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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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을 캐러 몰려들던 인적은 간데 없고 적막함만…

2019-12-20 (금)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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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가이드 Gold Mountain (8,235’)

금을 캐러 몰려들던 인적은 간데 없고 적막함만…

Gold Mountain에서 바라본 계절호수 Baldwin Lake.

금을 캐러 몰려들던 인적은 간데 없고 적막함만…

옛 Doble 금광시설의 한 잔존물.



富家不用買良田(부가불용매양전)
가문을 부유케 하는데 좋은 밭 살 필요 없느니
書中自有千鍾粟(서중자유천종속)
책 속에 그대로 천종의 많은 곡식이 있는 걸
安居不用架高堂(안거불용가고당)
편히 기거하려 높은 집을 지을 필요도 없네
書中自有黃金屋(서중자유황금옥)
책 속에는 이미 황금으로 치장된 집이 있도다
出門莫恨無人隨(출문막한무인수)
문 밖에 나서매 따르는 종자 없다 탓하지 말게
書中車馬多如簇(서중거마다여족)
책 속에 수레와 말이 지천으로 많이 들어있다
네娶妻莫恨無良媒(취처막한무양매)
장가를 드려는데 좋은 중매인 없다 한하지 마오
書中有女顔如玉(서중유녀안여옥)
책 속에 여인이 있되 그 얼굴이 옥같이 예쁘구나
男兒欲遂平生志(남아욕수평생지)
사나이로 태어나 평생의 뜻을 펴고자 할진대
六經勤向窓前讀(육경근향창전독)
육경을 창 앞에 펴놓고 부지런히 읽을지어다

송나라의 진종황제(眞宗皇帝)가 지었다는 권학문(勸學文)이다. 옛날 과거시험준비에 몰두하던 양반자제나 아니면 오늘날 고시공부에 매진하는 야심찬 젊은이들에게 딱 들어맞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타산적인, 그러나 매우 고무적이고 매력적인 권면이라고 하겠다.


여기에 비하면 공자의 가르침을 적은 ‘대학’의 첫 문장은 이와는 차원이 다르다.

대학지도(大學之道)는 재명명덕(在明明德)하고 재친(신)민(在親民)하고 재지어지선(在止於至善)이라.

“큰배움의 길이란 인간이 본래 지닌 밝은 덕을 더욱 밝게 하는데 있고, 사람들의 품덕을 언제나 새롭게 하는데 있으며, 지극히 선한 최선의 경지에 이르도록 하는데 있다”고 번역된다.

대학의 삼강(三綱)을 이르는 말로, ‘명명덕,신민,지어지선’은 유교의 교육내용이자 목표이기도 하였다. 명덕은 “인의례지신”을 이르는것이고, 신민은 사람들의 사상관념과 도덕품성을 부단히 혁신시킨다는 뜻이며, 지어지선은 인간의 품덕수양과 문명정도를 최선의 경지에 이르도록 한다는 의미라고 하니, 위에서 인용한 권학문과는 지향하는 바가 하늘과 땅의 차이가 있다고 하겠다. 절대권력을 지닌 위정자 황제의 가르침과, 고금을 통해 인류의 큰스승으로 남은 학자가 지향한 이상이 이처럼 확연히 다르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각설하고, 우리가 살고있는 이 캘리포니아는, 1848년에 Coloma의 Sutter’s Mill에서 금이 발견됨으로써 촉발된, ‘California Gold Rush’로 인하여 급속히 인구가 늘게 된다. California Dream이라는 표현이 온 세상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고 선망될 정도로, 팔자를 고칠만한 돌연한 부의 획득이 도처에서 이루어진다.

결국, 1000여년전에 진종황제가 ‘책’을 통해 사나이의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설파한 글에서, ‘책’ 대신에 ‘금’을 대입하면 딱 걸맞는 그런 꿈과 신념을 가진 49er들이 가주에 밀물처럼 들어오게 된 것이다.

이 때 우리 조선의 이웃인 중국인들도 일을 찾아, 또 금을 찾아 태평양을 건너오게 되는데, 이들은 캘리포니아를 ‘Gold Mountain’이라는 뜻으로 “금산(金山)”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LA를 중심으로 하는 우리 남가주에도 나름대로의 크고 작은 Gold Rush들이 이곳 저곳에서 여러번에 걸쳐 있었는데, 오늘은 San Bernardino Mountains에 있는, 글자 그대로 산의 이름이 ‘금산’인, Gold Mountain을 찾아가기로 한다.

