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막지대에서 구름 닿는 곳까지’ 23마일 17시간의 대장정

2019-11-15 (금)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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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가이드 - Mt. San Jacinto - Cactus to Clouds(C2C) Trail ❶

‘사막지대에서 구름 닿는 곳까지’ 23마일 17시간의 대장정

Mt. San Jacinto 정상에서 바라보이는 Mt. San Gorgonio(11503’)의 웅자.

‘사막지대에서 구름 닿는 곳까지’ 23마일 17시간의 대장정

Palm Springs Art Museum 구내의 등산로 입구.


‘사막지대에서 구름 닿는 곳까지’ 23마일 17시간의 대장정

바위투성이의 등산길.



남가주는 사시사철 일년내내 생활하기에 너무나 좋은 기후조건을 지니고 있음은 자타가 두루 인정하는 바 이다. 그러므로 거주민들은 이에 대한 긍지와 자랑이 대단하고, 방문객들 역시 이를 매우 감탄하고 선망하는 것이 남가주민들의 행복한 현실이라 하겠다. 다른 주에 비해 집값이 비싸서 주거비가 많이 든다는 큰 문제점이 있으나, 이는 우리가 사는 이 지역이 그만큼 천혜의 주거지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선망되고 각광받고 있다는 반증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취미로 등산을 즐기는 사람의 입장으로서도 이 남가주의 날씨는 너무나 매력적이고 고맙다. 기온이 높은 여름철에는 해발고도가 높은 10,000’ 이상인 고산을 찾아가면 청량한 기운이 감도는 송림 아래로 다리가 뻐끈할 만큼의 장거리 등산을 즐길 수도 있고, 이러한 고산들에 흰눈이 쌓여 꽁꽁 얼어붙게 되는 겨울철에는 5,000’ 미만의 산들을 찾으면, 따뜻한 햇살이 아롱거리는 관목들 사이로 아기자기하고 여유로운 산행을 언제라도 즐길 수 있다. 즉 등산인의 입장에서는 어느 계절이라도 그때 그때의 조건에 맞는 산을 택해 무리없이 즐겁게 산행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어느 특정한 산을 염두에 두고 생각해보면, 그 산으로의 등산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바람직한 계절이 특별히 따로 있을 수 있다. 오늘 안내하는 “C2C” 등산도 이런 경우에 해당하는 적절한 예가 되겠다.

“C2C”란 “Cactus to Clouds”란 표현을 줄여 부르는 말인데, 선인장이 서식하는 덥고 낮은 사막지대에서 시작하여 흰구름이 걸리는 높은 산까지 올라가는 코스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즉, Palm Springs의 시가지 한켠에 있는 Palm Springs Art Museum(해발고도 450’)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Mt. San Jacinto(10,834’)정상까지 오르는 편도 17마일의 루트를 지칭한다. 순등반고도가 10,500’가 넘어 당일산행으로는 전 미국에서 단연 최고의 순등반고도가 된다고 한다.

산이 높고 코스가 길고 보니, 등산을 하기에 여름철이 좋을 듯 하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등산을 시작하는 지점이 해발 450’가 되는 낮은 곳이면서 또 Palm Springs라는 열사의 사막 땅이다보니 해발고도가 대략 6,000~7,000’가 될 때까지의 여러 시간동안에 사람이 쉴만한 그늘을 드리울 정도의 초목이 거의 없이, 온통 덤불류의 식물들과 바위들만이 노정된 거칠고 험난한 구간을 지나야 하므로, 여름에는 자칫하면 더위를 먹거나 탈수증으로 생명이 위태롭게 될 위험이 따르는 구간이다.

겨울과 봄에는 산의 윗부분에 쌓인 눈때문에 위험이 따르고, 여름에는 산의 아랫부분에 내리쬐는 태양열로 위험이 따른다. 결국 눈이 다 녹은 늦은 봄이나, 눈이 내리기 전의 늦은 가을이나 이른 겨울이 이 코스 산행의 적기라고 하겠는데, 이 구간의 응달진 곳에는 좀처럼 눈이 녹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은 첫눈이 내리기 전인 10월이나 11월 쯤이 가장 무난하고 좋은 시기라고 하겠다.

