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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만발… 찰랑대는 호수… 남가주 산행의 드문 축복

2019-08-2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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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가이드 Grinnell Mountain (10284’)

야생화 만발… 찰랑대는 호수… 남가주 산행의 드문 축복

등산로의 어느 구간 정경.

야생화 만발… 찰랑대는 호수… 남가주 산행의 드문 축복

Slushy Meadow를 지나는 South Fork의 한 물줄기.


야생화 만발… 찰랑대는 호수… 남가주 산행의 드문 축복

‘Dry Lake’ 이 아닌 Dry Lake의 현재 모습.



주지의 사실이지만, 우리 남가주의 산이나 계곡은 비록 ‘Creek’이나 ‘Fork’라는 이름이 부여되어 있는 물길이라 하더라도 대개는 유수량이 아주 미미한 경우가 많다. 강우량은 아주 적으면서 일조량은 아주 많고보니 어쩔 수 없이 대체로 건조한 지리적인 특성을 지닐 수 밖에 없을 것이다. ‘Lake’를 예로 들더라도 Baldwin Lake, Clark Dry Lake, Dollar Lake, Dry Lake 등은 산행시에 보면 거의 매번 바짝 말라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금년만은 예외이다. 어느 산을 가더라도 대개의 Creek, Fork는 물론 어느 경우에는 Gully까지도 물이 넘쳐 흐르는 풍성한 정경을 보게 된다. 당연히 각양각색의 무수한 꽃들이 여기저기 가득가득 피어있어, 남가주가 아닌 다른 세상의 산야를 걷는 기분이 되기 일쑤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만 같으면 좋겠다는 환희심이 차오른다. 더러는 우리 고국의 산천에서 느끼던 촉촉한 싱그러움도 느껴질 정도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아마도 금년에 한하여 이러한 풍성한 물길을 만나게 되는 Grinnell Mountain(10284’)으로의 산행을 안내한다. 왕복 15.7마일에 순등반고도는 3500’ 내외이며 대략 10시간이 소요된다. Mt. San Gorgonio(11503’)지역에 있는 해발고도 10000’를 상회하는 17개 고봉 중의 하나이다. 고지대 특유의 장대한 송림이 대단히 아름다웠었는데 수년전의 대형 산불로 거의 다 타버렸으나, 그래도 불탄 그 나름의 독특한 멋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큰 산이다.

이 산을 가가 위해서는 원래는 Fish Creek Trail을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지금 현재는 산불의 영향으로 이 코스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는 상황이라, 부득이 South Fork Trailhead에서 출발하는 산행을 기술한다. 이 곳으로의 등산은 San Gorgonio Wilderness역내로 들어가는 것이라 과거에는 입산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언제까지 일지는 모르나 이 시점에는 입산허가가 면제되고 있다. 그래도 가는 중간에 Mill Creek Visitor Center에 들려 Self-permit을 기입하여 1매를 남겨 놓으면, 혹시라도 조난 등의 유사시에는 가족친지나 구조대원들이 여러분의 행선지를 바로 확인할 수 있어 결정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일종의 ‘구난보험’의 성격을 지닌다고 하겠다.

이 산은, 미국정부의 지형조사 공무원이었던 Don McLain이, UC Berkeley의 교수이고, 작가이면서 또 시에라클럽의 멤버로 자연보호를 적극 주창했으며, 특히 Gorgonio지역의 조류와 포유류를 조사 연구했던 Joseph Grinnell(1877~1939)에게 헌정한 것이다.

참고로 부연하면, 우리 LA지역 주민들에게 필요한 생활용수만 하더라도 우리 지역에서 확보되는 자체의 물 만으로는 그 공급량이 절대로 부족하다. 그리하여 이미 100여년 전에 LA DWP에서 일하던 William Mulholland의 발의와 주도로 수백마일 떨어진 Sierra Nevada산맥의 물을 끌어오는 Aqueduct를 건설함으로써 우리의 필요를 충당해 오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그 이후에도 추가적인 송수관의 건설이 계속 이루어 졌다.
이러한 사정을 감안하면 우리 남가주 주민들은 ‘절수’에 대한 철저한 의식을 지니고, 모름지기 귀중한 금쪽인양 물을 아껴쓰는 습관을 일상적으로 생활화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가는 길

I-10을 타고 동쪽으로 가다가 San Bernardino를 지나서 Orange Street Exit으로 나간다. 출구로 나가서 1블럭을 더 직진하면 Orange Street에 닿는다. 여기서 좌회전하여 북쪽으로 0.5마일을 가면 Lugonia Avenue가 나온다. 여기서 우회전한다.

이 길은 San Bernardino 국유림을 관통하여 Big Bear Lake까지 이어지는 간선도로 SR-38 이 된다. I-10을 나와서부터 SR-38을 따라 약 8.4마일을 가면 오른쪽으로 Mill Creek Ranger Station이 나온다. 과거에는 이곳에서 Self-serve입산허가증을 만들어 지녀야 했는데, 그러나 지금 현 싯점에는 허가증이 요구되지 않는 상황이다. 다시 SR-38을 따라 Angelus Oaks까지 11마일을 더 가면 Fire Station이 있는 Angelus Oaks에 이른다. 여기서 우리는 계속 직진으로 7.2마일을 더 간다. 오른쪽으로 Jenks Lake Road가 나 있다. 우회전하여 이 길을 따라 0.7마일을 직진하면 왼쪽으로 South Fork Trailhead의 주차장(6850’)이 나온다. 화장실이 구비되어 있다. 주차증을 걸어 놓아야 한다. LA한인타운에서 약 98마일의 거리이며, 전 구간이 포장도로이다.


