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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바닥 따라 오르는 길… 헬멧·트레킹 폴 준비해야

2019-07-26 (금)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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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가이드 Galena Peak (9,324’)

하천바닥 따라 오르는 길… 헬멧·트레킹 폴 준비해야

Headwall의 상단부.


하천바닥 따라 오르는 길… 헬멧·트레킹 폴 준비해야

High Creek을 거쳐서 Mill Creek으로 떨어지는 물줄기.



하천바닥 따라 오르는 길… 헬멧·트레킹 폴 준비해야

Headwall의 경사로를 내려가는 등산인들.



높고도 험한 줄기와 봉우리가 즐비한 우리 남가주의 고산들 가운데서도 단연 돌올한 최고봉은 Big Bear의 Mt. San Gorgonio(11,503’)이다. 재미삼아, 이 제1봉을 제왕으로 비유해 본다면, 이럴 경우엔 이 산의 주위에 있는 고봉이나 산줄기들은 정승이나 장군쯤의 고굉지신이나 경호병력으로 의인화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바로 곁에 있는 제2봉인 Jepson Peak (11,207’)은 왕세자로 볼 수 있겠고, 약간 서쪽으로 가까이에 있는 Charlton Peak(10,806’)은 그 모나지 않은 모습으로 하여 도승지 쯤으로 보고, 남쪽의 Bighorn Mountain(10,997’)은 세번째로 높은 산이면서도 매우 온화하고 원만한 형세를 가지고 있으므로 후덕자애한 정승으로, 그 옆의 Dragons Head(10,866’)는 그 위태롭고도 용맹무쌍한 기상으로 하여 최고의 대장군으로, 남서쪽의 Dobbs(10,459’), East Dobbs(10,500’)들은 육조의 판서들로 생각해 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또 이 제왕과 그의 도성을 보위하는 병력이 일정한 거리를 둔 전후좌우 사방외곽에 주둔하고 있어야 함이 지극히 당연한 일이겠다. 동쪽에는 ‘10,000’ Ridge’라는 병력이 거기장군 Grinnell Mountain(10,284’)의 휘하에 주둔하고 있고, 표기장군 Anderson Peak(10,840’)의 휘하에는 ‘San Bernardino Ridge’라는 주력부대가 서쪽에 주둔하고 있으며, 정남장군인 Galena Peak(9,324’)은 ‘Yucaipa Ridge’라는 예기의 정예병력을 거느리고 있고, 정북장군인 Sugarloaf Mountain(9,952’)은 ‘Santa Ana River, Big Bear Lake, Lake Arrowhead, Silverwood Lake 등의 물길’을 통제하며 막강한 수군을 거느리고 있는 것으로 상상해 본다.

오늘은 이 가운데, Mill Creek의 남쪽, 즉 강남땅에 Yucaipa Ridge라는 철옹성 진지를 구축하여 누구도 감히 범접키 어려운 험준한 방어태세를 유지하고 있는 정남장군 Galena Peak에 우리 함께 힘을 다해 도전해 보고자 한다.

왕복 8.4마일에 순등반고도 3,300’를 오르는 산행이니, 산행거리나 순등반고도의 숫자상으로는 그저 평범한 수준이지만, 왕복 7마일을 길이 따로 나있지 않고 불규칙한 큰바위들이 산재해 있는 험한 하상을 걸어야 하고, 또 Mill Creek Jumpoff Headwall 이라고 부르는 다소 위태로운 급경사 구간이 있어 이를 아주 조심스레 잘 올라야 하므로, 등산이 꽤 익숙한 분들에게나 권할 수 있는 코스이다. 필자는 지난 일요일(2019.7.21)에 4번째로 이곳을 찾았는데, Max Ham이란 한국인 등산인이 초행이면서 홀로 이 산에 올라와 있어 그 큰 용기에 경탄을 금치 못하였었다.

어쨌거나 일단 이 산에 오르면 Mt. San Gorgonio의 정상부와 그 주변의 전체적인 모습을 그 어느 곳에서보다 더 잘 조망할 수 있어 경이롭고, 이 지역의 험한 산세에 대한 개괄적인 이해가 촉진된다. 비유하자면 제왕이 머무는 구중궁궐이나 그 주변의 형세가 손바닥을 보듯 한 눈에 들어오는 대단한 전략적 요충을 확보하는 셈이 된다.

또 남가주 최대의 강인 Santa Ana River의 큰 지류인 Mill Creek의 최종 발원지까지 올라가게 되어, Mt. San Gorgonio의 남쪽과 동남쪽 면에 걸치는 물길의 윤곽을 알게되고, 산 정상에서는 Mill Creek의 긴 흐름 전체와 Yucaipa Ridge, San Bernardino Ridge 등의 멋진 전경도 한 눈에 굽어보는 기쁨을 누릴 수 있어, 다소의 고생쯤은 기꺼이 감수할 가치가 충분하다.

