.
처음에 교도소장 버나딘 윌리엄스(알프리 우다드)가 참관한 가운데 한 사형수에 대한 독극물에 의한 사형집행이 진행된다. 그런데 독극물이 제대로 작용을 못해 이 사형수가 피를 흘리면서 고통 한다. 눈 뜨고 보기 힘든 장면이다.
사형집행을 자기 직업의 하나의 과정으로 여기는 버나딘은 그러나 이 일로 인해 완전히 내면이 소진된 사람. 텅 빈 가슴과 눈을 가진 산송장과도 같다. 버나딘은 퇴근 후 바에 들러 술을 마신 뒤 집으로 가는 일을 매일 반복하는데 자신과의 관계를 회복시키려고 애쓰는 고교선생인 남편 조나산(웬델 피어스)과도 거의 대화가 없다. 그리고 버나딘은 악몽을 자주 꾼다.
버나딘의 다음 사형집행 대상은 거구의 흑인 앤소니 우즈(알디스 하지). 그는 자기 일에 지쳐 은퇴를 결심한 인자한 변호사 마티(리처드 쉬프)의 마지막 의뢰인으로 마티는 어떻게 해서든지 앤소니의 사형집행을 저지하려고 전력투구한다. 그리고 앤소니는 실낱같은 희망이나 마티가 좋은 소식을 가져오기만을 고대한다.
커다란 눈을 한 하지의 절망과 희망이 교차하는 감정과 심리 묘사가 영화에 큰 무게를 주는데 이런 하지와 완전히 로보트같은 인간이 된 우다드가 영혼이 빠져나간 얼굴 표정과 눈동자로 보여주는 연기가 극적인 대조를 이룬다. 이렇게 철저하게 사무적으로 자신의 직무를 수행하고 변호하던 버나딘의 자기 통제력이 무너지는 모습이 격렬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영화는 우다드의 자신을 철저히 통제하면서 억죄는 압박감이 대단한 연기로 인해 보는 사람의 가슴을 중압감으로 내리 누른다. 이런 중압감은 하지의 티를 안 내면서 다양한 표정을 보여주는 눈과 얼굴 그리고 몸 전체가 뿜어내는 중후한 연기와 아름다운 대조를 이룬다. 연기 뿐 아니라 영화의 톤과 연출도 매우 절제됐는데 사형수의 사형 집행 장면을 근접해보여주는 촬영도 압도적이다. 치노녜 추쿠 감독의 빈틈없는 연출이 훌륭하다. R등급. Neon. 일부지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