원래 이 루트는 1929년의 대공황시기에 뉴딜정책의 일환으로 설립되어 운영됐던 CCC(Civilian Conservation Corps)에 의해서 등산로를 만들어졌었다고 하는데, 그 후에 이 등산길이 별로 이용이 되지않은 채로 오랫동안 버려져 왔다고 한다. 그러다가 1991년에 Coachella Valley Hiking Club의 Ray Wilson과 Sue Birnbaum의 두 사람이, 이 Trail로의 등산을 해보자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길이 거의 사라진 Skyline Trail의 윗쪽 구간, 즉 지금의 Upper Tram Station의 아랫부분 구간에 황색의 금속표지를 붙여가며 루트를 탐색 개척하였고, 드디어 1992년에 North Lykken Trail에서 출발하여 17마일에 걸쳐 10,500’의 고도를 오르는 이 루트의 시험산행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1993년에는 Coachella Valley Hiking Club에 이 루트를 정식산행지로 채택케하여 다른 4명의 회원과 같이 이 루트로의 산행을 한 일이 현대적인 “C2C”산행의 효시가 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Cactus to Clouds”라는 표현도 이때 이들이 창안한 말이라 한다.

이 코스의 등산을 거론할 때, Skyline Trail이라는 말이 보이기도 하는데, Palm Springs Art Museum에서 Tramway의 Upper Station부근인 Grubb’s Notch까지 11마일에 8,000’를 오르는 1단계 루트를 의미한다.


대개의 등산인들은 “C2C”나 Skyline Trail의 등산을 하고나면, 하산은 Tram을 이용하는 것이 보통이나, 일부 맹렬등산인들은 다시 11마일의 Skyline코스를 걸어서 내려가기도 한다. 이 경우는 왕복 33마일의 당일산행이 되는데, 이를 특별히 “C2C2C”, 즉 “Cactus to Clouds to Cactus”라 표현한다.

Palm Springs나 그 인근에 살고있는 등산인들 중에는 거의 매주 한번은 정기적으로 Skyline Trail의 산행을 하는 매니아들이 적지않다. “C2C2C”는 주로 패기만만한 젊은 Trail Runner들이 자신의 체력을 가늠해 보기 위한 시금석으로 활용하는 듯하다.

이 등산로의 이용상황은 “http://www.mtsanjacinto.info/”에서 알아볼 수 있다. 필자는 2008년 10월18일에 이 C2C루트를 초등했었다. 이 웹에서 이름을 알게 된 Cy Kaicener라는 분과 연락이 닿아 11마일의 Skyline구간까지는 동행을 했었다. 당시 그는 240번째로 Skyline 루트를 오른다며, 남자로서는 이 코스의 최다등반기록이라고 했다. 그와 헤어진 후 나머지 정상까지의 편도 6마일구간은 나홀로 산행을 했었다.

2005년 Backpacker라는 잡지에 Mike Lanza편집인 명의로 게재된 “America’s Hardest Dayhikes”라는 기사에는, 이 C2C의 산행이 미국에서 다섯번째로 힘든 곳으로 올라있다. 참고로 그 부분을 발췌하여 소개한다.

1. Timberline Trail(Mt. Hood, OR) - 산행거리: 41마일; 어려운 점: 긴 거리

2. Pemi Loop(White Mountains, NH) - 32마일; 거친 바위들

3. Great Range Traverse(NY) - 25마일; Ups & Downs

4. Windom Peak(CO) - 20마일; 천둥번개

5. Cactus to Clouds(CA) - 23마일; 끓는 온도

6. Great Smoky Mountains End to End(TN/NC) - 32 마일; 진흙 벌레 습도

7. Grand Canyon South Rim to North Rim (AZ) - 21마일; 더위

8. Enchantment Lakes Traverse Cascade Range(WA) - 18마일; Sketchy footing

9. Paintbrush Canyon/Cascade Canyon Loop (WY) - 19마일; 많은 마라토너들

10. Bigelow Range Traverse(ME) - 17마일; 흑파리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있는 이 “C2C”의 산행을 함에 있어서 특별히 주의해야 할 점을 내 나름대로 간추려 본다.

