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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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 인디언의 숨결 느껴지는 원시의 자연이 여기에…

2019-10-18 (금)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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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가이드 Scodie Mountain (7,294’)

그 옛날 인디언의 숨결 느껴지는 원시의 자연이 여기에…

Scodie 정상부 바위들의 모습.

그 옛날 인디언의 숨결 느껴지는 원시의 자연이 여기에…

Scodie 정상부 바위들의 모습.


그 옛날 인디언의 숨결 느껴지는 원시의 자연이 여기에…

정상에서의 Mojave 사막 전망.



21세기 거대 도시민의 일원으로 삶을 영위하는 우리들의 일상을 돌아보면, 우리가 매 순간 순간, 노상에서, 식당에서, 또는 마켓이나 가게에서, 수시로 마주치고 스치는 숱한 사람들이 나에게는 그저 그런 불특정한 사람들에 지나지 않을 뿐으로, 특별한 관심이나 반가운 마음이 거의 들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때로는 오히려 보행에 걸리적 거린다는 류의 다소 성가시거나 귀찮은 느낌이 들기도 하는 것이 오늘 우리의 현실이기도 하다.

실로 많은 사람들이 한정된 공간에서 고밀도로 북적이면서 살아가지만, 서로 만남 없는 만남으로 그냥 교차할 뿐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별다른 의미가 없는 단순한 지나침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이러한 사람들의 부단한 물결이 어느 면으로는 “익명의 자유”가 되기도 하고 또 다른 면으로는 “군중속의 고독”이 되기도 하는 것이겠다.


그런데, 이 남가주의 넓고 넓은 산악지역을 무대로 등산활동을 하다보면, 산속에서 다른 사람을 조우케 되는 일이 그리 잦지 않다. 특히 외곽지역에 있는, 널리 알려진 산이 아닐 때에는 더욱 사람을 마주치는 일이 아주 드물다. 그런만큼 어쩌다 산행중에 만나게 되는 사람이 있으면, 물론 당연히 생면부지의 사람이지만, 그렇게 반갑고 든든하게 느껴질 수가 없다.

하고 많은 지역의 산들 가운데 오늘 바로 이 시각에 이렇게 외진 장소에 함께 있다고 생각하면 어떤 따스하고 진한 동질감이 느껴진다. 서투른 영어일지라도 몇마디 반가운 마음을 드러낸다. 이내 스치고 지나쳐 서로 차츰 멀어져 가더라도 이 적막한 산속에 나 이외의 다른 사람이 같이 있다는 사실이 마냥 반갑고 듬직하다.

그렇기에 등산을 하면서 깨닫는 것들 가운데 하나가 사람에겐 사람이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이다. 남녀나 노소, 흑백이나 미추에 관계없이 어쨌거나 모두가 반갑고 소중하다. 물론 함께 산행길에 나선 동료도 마찬가지로 서로가 서로에게 귀하고 고마운 존재로 더욱 가까이 다가온다. 사람이 사회적 동물이라 하는 까닭을 절실히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예가 아닐까 싶다.

오늘 소개코자 하는 Scodie Mountain (7294’)도 사람을 만나면 너무나 반가운 마음이 일렁거릴 만큼 발길이 드문 그런 한적한 곳이다. 아름다운 자연도 만나보고 사람의 소중함도 느껴볼 수 있는 산행이 되겠는데, 다져진 등산길이 거의 없어 주로 Cross Country를 하면서 나아가야 한다.

그 옛날에 어느 인디언부족원들이 사냥이나 나무열매를 구하기 위해 이 산을 올랐을 때의 주위의 정경이나, 첨단의 과학문명시대인 지금 우리가 이 산을 오르는 정경이나,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사람의 발자취가 적고, 대자연이 거의 원시상태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곳이라 하겠다.

이 Scodie Mountain은 Sierra Nevada의 남동쪽 끝에 있는 작은 산줄기인 Scodie산맥의 최고점을 이루는 산으로, Walker Pass의 바로 남쪽, Lake Isabella의 남동쪽에 위치하면서 Mojave사막으로 이어져 있는데, 행정구획으로는 Kern County에 속한다.