이 곳을 찾아갈 때, 특히 유념할 점은 South Fork Campground와 이 곳을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South Fork Campground는 Jenks Lake Road로 들어오는 지점에서 계속 SR-38을 따라 4.2마일을 더 직진해야 닿는 전혀 다른 장소로, South Fork의 물길이 Sana Ana River로 유입되는 곳이다.

등산코스

안내판을 지나 등산로를 따라 간다. 등산출발점 자체가 이미 해발고도 2080m에 이르는 고지대이기에 어느 때라도 공기가 청량하다. 예전에는 처음부터 푸르고 장대한 소나무들이 하늘 높이 쭉쭉 뻗어 있는 모습이었으니 지금은 거의 모든 소나무들이 검게 탄 채로 주검의 숲을 이루고 있어 스산하고도 애석하다. 검게 불에 탄 큰 나무들 아래로는 무성하게 자라있는 초본식물들이 푸르고 화사하다. 유독 금년에 많이 내린 눈과 환히 열린 하늘로 인해 온갖 식물들이 모처럼 제 세상을 만나 만화방창의 생명력을 한껏 발산해 내고 있는 것이다. 죽음과 새로운 탄생 - 생명의 순환을 확연히 보여주는 현장이 아닐 수 없다.

1.1마일 지점에 이르면 Horse Flats(7450’)라는 초원이 있다. 아마도 자동차가 나오기 전에 특히 유용했었을 말들을 기르던 곳이 아니었나 싶은데, 지금은 자그마한 목조건물 2개가 저만큼의 거리를 두고 버려져 있는 양상이다. 엄청 큰 키와 굵은 몸통으로 그 늠름함을 뽐내던 소나무 몇 그루도 시커멓게 탄 채 쓸쓸하게 서 있다.

1.3마일에 도로를 교차한다. 2.05마일에 Poopout Hill(7820’)이라 부르는 곳에 이르른다. 예전에 마차를 끄는 동물들이 이 고개에 올라서면 완전히 지치곤 했다는 의미에서 생겨난 이름이라니, 우리의 표현으로 ‘깔딱고개’정도의 의미일 듯하다. 우리가 나아 갈 길은 Wilderness표지가 있는 직진방향이지만, 좀 편하게 쉬어가고 싶다면 오른쪽으로 나있는 길로 200m쯤을 들어가 보시길 권한다. Mt. San Gorgonio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망처로 벤치와 기념물이 있다. 8월도 벌써 막바지에 이르고 있지만, 아직도 커다란 Snow Patch를 이마에 두르고 있는 남가주의 최고봉이 바로 이 Mt. San Gorgonio이다.
3.83마일에 이르면 길 안내판이 있다. 직진하면 Dollar Lake쪽으로 가게 되는데, 우리는 여기서 좌측으로 갈라지는 길을 택한다. Dry Lake을 경유하는 길인데, 몇 갈래로 나뉘어 씩씩하게 함성을 지르며 흘러내리는 South Fork의 만만치 않은 물길을 건너야 하는 습지라서 ‘Slushy Meadow’라는 이름을 가진 지점이다. 눈이 녹아 흐르는 물이라 오후의 하산시에는 유수량이 더욱 많아지는 특성이 있다. 마지막 물길을 건너면, 등산길이 4~5차례의 긴 Switch Back을 그리며 동남쪽 방향으로 올라간다.

5.3마일이 되는 지점에 오르면 바로 눈앞에 푸르른 호수가 펼쳐진다. 이른바 Dry Lake이다. 놀랍게도 Dry Lake은, 현재로서는 더 이상 Dry Lake이 아니다. 제법 많은 물이 찰랑찰랑 차 있는 당당하고도 엄연한 호수로 존재하고 있다. Gorgonio(11503’), Jepson(11204’) 등의 고봉들이 그 수면에 잠겨 일렁이는 멋진 풍경을 보여준다. 호수의 초입에서 등산로가 좌우로 갈라진다. 우리는 좌측으로 호반을 따라 나아간다. 예년과 달리 경이롭게도 맑은 물이 담겨 있어서인지 야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호수주변을 그림으로 설명하고 있는 안내판(5.2마일; 9030’)을 지나고, 곧 호수의 동쪽 끝에 이르면 오른쪽으로 산기슭을 따라 나있는 Use Trail이 있다. 이를 따라 걸음을 옮겨가면, 이내 ‘Lodgepole Springs’라는 표지판이 서있다. 6.0마일에 고도 9050’ 지점이다. Lodgepole Pine들의 숲이 아름답다. Switch Back 형태로 오름길이 이어지는데, 호수로 유입되는 물길을 몇 차례 지나게 된다. 역시 예년에는 보지 못하던 물줄기이다.

‘Fish Creek Saddle’이라는 표지판이 눈에 들어오는 평활지에 다다른다. 7.1마일, 9805’ 지점이다. Grinnell Mountain은 이 지점에서 왼쪽인 북쪽으로 있는 봉우리이다. 오른쪽으로는 Sierra Club의 HPS List에 올라있는 Lake Peak(10161’)과 10000’ Ridge Peak(10094’)이 그리 멀지 않다. 잘 살피면 북쪽으로 올라가는 희미한 Use Trail을 알아 볼 수 있으니 이를 따라, 비록 불에 탔으나 그래도 꼿꼿함을 유지하고 있는 멋진 송림 아래로, 0.75마일을 올라가면 드디어 정상점(7.85마일; 10284’)에 도달한다. 정상부에 다가갈수록 다행히 잘생긴 Lodgepole소나무들이 화재의 피해를 받지 않은 채, 제 각각 한껏 푸르름을 머금고 있다.

정진옥 310-259-6022
http://blog.daum.net/yosanyoso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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