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의 새해 운세

2020-01-02 (목) 12:00:00 박록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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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하원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은 공화당 상원에서 부결될 것이다. 파직을 면하고 탄핵의 폭풍 속에서 무사히 살아남을 테니 출발은 나쁘지 않다. 탄핵이 연초에 마무리되면 정국은 트럼프의 궁극적 새해 운세가 달린 대선을 향해 본격적인 전열 재정비에 돌입한다.

최대 관전 포인트는 오래 전부터 나와 있다 : 트럼프는 재선될까.

‘예측불허’ 트럼프에 관한 예측 자체가 위험한데다 특히 금년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짙은 안개에 잠겨있다. 지난 9번의 대선 결과를 정확히 예측해낸 앨런 릭트먼 아메리칸 대학 정치역사학 교수도 “예상하기 힘든 아슬아슬한 접전”이라고 말을 아끼며 “트럼프 시대엔 단 하루, 한 주, 한 달 만에 상황이 극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선거까지 앞으로 10개월, 그동안 어떤 돌발 변수가 어떤 반전을 이끌어낼지는 알 수 없지만 몇 가지 가능성은 점쳐볼 수 있다. 워싱턴정치 전문 일간지인 ‘롤콜’의 전망을 중심으로 민주·공화 양당 전략가들의 분석과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들을 근거한 약간 ‘불안한’ 예상이다.

2020년 11월4일 아침, 워싱턴의 역학구도는 어떻게 변해 있을까. 4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롤콜’이 그중 가능성 높다고 꼽은 시나리오는 백악관 주인은 민주당으로 바뀌지만 상원은 공화당이, 하원은 민주당이 각각 주도권을 유지하는 구도다. ‘트럼프 낙선’이라는 절대명제 하에 민주당 표밭이 적극 동원되고, 트럼프가 2016년 대선에서 4포인트 차이로 우세했던 무당파 유권자들의 지지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할 경우다. 그러려면 2018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하원 재탈환을 가능케 해준 유권자들이 2020년에도 돌아와야 한다.

트럼프가 ‘전례’와는 거리가 먼 대통령이긴 하지만, 과거 재선에 나선 현직 대통령 중에선 지지율 49% 이상만 재선되었고 48% 이하는 패배했다. 트럼프의 현재 지지율은 44.3%다.

상원의 경우 민주당 8명에 비해 공화당은 25명이나 재선에 출마한다. 그러나 가장 경쟁 심한 10개 주 중 8개 주가 트럼프 승리 주여서 의석수가 줄어든다 해도 공화당의 다수당 유지는 무난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하원 역시 중간선거에서 이겼던 공화 텃밭 의석들은 잃을지 몰라도 민주당이 주도권은 지킬 것이라는 전망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블루 워싱턴’, 백악관과 상하원 모두를 장악하는 민주당 천하다.
경제가 나빠지면서 민주당 투표율이 폭등하고 2018년처럼 무당파 유권자들의 반란이 계속될 때 가능하다. 트럼프가 2016년 신승했던 중서부지역 경합주들에서 완패하면 선거인단 투표에서도 이길 수가 없다. 트럼프의 부진은 줄줄이 상하원 선거에도 극복하기 힘든 영향을 주게 된다.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블루 워싱턴’이 현실화된다면 민주당은 ‘메디케어 포 올’, 그린 뉴딜 등 리버럴 정책들을 강력 추진할 것이고, 그 결과 표밭의 역풍으로 2022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재도약을 허용하게 될 것이라고 양당의 전략가들은 전망한다.


도전하는 민주당의 ‘반 트럼프’ 결집도 뜨겁지만 현직의 프리미엄도 결코 만만한 게 아니다.

나머지 두 시나리오는 트럼프 재선이다. 하나는 공화당 상원과 민주당 하원의 ‘현상유지’로 양극화 대통령의 하원 탄핵을 감안하면 공화당에겐 현실적으로 최선의 시나리오이며, 네 번째는 민주당이 분열 경선의 심각한 내상으로 무너질 경우에 가능할 ‘공화당 천하’다.

트럼프는 이번에도 전체 득표에선 지고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길 것으로 전망되는데 500만표를 덜 받고도 선거인단 승리전략이 통할 수 있다고 쿡정치리포트는 분석한다. 대통령의 양극화 통치도, 하원 탄핵도, 트럼프 표밭에선 별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진보파 필름제작자 마이클 무어는 “내가 살고 있는 중서부 경합주의 트럼프 지지율은 단 한치도 하락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열광적이다”라며 트럼프 재선 확률이 크다고 우려했다.

탄핵과는 별개로 새해에 접어든 트럼프의 선거 입지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민주당의 강력한 선두주자가 없는 것도 이점이고, 엄청난 선거자금을 확보한 것도 든든한 무기다. 현금 보유액이 1억5,600만 달러로 민주당에서 모금 1위인 버니 샌더스 보다 5배나 많다.

트럼프 캠페인의 최대 강점은 경제다. 빌 클린턴의 선거전략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는 지난 4반세기 이상 선거정치를 지배해왔고 금년에도 그럴 것이다. 12월 중순 CNN조사에서 “경제가 좋다”는 응답은 76%나 되었다. 2001년 이후 최고치다. 그보다 한 주 앞선 퀴니피액 조사에선 “2016년보다 살기가 나아졌습니까?”라는 질문에 57%가 “예스”라고 답했다.

만약 경제가 흔들린다면 선거결과는 더욱 예측불허가 될 것이다. 그러나 경제가 계속 좋다면 현직 대통령을 패배시키기가 상당히 힘든 것이 정상이다. 트럼프가 다른 논쟁을 자초하지 않고 경제에 집중하는 캠페인을 계속할 수 있을까…

4가지 시나리오가 다 안 맞을 수도 있다. 선거인단 투표에서 동수를 이루면 하원에서 표결하게 되는데 여기서도 결판이 안나 법정으로 가야하는 사태가 발생할 지도 모른다…이처럼 모든 예측이 불확실한 이번 선거에서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승패를 좌우할 최대 요소는 ‘투표율’이라는 사실이다.

그건 유권자로서의 우리가 트럼프와 미국의 ‘새해 운세’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박록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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