Galena Peak은 ‘Wilderness’라는 제도를 통해 특별히 보호 관리되는 구역인 ‘San Gorgonio Wilderness’에는 속하지 않기 때문에, 별도의 입산허가는 필요치 않다. 그대신 이 코스의 등산을 위해서는 튼튼한 Trekking Pole 1개는 빠뜨려서는 안될 필수품이고, 낙석을 대비하여 헬맷을 착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가는 길

Fwy10 을 타고 동쪽으로 가다가, San Bernardino를 지나서 SR-38의 출구인 Orange Street으로 나온다. 출구로 나와서 직진으로 1블럭을 더 지나면 Orange Street이 된다. LA 한인타운에서 약 69마일이 되는 지점이다. 여기서 좌회전 하여 0.5마일을 가면 Lugonia Ave가 나오는데 SR-38을 겸한 길이다. 우회전하여 8마일을 가면 오른쪽 길변에 Millcreek Ranger Station이 보인다. 여기서 계속 SR-38을 따라 직진으로 5마일을 더 가면 Valley of the Falls Road가 오른쪽으로 나 있다. 이 길을 따라 4.25마일을 가면 왼쪽으로 Big Falls Parking이 나온다. LA 한인타운에서 약 88마일의 거리가 되는 지점이다. 이곳에 주차를 하고 주차증을 차안에 잘 걸어둔다.

등산코스

동쪽으로 나 있는 Trailhead를 통과하여 도로를 따라 0.5마일 정도를 가면, 왼쪽의 Mill Creek 하상으로 내려가도록 안내하는 표지팻말이 있다. 여기까지 오는 중간에 입산허가가 있어야 한다는 사인이 있더라도, 이는 이곳에서 Vivian Creek Trail을 통해 San Gorgonio Wilderness로 산행을 하는 경우에 해당되는 말이므로 괘념치 않아도 되며, Vivian Creek Trail로 등산을 하는 경우가 아닌 우리는 이 지점에서 하상으로 내려가서 Mill Creek의 상류를 향하여 오른쪽으로 나아간다.

이 Mill Creek은 우기나 해빙기에는 흐르는 물이 많고 유속이 빠르므로 이런 시기에는 이곳으로의 산행은 신중히 고려해야 하지만 대개의 시기에는 물의 흐름이 미약하여 문제가 되지 않겠다. 단, 갑작스런 폭우로 인한 위험을 고려하여 일기예보를 꼭 참고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이 Mill Creek의 물은 이 지점에서 동쪽으로 약 3마일을 올라간 Mill Creek Jumpoff Headwall(8,456’)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부터 발원한다.

이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는 과정은 매우 단순하다. 그저 하상을 흐르는 물길 옆을 따라 계속 상류로 오르기만 하면 된다. 때때로 큰 바위들이 길을 막아서므로 이를 피해 옆으로 돌거나 그 바위 위로 올라야 하는 경우들이 있지만 특별히 위험한 곳은 없다. 계곡의 양안으로는 울창한 수목의 푸르름이 아름답고 싱그럽다. 중간에 직접 오르기가 어려운 폭포구간에 이르면 오른쪽 계곡 위로 잠시 우회하여 그 지점을 통과한 후 다시 하상으로 내려오면 된다.

올라갈수록 서서히 하상의 폭은 줄어들고 양쪽 계곡면의 높이는 높아지는 양상이다. 주차장에서 부터 계산하여 2.5마일쯤 되는 곳에 이르면 왼쪽의 높고 험준한 계곡면을 다단계 폭포의 형세로 흘러내리는 물줄기를 볼 수 있다. Vivian Creek Trail을 따라 Mt. San Gorgonio를 오를 때 중간에 만나게 되는 High Creek의 물줄기가 바로 이리로 떨어지는 것인데, 이 부근에서는 특히 오른쪽으로 있는 Yucaipa Ridge쪽의 산세가 대단히 험준하고 기묘하여, 경이롭기까지 하다.

3.5마일 지점에 이르면 이 Mill Creek의 계곡이 끝나는 막다른 지점(8,000’)이 되는데, 높은 성벽같고, 흙으로 된 거대한 댐같고, 급경사의 절벽같은 단층이 외연히 길을 막고있다. Mill Creek Jumpoff Headwall이라 부르는 곳으로 오늘 산행의 화룡점정이라고 할 수 있는 구간이다.

