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기증’(Vertigo·1958) ★★★★★
스카티 바다에 투신한 매들렌(오른쪽)을 구출해 자기 집에서 돌봐주고 있다.
스릴러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의 로맨틱하고 음울한 심리 서스펜스 스릴러로 그의 영화 중 가장 훌륭한 작품으로 꼽히는 1958년산이다. 냉철한 기술적인 면이 예술성을 거의 앞서가다시피 하는 탁월한 영화로 정열적이면서도 절망적이다.
미로 같은 플롯과 히치콕 영화의 단골 작곡가 버나드 허만의 귀기서린 로맨틱한 음악과 함께 여주인공 킴 노백의 눈동자가 바람개비가 되어 돌아가는 그래픽 디자인의 오프닝 크레딧 장면을 비롯해 터질 듯이 끌어안고 키스하는 두 연인 제임스 스튜어트와 노백을 감싸 돌면서 회전하다가 목표물을 향해 카메라가 급하게 줌 하는 촬영(로버트 버크스) 등 모든 것이 완벽한 작품이다.
범인을 추격하다 고지공포증자가 돼 은퇴한 샌프란시스코의 형사 스카티 퍼거슨(스튜어트)은 옛 학교동창인 회사 사장의 부탁으로 친구의 금발미녀 아내 매들렌(노백)을 미행한다. 친구에 의하면 매들렌이 이상한 곳을 방문하면서 몽유병자처럼 행동한다는 것. 스카티는 매들렌을 미행하다 그의 차갑고도 아름다운 모습에 매료된다.
그런데 이 매들렌은 진짜 매들렌과 매우 닮은 가짜로 이름은 주디 바턴(역시 노백). 이를 모르는 스카티는 매들렌을 계속해 미행하는데 어느 날 매들렌이 샌프란시스코 교외의 수녀원의 종탑에 올라갔다가 스카티가 보는 앞에서 추락사한다.
그 충격에 시달리고 있는 스카티가 어느 날 길을 걷다가 매들렌과 똑같이 생긴 주디를 발견한다. 그리고 스카티는 집념적으로 주디를 매들렌으로 만들려고 노력한다. 이 과정에서 스카티와 주디는 깊은 사랑에 빠진다. 스카티는 한 여자를 놓고 두 번이나 사랑에 빠지나 주디마저 비극적 종말을 맞는다. 스카티는 사랑하는 여자를 두 번이나 잃은 셈이다.
히치콕은 자기 영화에 나온 금발미녀들인 티피 헤드렌, 그레이스 켈리, 베라 마일스, 에바 마리 세인트 및 노백 등에 집념했는데 따라서 스카티의 매들렌에 대한 집념은 히치콕의 금발미녀들에 대한 집념을 상징한다고 봐도 좋겠다.
이 영화는 영국 영화학회가 발간하는 권위 있는 영화잡지 ‘사이트 & 사운드’가 매 10년마다 발표하는 역대 탑50 영화 중 제1위를 기록한 걸작이다. 12일 오후 7시30분 이집션극장(6712 할리웃 Blv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