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말라 해리스의 퇴장과 마이클 블룸버그의 입장, 엘리자베스 워런의 추락과 피트 부티지지의 약진, 불안한 1위에서 ‘핫(hot)’한 선두주자로 재도약한 조 바이든과 2위로 복귀한 버니 샌더스, 다음 주 후보토론 참가자격 문턱도 아직 넘지 못한 코리 부커와 줄리안 카스트로…지난 2~3주 민주당 대선경선 필드가 탄핵뉴스의 그늘에서도 중요한 변화를 보이며 재편되었다.
한때 선두권 주자로 각광받았던 해리스를 비롯한 3명 주자의 12월초 잇단 퇴장으로 현재까지 총 14명이 하차했으나 억만장자 블룸버그와 드발 패트릭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의 뒤늦은 출마로 민주 경선필드는 여전히 17명이 북적대는 초만원 상태다.
첫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를 53일 앞둔 현재, 혼전의 판세에도 조금씩 윤곽이 잡혀가고 있다. 순위가 뒤바뀌고 있지만 선두권 주자들의 입지는 어느 정도 확보되었고 트럼프 재선이 두려운 민주당 표밭엔 “새로운 희망과 위험한 사랑에 빠지기 보다는 안전한 선택을 선호하는 현실적 분위기”가 확실하게 드러나고 있다.
‘현실적 분위기’의 최대 수혜자는 당선가능성을 내세워온 바이든이다. 10일 발표된 두 개의 여론조사에서도 전국지지율 1위를 여유있게 지켜냈다.
이날 발표된 몬머스대학과 퀴니피액대학의 두 여론조사의 지지율 순위는 같다. 바이든이 26%와 29%로 1위, 샌더스가 21%와 17%로 2위, 워런이 17%와 15%로 3위, 부티지지가 양 조사 모두 8%로 4위를 기록했다. 여론조사 실시 1주 전에 출마한 블룸버그가 두 조사에서 각각 5%를 기록하며 5위로 데뷔한 것도 눈에 뜨인다. 70대 4명과 30대 1명의 1~5위까지 이 순위는 11일 현재 리얼클리어폴리틱스의 전국지지율 평균과도 동일하다.
지난해 겨울 이후 계속 1위를 차지하던 바이든은 금년 6월 민주당 첫 대선주자 토론에서 무너지며 불안하게 흔들리다가 여름 한때 워런에게 잠깐 선두자리를 넘겨주기까지 했지만 곧 되찾았고, 이번 주엔 2위와의 차이를 다시 두 자리 숫자로 벌리며 1위 위상을 확인시켰다.
초라한 토론실력, 저조한 모금실적, 우크라이나 스캔들 연루, 진보파의 공격 등 악재에도 패닉 상태에 빠지지 않고 절대 지지를 보내는 흑인표밭을 ‘북극성’ 삼아 ‘꾸준히, 천천히’ 자신의 페이스를 지켜온 때문이라고 CNN은 분석했다.
초기 경선 4개주 중 백인지역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선 부티지지가 샌더스와 1,2위 각축전을 벌이고 있지만 흑인과 라티노 등 유색인이 많은 사우스캐롤라이나와 네바다에선 바이든이 19포인트와 9포인트 차이로 2위 워런을 크게 따돌리고 있다.
최근의 심장마비에도 불구하고 78세 최고령 샌더스는 ‘피플 파워’와 ‘모금’을 강점으로 선전하고 있다. 10일엔 60만 회원을 가진 40개 진보좌파 단체 연합의 공개지지를 획득, 워런을 제치고 진보의 기수로 입지를 확보했다. 부의 재분배와 불평등 투쟁의 타협 없는 정치혁명을 천명하는 샌더스의 충성스런 지지표밭은 그러나, 더 이상 확대되지는 않고 있다. 상당수 민주 유권자들에게도 ‘사회주의자’의 당선가능성은 상상하기 힘들어서일 것이다.
여름부터 초가을까지 무서운 속도로 치솟았던 워런은 가을부터 겨울까지 같은 속도로 하락을 거듭했다. 구체적이고 과감한 정책들을 제시하며 뜨거운 갈채를 받았으나 대표 공약 ‘메디케어 포 올’이 치명적 허점들을 드러내면서 지지율이 함께 곤두박질치기 시작한 것이다.
자신이 어필하는 백인 고학력 표밭을 잠식하는 부티지지를 정면 비난하는 등 적극 공세로 모멘텀 회복을 시도하고 있으나 쉽지는 않아 보인다. 그러나 민주표밭에서의 호감도는 76%로 1위를 방어했다. 몬머스 조사결과로 지지율 1위의 바이든 호감도는 56%에 그쳤다.
부티지지를 겨냥한 현미경 검증도 시작되었다. 선두권 주자들이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이니 고달프긴 해도 소도시 시장이 공직경험의 전부인 37세 부티지지에겐 긍정적 신호다. 거액 후원자들과의 친분을 지적하며 자금출처를 밝히라는 워런의 공격에 10일 과거 컨설턴트 시절의 고객명단과 모금행사를 언론에 공개했다.
앞으로 계속될 검증에 대한 대응과 흑인 등 마이너리티 표밭의 지지 여부에 따라 당 후보 역량을 가진 선두권 주자로 계속 남을지 초기의 반짝 스타로 끝날지가 결정될 것이다.
5위로 데뷔는 했지만 54%의 높은 비호감도를 보인 블룸버그의 미래는 잔뜩 흐려 보인다. 11월 마지막 주에 자기 돈 2,300여만 달러를 쏟아 부은 소나기 TV광고로 “일자리 창출자, 리더, 문제 해결자‘의 이미지를 부각시켰으나 조지 부시를 지지했던 전 공화당원, 인종차별적 경찰전술을 포용한 전 뉴욕시장, 진보 경제정책에 회의적인 이 억만장자는 현재의 좌편향 민주당에겐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어서다.
민주 유권자의 5명 중 2명은 이제 지지후보에 대한 “마음을 정했다”고 퀴니피액대 조사에서 답했다. 그러나 같은 조사에서 “마음을 바꿀 수 있다”는 응답자가 59%나 되었다.(물론 경선 판세 역시 계속 바뀔 것이다) 최우선 과제는 여전히 56%가 꼽는 ‘트럼프 낙선’이다.
탄핵 당할 대통령의 재선조차 막아낼 자신이 없는 불안한 상태, 그것이 2019년 12월 민주당 대선경선의 답답한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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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록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