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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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가족

2019-12-28 (토) 안세라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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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살 때는 한국에서 부모님이 자주 오셨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 덕분이였던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아빠의 확고한 의지 때문이였다. 가족이 ‘가족다워야 한다’는 것이였다. 자식 둘을 다 유학을 보내고, 얼굴마저 자주 보지 못한다면 남과 다를 것이 뭐가 있겠냐는 것이다. 덕분에 자주, 특히나 연말 연시는 항상 부모님과 일본에서 보낼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으로 시집을 오면서, 친정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시간인가를 새삼 느낀다. 또한 안화수씨와 정예자씨의 ‘딸’로서 시간을 보내는 일은 더더욱 말이다.

‘가족답게’라는 것은 과연 어떤 것일까. 나는 유독 ‘감사하다’는 말과 ‘죄송하다’는 말을 자주 쓰는 편인지 시부모님께서는 내가 그런 말을 할 때마다 가족인데 거리감이 느껴지신다며 손사래를 치신다. 하지만 나는 ‘가족일수록’ 더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족끼리니까 더 잘 알겠지,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겠지라고 생각하고 여러 순간을 지나치고 싶지 않았다. 회사생활을 할 때에는 고객들을 만나가며 둘째라면 서러울 정도로 접대를 하고, 예의를 갖췄음에도 오랜만에 엄마를 만나서는 온갖 불평불만을 다 털어놓고 예의는 찾아볼 수 없게 엄마를 대할 때도 있었다. 그러고 보면 나는 꽤나 이중적인 잣대로 ‘가족’에 대해 정의를 내리고 있었던 것 같다.

이제는 아들 둘을 키우며 나의 새로운 가족을 일궈낸 지금, 나는 다시 한번 ‘가족다운 가족’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친정부모님은 오랜 시간 동안 떨어져 지냈지만, 그리고 지금도 떨어져 지내지만 언제나 함께하는 기분이다. 내 삶 속에서 위기의 순간마다 아빠의 조언이, 어려운 순간마다 엄마의 지혜가 늘 함께한다.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딸에 대한 그들의 굳건한 믿음과 사랑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렇다, 가족이 가족답다라는 것은 필시 그런 것이 아닐까. 여러 말을 굳이 하든 하지 않든, 예의를 갖추든 갖추지 않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절대적인 사랑과 믿음. 표현 방법이야 다양하겠지만, 그 본질은 절대 변할 수 없는 것.

올 연말에는 존경하는 아빠가 미국에 온다. 사랑하는 엄마가 미국에 온다. 이번엔 꼭 더 잘해드려야지. 살림살이에 잔소리하시는 엄마에게도, 건강챙기라며 잔소리하시는 아빠에게도 꼭 더 잘해드려야지…

<안세라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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