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뮬러에게 묻고 싶은 한 가지

2019-07-18 (목) 박록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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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 연방의사당에선 TV로 생중계되는 ‘대망의 정치 드라마’ 한 편이 펼쳐질 것이다. 전국의 눈과 귀가 쏠리고 특히 워싱턴 정가는 숨을 죽인 채 주시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했던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연방하원 청문회 증언이다.

거의 2년에 걸친 수사결과를 담은 뮬러 보고서는 오늘로 공개된 지 만 석 달을 넘겼지만 핵심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채 보고서를 둘러싼 정치 논쟁만 계속 가열되고 있다. 그 와중에서 우여곡절 끝에 하원 법사위와 정보위 청문회에서의 뮬러 증언이 성사된 것이다.

수사기간 내내 트럼프의 끊임없는 인신공격에도 완강하게 침묵을 지켰던 뮬러는 법무부 규정에 따라 최종보고서를 윌리엄 바 법무장관에게 제출한 후 조용히 뒤로 물러섰다. 바의 오도된 보고서 요약본이 물의를 빚고 사실과 다른 대통령의 ‘완전 면죄’ 주장이 거듭되자 바에게 항의성 비공개 서신을 보냈을 때도 침묵을 고수했던 그는 논쟁이 더욱 확산되자 5월말 10분도 채 안 되는 짤막한 기자회견을 통해 처음으로 입을 열어 특검에겐 현직 대통령에 대한 기소 옵션이 없음을 밝히면서 이 사안과의 완전 결별을 시도했다.


러시아 스캔들 조사에 돌입한 의회는 그에게 증언을 요구했으나 극렬한 정치싸움에 휘말릴 것을 아는 그는 “보고서가 나의 증언”이라며 응하지 않았다. 하원의 두 위원회는 “미 국민은 당신의 수사와 그 결과에 대해 당신으로부터 직접 들을 자격이 있다”고 지적하며 청문회 출석을 요구하는 소환장을 발부했고 결국 6월 말 뮬러는 이에 동의했다. 원래 17일로 예정되었던 증언은 24일로 한 주 연기되었다.

보고서의 결론은 두 가지다 : 첫째, 2016년 미 대선에 개입하려던 러시아 정부와 트럼프 캠페인 사이엔 수많은 접촉이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 진영의 고의적 공모를 보여주는 충분한 증거는 아니다. 둘째,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방해 시도 증거는 많다. 10건의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기록도 되었다. 그러나 현직 대통령에 대한 형사기소 금지 규정에 따라 사법방해 기소여부는 특검이 고려할 수 있는 옵션이 아니다, 대통령의 범죄 결론도, 그에 대한 면죄도 아니다. “대통령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확신이 있었다면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뮬러는 “어떤 증언도 보고서 (내용) 이상은 없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과묵한 그는 청문회에서 실제로 그 다짐을 지킬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왜 굳이 그를 증언대에 세우는 것일까. 한 민주당 보좌관은 이렇게 비유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독서는 안 하지만 영화는 본다.”

448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뮬러 보고서를 읽은 사람은 드물다. 민주당은 뮬러가 자신의 수사결과를 카메라 앞에서 전 국민에게 직접 설명해 주기를 원하는 것이다. 가장 불가사의한 공직자의 한명으로 신뢰도 높은 그가 “완전 무죄 입증”을 외치는 트럼프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그 자신의 입을 통해 정정해 준다면 민주당은 증언에서 새로운 내용이 나오지 않아도 만족할 것이다.

뮬러 보고서를 주의 깊게 읽어본 사람들은 대통령의 거듭된 수사방해 행동에 대한 수많은 증거를 발견했다고 말한다. 1천여명의 전·현직 검사들이 대통령 기소 금지 규정만 아니라면 사법방해 기소가 정당한 것이라고 지적하는 이유다. 최근 공화당 탈퇴를 발표한 저스틴 어마시 하원의원도 보고서를 다 읽은 후 ‘탄핵 절차를 시작할 때’라고 결론지었다고 말했다.

이번에 뮬러가 “보고서의 두 가지 결론을 카메라 앞에서 암송만 하더라도 민주당은 승리로 간주할 것”이라고 지적한 LA타임스의 도일 맥마너스는 의원들이 물어야 할 질문 두 가지를 제안했다 : “당신의 수사는 트럼프 캠페인과 러시아 사이의 ‘공모 없음’을 확실하게 결론지은 것인가?” “당신의 수사는 대통령의 ‘사법방해 없음’을 확실하게 결론지은 것인가?”

이 두 질문에 대답은, 보고서에 의하면, “노우”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민주당 내 리버럴 진영은 뮬러 증언이 현재 유보상태인 트럼프 대통령 탄핵추진에 활력을 주는 계기가 될 것을 희망한다. 반세기 전 워터게이트 청문회 때 닉슨 백악관 법률고문 존 딘의 증언 효과가 재연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당시 하워드 베이커 상원의원의 유명한 질문, “대통령은 무엇을 알고 있었나, 그리고 언제 그것을 알았나?”에 딘은 닉슨의 사건은폐 불법행위를 낱낱이 폭로해 탄핵지지 여론의 물꼬를 텄다.

청문회 불참을 요구하는 트럼프 측의 압력이 계속되면서 내주 증언도 확정적이 아니라는 일부 보도도 나왔지만 여러 미디어들은 뮬러에게 묻고 싶은 질문 리스트를 만들고 있다. 그중 보통 사람들이 궁금해 할 한 가지가 눈길을 끈다. “만약 현직 대통령 기소 금지 규정이 없었다면 트럼프를 기소할 충분한 증거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가 자신이 판단한 대통령의 법적 사법방해 여부를, 난해한 법률용어가 아닌 이해하기 쉬운 말로 직설적으로 대답해준다면 그 영향력은 엄청날 것이다. 어쩌면 그것은 끝이 안 보이는 뮬러 보고서 논쟁 마무리를 위해 뮬러 자신이 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이기도 하다.

<박록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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