산림관리상의 구획으로는 Sequoia National Forest에 속하면서 Kiavah Wilderness의 일부가 된다. 1860년경에 현재의 Scodie Canyon의 초입부근에 정착하여, ‘Scodie’s Store’라는 식료품점을 열고, 광산일이나 목장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식량을 팔았던 William Scodie에서 산의 이름이 비롯되었다.


이 산을 오르는 루트는 여러가지가 있으나, 산의 북서쪽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Canebrake Creek을 경유하면서, 남쪽과 남동쪽으로 정상을 향해 오르는 코스를 따르기로 한다.

왕복 7마일에 순등반고도는 2,300’가 되며, 대개 5~6시간이 소요된다. 나아가는 길을 찾기가 다소 애매한 경우가 있을 수 있으므로 사전에 반드시 상세한 지도를 구해 주변의 지형과 등산로를 잘 숙지토록 하고, 단독으로 산행에 나서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겠다.

중간에 물을 구할 수 없으므로 충분한 식수를 지녀야 하고, 나무가지에 얼굴이나 팔, 다리가 긁히지 않도록 모자와 장갑, 긴 소매 옷을 준비할 것을 권한다.

정상에서 보는 광막한 사막과 첩첩한 산줄기들의 전망이 실로 아름답고 장쾌무비하며 더불어 정상부 주변의 변화무쌍한 바위들도 감탄을 자아낸다.

가는 길

LA 한인타운에서는, Fwy 101 North로 가다가 Fwy 170 North로 갈아탄다. 다시 Fwy 5 North에 이어 SR14 North로 들어가 이를 따라 Mojave까지 간다. LA 한인타운에서 약 85마일이 되는 곳이다. 이곳에서 계속 SR14 North를 따라 약 42마일을 더 간다. 왼쪽으로 SR178/Lake Isabella 표지판이 나온다. 이 SR178 West를 따라 Walker Pass까지 약 8마일을 간다. Walker Pass를 지나 약 1마일의 내리막 길을 가면 왼쪽으로 Walker Pass Campground가 나온다. 이곳으로 들어가 그 안에 주차한다.

LA 한인타운에서 약 136마일의 거리가 되고, 보통은 약 2시간 30분이 소요된다.

가는 길

LA 한인타운에서는, Fwy 101 North로 가다가 Fwy 170 North로 갈아탄다. 다시 Fwy 5 North에 이어 SR14 North로 들어가 이를 따라 Mojave까지 간다. LA 한인타운에서 약 85마일이 되는 곳이다. 이곳에서 계속 SR14 North를 따라 약 42마일을 더 간다. 왼쪽으로 SR178/Lake Isabella 표지판이 나온다. 이 SR178 West를 따라 Walker Pass까지 약 8마일을 간다. Walker Pass를 지나 약 1마일의 내리막 길을 가면 왼쪽으로 Walker Pass Campground가 나온다. 이곳으로 들어가 그 안에 주차한다.

LA 한인타운에서 약 136마일의 거리가 되고, 보통은 약 2시간 30분이 소요된다.

등산코드

Campground(4,960’)의 주차한 곳에서 남쪽을 향하여 나아가는 완만한 오름길을 따라간다. 0.5마일 지점에서 폭이 5m 내외가 되는 Canebrake Creek을 만난다. 이곳에서 부터는 이제 PCT가 아닌 Canebrake Creek의 하상을 따라 남쪽으로 나아간다. Creek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기에 하상도 그다지 넓지 않고 걷기에 별로 불편하지 않다. 길섶으로는 Sage Brush류가 많은데, 초반에는 몇몇 군데에서 Joshua Tree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산 전체를 망라하여 가장 많이 서식하며 푸른 숲을 이루고 있는 것은 단연코 Pinyon Pine이다. 바늘잎이 한 눈에 한 개씩 나는 것이 이 소나무의 특징으로 요즘같은 계절에는 이 Pinyon Pine의 아래를 잘 살피면 땅에 떨어져 있는 짙은 황갈색의 솔방울씨들을 심심찮게 주을 수 있는데, 껍질을 깨, 그 ‘잣’의 고소함을 음미할 만하다.

