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창] 극성 엄마
2019-12-21 (토)
안세라(주부)
29개월된 첫째아이는 일주일에 두번 일본어 랭귀지 스쿨을 다니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학교를 안가겠다고 아침부터 떼를 썼다. 학교 가방을 가지고 내려올 때부터 울면서 매달렸다. 이상하다 하면서도 학교가는 날에는 꼭 가야 한다면서 설명하고 또 설명했다. 그러다 도착한 학교. 차에서부터 떼를 쓰고, 교실에 들어가서도 엉엉 우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아이와 10여분 더 교실에 머무르게 되었다. 그러다 잠깐 아이가 한눈을 판 사이에 선생님과 눈빛을 주고받고 얼른 나왔는데, 또 다시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 울음소리를 뒤로하고 나는 볼일을 보러갔었다. 그런데 여간 신경쓰이는 것이 아니였다. ‘그럴 리가 없는데 무슨 일이지..’ 불안함을 못견딘 나는 다시 학교로 향했고, 보조교사를 만날 수 있었다.
보조교사는 우리 아이는 이제 잘 논다는 말과 또 한가지 이야기를 해주었다. 사실은 지난 수업, 같은 반 아이가 우리 아이의 볼을 꼬집었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 기억 때문에 학교를 오기 싫어한 것이 아니겠냐는 것이였다. 그 말을 듣는 순간,너무나도 화가 나고 속상했다. 수업 끝나는 시간에 맞춰 아이를 데리러 갔을 때, 담임선생님께 드릴 말씀이 있다며 옆방으로 옮기기를 부탁드렸다. 그러고는 말을 속사포처럼 쏟아내기 시작했다. “선생님, 보조교사의 말을 들어보니 몇 일 전에 일이 좀 있었던 것 같은데… 아이들이 놀면서 때릴 수도 있고, 맞을 수도 있죠. 그런데 무슨 일이 있건, 학부모로서 제가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거듭 말씀드리지만, 저는 저희 아이가 맞은 것에 대해서 화를 내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아직 완벽히 의사표현도 할 수 없는, 겨우 두살짜리 저희 아이를 품에서 떼어서 학교를 보냈으니, 학교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이라도 제가 알아야 한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선생님이 해명할 틈도 없이 얼마나 말을 쏟아부었는지 모른다. 어쩌면 나는, 선생님과 대화하면서 아침 내내 영문도 모른 채 아이만 닥달했었던 내가 부끄러워서 더욱 쏟아부었는지도 모른다. 그날 밤 장문의 메일을 교장선생님으로부터 받았다. 우리 아이를 때린 그 아이가 여러 모로 문제가 많아서 그 아이만을 위한 보조교사를 1명 더 두겠다는 것과 그 아이의 부모에게도 보고를 했고, 협조를 부탁했다는 것이다. 나는 극성 엄마인 걸까. 난생 처음 맡은 엄마라는 역할은 너무나도 어렵다.
<안세라(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