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코끼리 밥솥과 한국차

2019-08-17 (토) 그레이스 김 현대자동차 마케팅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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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친구 딸이 결혼한다기에 밥솥을 사주겠다고 약속하고 쇼핑을 갔다. 어디가나 한국 밥솥만 있다. 코끼리(Zojirushi) 밥솥은?

1980년대 한국 어머니들의 선망의 대상이 코끼리 밥솥이었다. 일본에 여행가면 누구나 하나쯤은 장만해 왔다.

그때도 한국 브랜드 밥솥이 있었지만, 한국 밥솥은 눈길을 끌지 못했다. 그 당시 코끼리 밥솥은 좀 산다는 집이라면 당연히 가져야 할 품목, 일종의 부의 상징이었다.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은 아무도 코끼리 밥솥에 목매지 않는다. 한국 가게에서 코끼리 밥솥은 취급도 안 한다. 한국산 밥솥이 값은 비싸지만 사람들이 좋아하는 여러 가지 기능을 갖췄고, 밥도 잘돼 한국 주부들에게 밥솥 하면 한국 밥솥이다.

미주 한인 주부들도 더 이상 코끼리 밥솥을 찾지 않는다. 그런데 자동차는 좀 다르다.

지금 미국에 사는 한인여성들에게 일본제 L 브랜드 SUV는 모두가 갖고 싶어 하는 차다. 좋아하는 일본 제품이 밥솥에서 자동차로 바뀐 것이다.

L 브랜드 SUV는 여유의 상징, 어느 정도 산다는 사람들의 자동차로 보인다. 반면, 한국산 자동차는 한인들이 타고 싶은 자동차 리스트에 오르지도 못한다.

지금 일하는 직장에서 오랜 세월 근무하면서 속상할 때가 많았다. 일본차에 대한 한인들의 엄청난 사랑에 비해 일본 사람들은 지독할 정도로 한국 차를 타지 않는 것도 그렇지만, 정말 속상할 때는 한인 소비자들이 한국 차를 ‘사 준다’고 생각할 때다. 차는 별론데 한인으로서 한국산이니까 사 준다는 것이다.

오히려 타민족들은 대부분 철저히 조사하고 비교한 뒤에 한국 차를 산다. 그리고 한번 타 본 사람들은 다음 차도 한국 차로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대가 자동차부문 고객충성도에서 몇 년 째 1위를 차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대자동차는 올 초 ‘2019 북미 올해의 차(Car of the Year)’ 승용차 부문(제네시스 G70)과 SUV 부문(코나 및 코나 전기차)에서 각각 수상했다. ‘북미 올해의 차’는 자동차 전문기자 수십 명이 투표로 결정, 자동차 업계의 ‘오스카’로 불릴 정도로 권위 있는 상이다.
차 잘 만든다는 일본 회사를 포함해도 한 해에 이 두 부문에서 동시에 상을 받은 회사는 없다. 현대가 ‘올해의 차’ 상을 받은 것은 벌써 4번째다.

한인주부들 사이에서 한국 밥솥이 사랑을 받고 있듯이 세월이 흘러 언젠가는 L 브랜드 SUV는 잊혀지고 한국 차가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어 있기를 바란다.

<그레이스 김 현대자동차 마케팅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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