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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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커뮤니티 디너

2019-12-25 (수) 이현희 (기모치 소셜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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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디너를 준비하느라 넓은 부엌이 칼질하는 소리, 불고기 굽는 냄새, 해물 전 부치는 냄새, 잡채 냄새와 밥 냄새로 가득합니다. 저희 교회가 빌려 쓰는 미국교회는 거의 20년 동안 매주 금요일에 커뮤니티 디너라는 이름으로 노숙자와 독거노인을 위해 저녁식사를 대접하고 있습니다. 저희 교회는 그 일에 석 달에 한번 동참합니다. 지난주 금요일에도 저희는 한국음식을 대접하며 크리스마스 콘서트를 했습니다. 한어부는 며칠 전부터 장을 보고, 고기를 양념에 재고, 영어부는 이번에는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기를 소망하며 몇 달 전부터 준비했습니다. 저도 금요일에 조퇴를 하고 음식을 준비하러 오신 다른 분들과 함께 쉴 틈 없이 일한 덕분에 6시 반에 시작하는 식사시간에 근사한 한국음식들이 차려졌습니다.

매번 만나는 노숙자분들과 미국교회 교인들, 새로 오신 분들과도 인사하며 음식을 나누어 주는데 다섯 번이나 드시는 분도 있습니다. 즐겁고 배부른 식사시간이었습니다. 식사가 끝나고 저희 영어부에서 준비한 콘서트가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찬양으로 시작되어 기도하며 준비한 몇 개의 동영상과 찬양들로 아름답게 끝나자 참석한 모든 사람이 한마음이 되었습니다.

사랑하고 고마운 사람들께 감사와 사랑의 표현으로 선물을 주고받는 것은 참 아름다운 일입니다. 그런데 외롭고 아무 것도 줄 수 있는 것이 없는 사람들을 기억하고 작은 것이라도 사랑의 표현을 하는 것은 더 아름다운 일입니다. 갚을 것이 없는 사람들에게 베푸는 사랑이 복 되다고 예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인간의 몸으로 오신 하나님의 아들의 탄생을 축하하는 크리스마스에 높은 곳에서 낮아지신 우리를 향한 예수님의 깊은 사랑을 생각합니다. 높아지려는 마음으로 놓치고 사는 것은 없었는지 돌아봅니다. 저 때문에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은 시간입니다.

인생의 노년에 드신 분들은 한결같이 지난 시간들이 너무 빨리 지나갔다고 하십니다. 지금 모두 바쁜 연말연시지만 잠시 조용히 왜 바쁜지, 어디로 가느라고 바쁜지 잠시 생각하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짧은 인생의 주어진 시간을 후회없이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마지막을 맞기를 소망합니다.

<이현희 (기모치 소셜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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