이 지점에서는 경사면을 오르기 전에 미리 장갑을 끼고 Trekking Pole 외에 다른 것은 모두 배낭에 넣어서 손과 몸을 민활하게 쓸 수 있도록 준비한다. Trekking Pole의 고정레버가 잘 조여졌는지도 점검한다. 일단 급경사면을 오르기 시작하면 이러한 준비동작을 취하기가 심히 어려운 상황이 되므로 미리 필요한 점검을 마쳐야 한다. 혹 Trekking Pole 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 있으면, 누군가로 부터 1개를 빌리도록 한다. 필자는 이 가파른 구간을 지나는데는 2개를 지니는 것 보다는 오히려 1개만 쓰는게 더욱 유용하다고 생각되므로 1개는 접어서 배낭에 넣기를 권한다. 이 구간에서는 헬맷을 쓰는게 좋겠고, 특히 산행경험이 많은 리더가 앞장을 서는 것이 바람직하다.

혹시 사람의 발자취가 있으면 그것을 따라가는 것도 좋겠다. 사실 큰 비가 내린 후에는 경사면의 지세가 크게 변할 수 있으므로, 실제로 오르고 내리는 루트는 당일 현장의 상황을 잘 살펴 직접 결정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발자취가 다 씻겨져 나가고 없는 경우에는, 한걸음 한걸음 발딛을 자리를, 발로 흙을 다지거나 깎아내는 요령으로, 확보해가며 건너야 한다.

이 구간에서는 비탈면 아래로 몸이 미끌어져 내리지 않도록 균형을 잘 유지해야 하므로 Trekking Pole의 적절한 활용이 매우 중요하다. 경사각이 크고 비탈의 흙이 물러서 자칫하면 발을 딛은 흙이 흘러내리고, 경사면에 박혀있는 돌이나 바위도 우리 몸을 잘 지탱해 주지 못하고 쉽게 흘러내리므로, 어느 한 발에 체중을 싣기전에 조심스레 그 자리의 안정성을 일일이 확인하며 걸음을 옮겨야 한다. 또 돌이나 바위가 굴러내리면 본인이나 밑에 있는 사람이 위험해지므로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경사면의 윗쪽에는 비탈면에 위태로이 걸려있는 돌과 바위들이 산재해 있어, 윗쪽을 잘 경계하며 건너야 겠다. Headwall 의 비탈면을 다 건너면 오른쪽의 Saddle(8,490’)이 된다. 통상적인 평평한 이 지면이 그렇게 아늑하고 고마울 수가 없다.

여기서 Galena Peak의 정상(9,324’)은 남쪽방향으로 나 있는 등산로를 따라 지그재그로 오르면 된다. 반마일의 거리에 900’ 내외의 고도를 오르는 셈이니 대단히 가파르다. Sierra Nevada의 험한 기세를 닮았다는 평을 듣는 Yucaipa Ridge이고 그 중에서도 가장 높은 봉우리를 오르는 것이니 만큼, 몇군데 등산로 오른쪽의 함몰부분에서 다소 아찔함을 맛보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드디어 정상이다. 키가 작은 소나무들이 높지 않은 바위들 사이로 자라고 있는 넓지 않은 공간이다. 북쪽과 북서쪽으로는 직선거리로 3마일 내외가 될 Mt. San Gorgonio의 정상부위의 봉우리들이 한눈에 다 들어온다. Jepson, Big Horn, Dragons Head, Dobbs, East Dobbs, Anderson, San Bernardino 등의 10,000’가 넘는 기라성같은 봉우리들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이 Galena Peak이 아니고서는 이렇게 많은 이곳의 고봉들을 이렇듯 잘 볼 수가 없을 것이다.

뒤로 돌아 남쪽을 보면 Mt. San Jacinto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그 아름다운 몸매를 다 드러낸 상태로 다소곳하다. 서쪽 멀리로는 Mt. Baldy 왕국이 희미하고, 가까이로는 West Galena Peak과 그 뒤로 씩씩한 기상의 Yucaipa Ridge가 장군의 명령을 기다리는 군사들처럼 이쪽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바로 서쪽에 있는 West Galena Peak(9,339’)까지는 길도 편안하고 거리도 짧아 10분 내외의 시간이면 닿을 수 있다. 이 West Galena Peak은 그 고도가 동쪽의 Galena Peak보다 15’가 높지만 공식적인 Galena Peak은 동쪽 봉우리이다.

이 West Peak의 서쪽면은 수직의 절벽으로 위태롭게 함몰된 형세라서 가장자리에 서 있기가 불안할 정도인데, 특히 발아래로 펼쳐지는 서쪽의 전망이 일품이다. 특히 5마일이 넘을 듯한 긴 거리에 이르도록 반듯하게 흘러내리는 Mill Creek의 하상과 양안의 험준한 계곡의 경개는 가히 잊을 수 없는 한폭의 아름다운 그림이다.

하산을 하기전에 북쪽으로 보이는 Mt. San Gorgonio 주변 고봉들의 형세와 줄기를 다시한번 찬찬히 잘 살펴보자. 이곳이 아니면 다시 볼 수 없는 장관이 바로 이것이다.

정진옥 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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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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