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이웃의 아름다운 날’(A Beautiful Day in the Neighborhood) ★★★★½ (5개 만점)
▶ 아버지에 분노 가득찬 기자, 로저스의 삶과 생각 조명하며 화해하며 변화하는 과정 훈훈
빨간 카디간을 입은 미스터 로저스가 운동화를 신기 위해 구두를 벗어 재주를 부리고 있다.
1968년부터 2001년까지 방영된 아동들에게 선과 친절을 가르쳐 주는 TV프로 ‘미스터 로저스의 이웃’의 호스트였던 장로교 목사 프레드 로저스(탐 행크스)의 삶의 한 에피소드를 다룬 감동적이요 아름다운 드라마다.
미스터 로저스로 불린 그는 빨간 카디간에 운동화를 신고 장난감과 꼭두각시 등을 사용해 아이들에게 착함과 상냥함 그리고 부드러운 인간성을 조용히 가르쳐주던 인간 천사와도 같은 존재였다. 실화로 에스콰이어 잡지의 기자 탐 주노가 쓴 글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탐 주노는 영화에서 로이드 보겔이라는 이름으로 나온다.
영화는 그를 취재하러 온 에스콰이어 잡지의 기자로 아버지와의 불화로 분노에 차 있는 로이드 보겔(매튜 리스)이 그를 취재하다 감동을 받아 마음의 분노를 삭이고 아버지와 화해를 하는 인간변화의 얘기를 다루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스터 로저스의 삶도 조용하고 아름답게 조명되고 있다. 영화는 미스터 로저스가 아이들에게 보겔과의 얘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영화가 어떻게나 차분하고 느리고 또 감정적인지 자칫하면 심심하고 감상적이 될 수도 있었으나 여류 감독 마리엘 헬러는 이를 자유롭게 극복하고 눈물과 웃음이 교차하는 훌륭한 영화를 연출했다. 헬러의 연민과 순수가 가득한 마음이 절실히 느껴지는 작품이다.
심층보도 기자인 보겔은 편집장으로부터 특집용으로 미스터 로저스를 인터뷰해 기사로 쓰라는 지시를 받는다. 이 일을 신통치 않게 여기는 보겔이 미스터 로저스를 찾아가 인터뷰를 시작한다. 그런데 미스터 로저스가 지나치게 세속적인 질문은 사양한다며 보겔의 기자로서의 식견마저 무시하자 보겔은 인터뷰를 포기할 생각마저 한다.
그러나 인터뷰가 계속되면서 보겔은 서서히 로저스의 삶과 생각을 이해하고 또 그에 감동이 되면서 자기 안의 문제도 슬기롭고 차분하게 풀어나가게 된다. 인터뷰 과정에서 로저스의 삶의 면면이 곱고 사실적으로 묘사된다.
보겔은 아버지에 대한 적개심에 늘 시달리고 괴로워하고 있다. 아버지(크리스 쿠퍼)가 아내가 중병에 걸렸을 때 아내를 버리고 집을 나갔기 때문이다. 그 뒤로 보겔은 아버지를 외면하고 증오해 왔다. 이런 아버지에 대한 증오가 미스터 로저스를 취재하면서 서서히 녹아내리게 되는데 보겔이 뒤늦게 찾아간 아버지는 불치의 병에 걸린 상태다.
영화의 부드럽고 서두르지 않는 연출이 로저스의 삶을 완벽하게 묘사하고 있는데 참으로 자비롭고 우아한 작품이다. 선이 행할 수 있는 기적과도 같은 인간의 변화를 조용한 음성으로 가르쳐주는 영화에서 보기 좋은 것은 엷은 미소를 띤 행스의 착 가라앉은 연기다. 완벽한 연기라고 하겠는데 오스카 상감이다. 이와 함께 리스의 연기도 좋다.
필자는 이 영화를 토론토영화제에서 봤는데 주위에서 코를 훌쩍이는 소리를 들었고 필자도 눈물을 흘렸다. 요즘처럼 살벌한 시대에 참으로 필요한 영화로 할러데이 시즌에도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Tristar. 일부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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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