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내내 신나게 웃고 즐기며, 때로는 사소한 일로 싸우는 소리가 가득했던, 그야말로 지지고 볶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집이 조용해졌다. 자고 싶은 만큼 늘어지게 자고, 눈뜨면 먹고, 게임하고…. 마치 이곳이 천국인가 싶을 정도로 자유롭게 놀았던 아이들이 드.디.어 개학을 했다.
다둥이들이다 보니 늘 눈코뜰새없이 정신없어서 그때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 든다. 아이들이 커가는 시간이 너무나 아까운 생각에 지금의 모습을 담아 남기고 싶은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사춘기로 접어든 딸은 사진 하나 같이 찍는 것도 쉬이 기회를 주지 않는다. 그런 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아쉽고, 슬프기도 하면서 어느새 이만큼 컸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기특하기도 하다.
아이가 4명이다 보니, 아이들 성향도 성격도 식습관도 어쩜 이리 다 제각각인지… 각자의 새 학년의 목표를 듣고 있자니, 우리가 연초에 세우는 계획들처럼 올해는 좋은 성적으로 학기를 마감하겠다는 녀석도 있고, 친구들과 더 열심히 놀고 싶다는 녀석도 있고, 좀더 멋진 몸매로 만들겠다며 걸어서 40분가량 걸리는 거리의 학교를 아침 일찍 일어나 걸어서 등교를 하겠다는 녀석도 있다. 아이들의 계획 중에는 다소 황당한 것도 있지만, 지난 일주일동안, 방학 내내 깨져버린 생활 리듬을 학교에 맞춰진 규칙 생활을 찾아가고자 노력하는 모습들이 참으로 이쁘다.
아이들이 어렸을 땐 방학이 너무 힘들어 ‘아이들은 학교에 가야 해’를 매일 되뇌이며 그야말로 시간아 빨리 가라~하며 하루하루 버티기를 하던 때가 더 많았다. 올해는 지인 덕분에 아이들도 우리도 한국 방문을 통해 평생 남을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막상 개학을 하고 보니, 방학동안 투닥거렸던 시간들이 그리워지기도 하면서, 벌써 내년 방학은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 고민이 된다. 일하는 부모들에게 아이들의 연휴, 방학은 정말 반갑지 않은 날들이다.
그런데 돌아보니 방학동안 아이들은 키만 자란 것이 아니라 생각도 훌쩍 자라있음을 느끼게 된다. 누군가 고민이 있을 때는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여행을 하다보면 내가 하던 고민의 해답이 보이기도 한다고 했다. 아마 아이들도 잠시 방학이라는 시간을 통해 뭔가 고뇌하며 성장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방학을 가진 아이들이 문득 부러워진다. 회사도, 엄마도 방학이 있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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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옥(재정전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