하상을 지날때 두세번 정도는 큰나무가 하상을 가로질러서 쓰러져 있는 곳이 있어, 잔뜩 몸을 낮추어 기거나 이를 넘어가며 요령껏 이를 통과해야한다.

해발고도 5,200’이 되는 지점에 이르면 Creek이 갈라진다. 왼쪽 갈래를 따라 간다. 다시 해발고도 5,500’이 되는 지점에 이르면 다시 Creek이 갈라진다. 여기서는 오른쪽 갈래의 하상을 따라 남서쪽 방향으로 올라간다. 진행방향이 남동쪽으로 바뀌며 고도 7,042’의 봉우리의 0.25마일 동쪽이면서, 해발고도 6,920’ 봉우리에 가까운 능선에 올라서게 된다.

이곳에서부터는 무성하게 자라있는 Pinyon Pine들의 사이사이로 몸을 피하며 널찍한 산줄기를 따라 남동쪽으로 나아간다. 썩어서 땅에 흩어져 있는 마른 나뭇가지들이 많아 사람들의 통행이 많지 않음을 짐작케 한다.

드디어 저 멀리로 마치 어느 나지막한 성곽같은 모습을 한 펑퍼짐한 바위봉이 눈에 들어오는데, 그 뒷편에 Scodie Mountain의 정상부가 있다. 이곳에서 산줄기의 굴곡이 잠시 동쪽을 향하여 나아가다가 다시 남동쪽을 향하게 된다. 주변에 큼직큼직한 바위덩이들이 많아지는 반면에 Pinyon Pine들은 다소 듬성 듬성해진다.

오래지 않아 모양이 다양하고 때로는 기묘한 큰 바위덩이들이 이곳저곳에 드문드문 많이 모여있는 정상부에 다다른다. 비교적 평평하고 너른 고원을 연상시킨다. 정상부에 가까워지면 경사가 다소 급해진다. 이따금씩 보이는 키가 큰 소나무들은 세찬 바람에 시달려서인지 제대로 반듯하게 서있지 못하고 비스듬한 자세로 기울어져 있다. 대개의 정상이 그렇듯 바람을 직접 그대로 맞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대부분의 소나무들은 바람을 피하려는 듯, 큰 바위들의 바로 곁이나 사이사이에 잔뜩 웅크린 모습으로 낮게 자라고 있다.

크고 작은 덩치의 이곳 바위들에는 제각기 오랜 세월에 걸쳐 자라났을 형형색색의 돌이끼(Lichen)들이 다양한 무늬를 이루고 있어 나름대로 아름답고 화사하다. 마지막 정상의 최고점에는 집채같이 커다란 바위가 우뚝하다. 어렵지 않게 그 위에 오를 수 있다.

모든 것이 발아래로 보인다. 눈을 들어 시야를 멀리하면 북쪽과 동쪽으로는 초목이 없이 희고 깨끗한 사막의 경치가 바다처럼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부드러운 곡선과 하이얀 피부를 드러낸 풍염한 가이아(Gaea)의 나신이 아닌가 상상해 본다.

북쪽을 자세히 살피면 Sierra Nevada의 산줄기 가운데 Mt. Whitney(14,503’), Mt. Langley(14,026’), Olancha Peak(12,133’) 등을 식별할 수 있다.

바로 발 아래 정상 가까이로는 지표면에 드러나있는 기묘한 모양의 바위와 바위봉들이 환상적인 느낌을 자아낼 만큼 아름다운데, 정상주변의 바위들과 Pinyon Pine들의 조화가 또한 절묘하다. 이 산 정상부의 아름다움은, 아주 벌거벗은 것도 아니고 옷을 모두 갖춰 입은 것도 아니게, 몸매를 살짝 드러낸 요염한 여인의 교태를 연상시킨다.
드러냄과 가림의 비상한 조화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싶다.

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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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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