Barney & Charley Carter 형제가 있었다. 오랫동안 금을 찾아 산을 헤매고 다녔으나, 이렇다 할 수확이 없는 세월을 보내다가, San Bernardino 지역에서 최초로 발견된 금으로 인하여 한창 활기를 띄고 있는 Holcomb Valley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늦어, 이들이 이곳에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그래서 이곳에서 약간 동남쪽이면서 오늘날의 Baldwin Lake의 북쪽으로 탐광산행을 하게 된 것은 1873년이었다. 해가 뉘엿뉘엿 기울어들 무렵에 잠시 바위에 기대어 쉬다가 문득 앞쪽의 30’ 높이의 바위를 올려다 본 순간, 저녁햇살을 받아 밝게 빛나는 돌출된 바위 모서리가 눈에 들어온다.

마침내 오매불망턴 금맥을 발견한 것인데, 이 곳이 뒷날 ‘Gold Mountain’으로 불리우게 되는 산의 자락이다. 그들은 불과 열흘 뒤에 이 금광을 Elias Jackson “Lucky” Baldwin (1828~1909)의 대리인에게 30,000달러라는 거금에 팔게 된다. Baldwin이라는 사람은 Nevada에 있는 한 금광으로 막대한 부를 쌓은 인물인데, 경마와 미인들에서도 늘 행운이 따른다고 하여, 세인들에게 “Lucky” Baldwin으로 불렸다는 San Francisco의 대부호였다.

이 광산을 보기위해 최초로 남가주를 방문한 그가 이곳 San Gabriel Valley의 야생화 등의 아름다움에 감동한 나머지 이곳에 있던 Rancho Santa Anita를 구입하여, 그의 여생동안 이를 남가주의 거처로 삼는다. 현재 Arcadia에 있는 Los Angeles County Arboretum and Botanic Garden이 바로 이곳이고, Santa Anita Park의 경마장도 그가 건설한 것이다. 최초의 In-N-Out Burger 가게가 생긴 것으로도 잘 알려진 City of Baldwin Park도 그의 이름에서 비롯되어진 것이라고 하니, Gold Mountain 으로부터 촉발된 ‘나비효과’가 결코 작지 않았다고 하겠다.

그는 이 Gold Mountain 에 250,000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돈을 투자한다. 이 산 주변의 많은 땅을 사들이고, 중국인 노동자들을 투입하여 3마일 길이의 도로와 6마일 길이의 수로를 건설한다. 원광석을 분쇄하는 대형 Stamp Mill을 발주하여 건설하고, 150인에 이르는 광부들을 고용하여 금을 채취한다. 그러나 이 사업에서는 그는 결코 “Lucky” Baldwin이 되지 못하고, 결국 손을 떼게 된다.

한때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던 ‘Gold Mountain City’도 다 사라졌다. 최초의 개장에서 부터 폐장될 때까지의 전체기간에 걸쳐 아마도 총가액으로 600,000불 정도의 금이 산출되었을 것으로 본다고 하니, 이 Gold Mountain에서의 엄청난 황금 노다지는 결코 없었다고 하겠다.

정상에서의 뷰가 아주 대단한 이 Gold Mountain의 산행은 왕복 3.6마일로 길지 않고, 순등반고도도 900’내외로 아주 쉬운 편이다. 다만 등산로 입구까지는 약간 거친 2.4마일 거리의 비포장도로 구간이 있으므로 Ground Clearance가 높은 차량을 이용해야 하고, 등산로로 이용할 비포장도로 3N69의 몇몇 구간에는 노면상태가 아주 거칠기에 튼튼한 등산화를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

가는 길

Fwy10 East를 따라가다가 Fwy215 North로 갈아 탄 후에 다시 SR210 East로 들어간다. SR330 North를 만나면 다시 이를 따라 Running Springs가 있는 SR18까지 간다. 이제 SR18을 따라 Big Bear Lake의 초입까지 간다. 여기서 길이 갈라지는데 왼쪽으로 SR38이 갈라진다. 이 SR38을 따라가면 Fawnskin Town이 나온다.

계속 동쪽으로 약 6.5마일을 더 가면 길이 갈라진다. 직진으로 SR18을 따라 3.6마일을 더 가면 왼쪽으로 Holcomb Valley Road( 3n16 )가 갈라진다. 여기서 좌회전한 후에 차량의 주행거리계를 ‘0’으로 셋팅하고 다음과 같이 주행한다.

1마일이 되는 지점에 이르면 정면에 San Bernardino County의 쓰레기매립장(Dump)이 나온다. 이곳에서 좌회전한다. 여기서 부터는 비포장도로이다.

주행거리계가 1.9마일을 가리키는 곳에 이르면, 도로의 오른쪽에는 거칠게 파헤쳐진 낮은 산줄기와 바위덩이들이 있고, 왼쪽에는 골격만 남은 낡은 목재구조물이 자칫 쓰러질듯 기울어진 형태로 있는 것을 보게 된다. Doble Gold Mine의 잔재이겠다.

