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소송 중 티격태격 사랑싸움…배꼽 빼는 로맨틱 코미디
2019-12-27 (금)
▶ ‘엄청난 진실’(The Awful Truth·1937) ★★★★★ (5개 만점)
▶ 케리 그랜트-아이린 던 ‘황금 케미’
서로 사랑하면서도 이혼 중인 제리와 루시. 왼쪽은 루시의 새 애인 댄.
깨소금 맛이 나는 경쾌하고 로맨틱하고 배꼽 빠지게 우스운 스크루볼 코미디로 두 주인공 남녀의 사랑의 줄다리기를 스릴 있게 즐길 수 있는 위트와 세련미를 갖춘 작품이다. 코미디에 재주가 있는 레오 맥케리 감독이 오스카상을 탔다. 연극이 원작.
뉴욕의 멋쟁이 신사 제리 와리너(케리 그랜트)와 그의 명랑하고 아름다운 아내 루시(아이린 던)는 서로를 극진히 사랑하면서도 작은 오해로 이혼하기로 한다.
법원 명령에 따라 90일간의 별거생활에 들어간 둘은 애견 소유권을 비롯해 사사건건 문제를 만들어 법정을 들락거린다. 둘의 이런 장기전의 목적은 가능한 한 상대방이 지독한 불행에 빠지는 것을 봐야겠다는 것. 루시는 마마보이로 오클라호마의 석유재벌인 댄(랄프 벨라미)과 데이트를 즐기고 제리는 왕년의 연인인 섹시한 클럽가수 딕시(조이스 캄튼)를 다시 만난다. 둘은 이렇게 따로 놀면서도 틈만 나면 구실을 만들어 함께 있으려고 하나 만나면 싸움을 한다.
한편 제리가 새로 사귄 사교계 부잣집 딸 바바라(몰리 라몬트)에게 매력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파악한 루시는 이를 훼방 놓을 작전을 꾸민다. 그래서 여차여차해 천생연분인 둘은 재결합, 그 뒤로 내내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마지막에 둘이 찾아간 산장 침실에서 루시에 의해 다락방으로 쫓겨난 제리가 벌이는 매트리스 소동이 우습고 루시가 있는 침실의 문손잡이가 달가닥 달가닥 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암시가 가득한 라스트신이 은근히 섹시하다.
그랜트와 던의 화학작용이 더 할 수 없이 좋고 벨라미도 엉성한 연기를 잘한다. 그랜트와 던은 이 영화 후에도 로맨틱 코미디 ‘마이 페이버릿 와이프’(My Favorite Wife·1940)와 신파극 ‘페니 세레나데’(Penny Serenade·1941)에서 공연했다.
이 영화와 함께 아이린 던의 첫 주연 영화로 역시 로맨틱 코미디인 ‘테오도라 고즈 와일드’(Theodora Goes Wild·1936 ★★★★½)가 27일 오후 7시30분 Aero극장(1328 몬타나 애브뉴, 산타모니카)에서 동시 상영된다. 익명으로 성적으로 노골적인 소설을 쓴 보수적인 마을에 사는 여인과 그의 책을 출판한 뉴욕 출판사의 표지화가(멜빈 더글러스)의 로맨스를 그린 아기자기하게 재미있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