첫째, 이 루트의 등산경험이 있는 리더가 있어야 하고, 대원들은 산행경험이 많고 장거리 고소등반을 소화할 수 있는 일정수준의 체력이 있어야 한다.

둘째, 고산에 눈이 다 녹은 늦은 봄이나, 눈이 오기전의 가을을 택하여 등산을 함으로써 가능한한 더위 또는 눈을 피하도록 한다.

셋째, 일출이 되기 몇시간 전에는 등산을 시작하여, 해가 뜰때 쯤에는 이미 5,000~7,000’ 이상의 고지에 올라가 있도록 계획을 세우면 더욱 안전하다. 필자의 경우 대개는 자정이나 새벽 2시에 산행을 시작했다.

넷째, Skyline Trail의 11마일 구간에는 식수를 구할 수 없으니, 미리 충분한 물을 지녀야 한다. 대략 4~6리터가 필요하다.

다섯째, 워키토키나 헤드램프를 과신하지말고, 시종 밀착된 행군대형을 유지하여 결코 낙오되는 대원이 없도록 한다.

여섯째, 오르는 중간에 힘들다고 산행을 포기하고 도로 내려갈 수 있는 루트가 아니므로, “반드시 오르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해가 뜨기 시작하면 고도가 낮은 구간은 “달구어진 뜨거운 프라이팬”이 되어 매우 위험하므로 어쨌든 하산이 아닌 등산을 계속해야 한다. 이 등산로에서 가끔씩 일어나는 인명피해는 주로 이를 어긴데서 비롯됐다.

이른 새벽이나 깜깜한 밤중에 산을 오르기 시작하려면, LA지역에 사는 사람의 경우에는 거리가 멀기에 충분히 잠을 자지 못한 컨디션으로 힘든 등산을 해야한다는 부담이 있고, 여명까지는 산행과정에서의 경관을 즐길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더위를 피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훨씬 안전하고 쾌적한 산행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더욱 중요하다고 하겠다.

한 밤중에 산행을 하는 것도 나름대로의 운치나 낭만이 있고, Palm Springs시가의 영롱한 야경을 즐길 수 있는 등, 나름대로의 좋은 점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가능하다면 보름달이 뜨는 날을 골라 산행을 하면, 모처럼 교교한 달빛을 받아 전혀 다른 신비로운 모습으로 드러나는 산악세계를 걷는, 운치가 아주 그만인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겠다. 등산과정이 쉽지는 않지만 고생을 견디면서 등정을 마쳤을 때는 그만큼 큰 자부심과 성취감을 누릴 수 있다.

Skyline 구간에서의 야영은 일체 허용되지 않으며, 이 구간은 산림청 등 유관기관에서 정식 등산로로 간주하지 않기에 공공기관 차원에서의 관리가 행해지지 않고, 단지 동호인들이 나름대로 비상용품 보관함이나 안내표지 등을 비치하여 관리하고 있다.

별도의 퍼밋이 없어도 입산이 허용된다. 그러나 “C2C” Full Course의 등반을 위해서는 Skyline구간의 등반을 마친 후에, Long Valley의 Ranger Station에서 Mt. San Jacinto 산행을 위한 Self-issued Permit을 받아야 한다.

보통은 Skyline구간 편도 11마일을 오르는데 9시간, 나머지 정상까지 왕복 12마일의 산행에 8시간이 걸리므로, 총 23마일에 17시간 내외를 잡으면 되겠다. 이 C2C 루트의 총산행거리에 대해서는 20마일에서 23마일까지로 서로 다른 통계가 인용되고 있는데, 필자는 등산전문잡지 “Backpacker”에 수록된 ‘23마일’을 채택하였다.

<11월22일자에 계속>
310-259-6022
http://blog.daum.net/yosanyosooo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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