2.5마일 지점에는 왼쪽으로 크고 높은 암괴가 성곽처럼 솟아있고 커다란 소나무 몇그루가 모여 서있다. 왼쪽으로 우리의 등산길이 될 Jacoby Canyon Road( 3N69 )가 갈라진다. 이곳의 적당한 공터에 주차한다. 여기까지 LA한인타운에서는 약 111마일의 거리가 된다.

등산코스

여기서 왼쪽 즉 남쪽으로 나있는 비포장도로를 따라 산행을 시작하는데, 일부구간은 도로상태가 너무 거칠어 웬만한 4X4차량은 통과할 수 없다. Monster 4x4차량 클럽멤버들이 즐겨 찾아오는 길인 듯 하다.

이곳(해발고도 7,330’)에서 Gold Mountain정상을 오르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번째는 구불구불한 1.8마일 거리가 되는 비포장도로 3N69를 따라 가는 방법이다. 완만한 오름길이나, 도로면에 크고 작은 돌들이 많아 미끌어지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가 있다.

두번째는 등산로입구에서 바로 왼편으로 있는 큰 암괴쪽의 경사진 산줄기를 타고 0.3마일쯤의 거리가 되는 능선에 오른 후에, 오른쪽으로 꺾어 능선의 고점을 따라가서 두번째의 봉우리에 있는 정상에 오르는 방법이다. 비포장도로를 따르는 코스보다 거리가 짧은 대신 일정한 등산로가 없어 Pinyon Pine, Juniper 들이 울창한 숲속을 이리저리 그 가지들을 몸으로 또 손으로 헤치고 나가면서 산을 올라야 한다.

등산시에는 숲속을 뚫고 오르는 루트로 가고, 하산시에는 비포장도로를 따라 내려오는 것도 또 다른 좋은 선택이 될 수 있겠으나, 오늘 우리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볼 수 있을, 비포장도로 3N69를 따라 올랐다가, 동일한 코스로 하산하는 방식으로 산행을 하기로 한다.

산행코스는 비교적 단순하다. 구불구불 펼쳐지는 비포장도로를 그저 따라 오르면 되는데, 순등반고도가 900’에 지나지 않으므로 전체적으로 가파른 오름길이 전혀 없이 편안한 산책을 하는 느낌이다. 울창한 숲속으로 나있는 길이므로 공기도 맑고 청량하다.

등산시작점으로부터 대략 0.4마일이 지날 즈음, 우리가 지금 따라가고 있는 비포장도로 3N69를 좌우로 횡단하는 가느다란 등산로를 볼 수 있다. 이곳을 지나는 PCT의 일부이다.

산의 정상부에 거의 이르면 비포장도로가 희미해지며 평지같은 넓직한 지형이 된다. 남동방향으로 0.1마일쯤을 계속 나아간다. 굵직한 Juniper 몇 그루가 모여있는 곳의 뒷쪽에 있는 크고 붉은 바위덩이가 최정상점이다. Gold Mountain임을 알려주는 금속 Benchmark가 있다. 동서남북에 걸쳐 전망이 탁월하다.

동쪽으로는 토착인디안들이 매우 신성시했다는 계절호수 Baldwin Lake가 매우 가깝고 그 왼쪽 뒤편으로는 Granite Peaks(7,527’)의 산줄기가 병풍처럼 둘러있다. 서쪽에는 1884년에 댐을 쌓아 조성한, 수면의 해발고도가 6,750’(2,060m)에 이르는 인공호수 Big Bear Lake의 푸른물이 아주 가깝고, 서남쪽으로는 Ski Resort들이 보인다.

남쪽으로는 Big Bear City, Sugarloaf Mountain (9,552’), Mt. San Gorgonio (11,503’)들이 차례로 자리를 잡고 있다. 끝으로 북쪽 가까이로는 밝게 빛나는 Silver Peak (6,756’)의 산줄기 너머로 광막한 Mojave Desert가 끝간데 없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옛날 그 옛날에 금을 캐러 이곳에 몰려들었던 그 수많은 사람들도 이렇게 이곳 정상에 올라 이 아름다운 대자연의 경개를 대하며 이런 충만감을 누렸을 것인지 궁금해진다. 두마리 작은새가 뽀르릉 뽀르릉 주변을 서성이다 사라지고, 다만 흰구름만 떠있을 뿐 사위가 자못 적막하다. 바위에 편히 앉아 주위를 둘러본다.

한 때는 이곳 도처에서 볼 수 있었다는 Grizzly Bear, Stamp Mill이 토해냈을 법한 굉음, Golden Dream을 꾸던 거친 사나이들, 중국인 인부들의 땀방울 빈곤 고독 등을 상상해 본다. 그들은 지금 다 어디에 있는가! 존재의 무상함이 가슴을 적신다. 가일층, 오늘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 이 사람, 이 삼라만상을 사랑해야 함을 알겠다.

310-259-6022
http://blog.daum.net/yosanyosooo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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