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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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계의 선과 사람들

2019-12-24 (화) 김희연(SF공립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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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면서 많은 선택을 하고, 많은 결정을 내린다. 이러한 생각과 선택 중엔 남들에게 보이는 내 모습의 경계에 대한 선택 역시 존재한다. 어디까지 나 자신을 드러내고 보일 것이며, 어디까지 적당히 나를 숨기고 보호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너무 많은 믿음을 주었다가 상처를 받는 때도 있고, 적당히 거리를 두고 지내다 어느 순간 상대가 보여준 진실한 모습에 벽을 허물고 가까워지는 때도 있듯이, 사람 사이의 관계는 견고하고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계는 사람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많은 생각이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사람들과 관계를 쌓아가는 것은 모험과도 같다. 용기를 내어 내 선 안으로 다른 사람을 받아들일 때도, 상대의 선 안으로 받아들여질 때도, 그 끝이 어떨지 모르고 내가 하게 될 경험을 정확히 알지 못한 채 마음을 열어야 할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어려운 선택 끝에 오는 책임감이 상처와 후회가 될 수 있고, 그러면 그후에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될 때 먼저 몸을 움츠리게 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세상 어느 누가 상처받는 것을 즐길 것이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을 좋아할까. 그래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점점 흠잡기 어려운 모습, 어느 정도 경계심이 보이는 모습으로 본인을 무장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우리의 진짜 모습을 숨기고 살수록 늘어가는 것은 가식적인 감정 표현이다. 오늘도 행복한 미소를 짓고, 내일도 더 상처받지 않기 위해 상처를 숨겨 가며 지내는 삶. 하지만 속에 쌓여만 가는 슬픔이나 걱정은 삭고 삭아 사람을 갈수록 지치게 하기 마련이다. 물론 이러한 고민을 나눈다고 해서 그 상대가 언제나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것은 아니며, 그 고민의 무게가 덜어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 함께 걱정해준다는 것에 대한 고마움이 생기고, 그 위에 용기가 쌓인다. 그리고 그 용기로 내일 하루 더 해내 보자는 의지가 생기게 되는 것 아닐까?

앞으로도 나는 한 걸음씩 경계를 허물며 진실하게 살아보고자 할 것이다. 물론 매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이지만 오늘도 내 곁에서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봐주고, 좋아해주고, 믿어주는 진정한 인연들이 있기에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다. 나를 소중히 생각해준 많은 사람에게 그들이 있어 난 진심으로 행복하고, 또 고마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하며 이 글을 마친다.

<김희연(SF공립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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