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탠포드대 경제학과 출신 차세대 투자전문가로 주목
▶ 일라이‘자선이 행복’철학 효율성 따지는 가치 기부…사모펀드·주식·헤지펀드… 끊임없는 선택의 기로
자선재단 ‘더 브로드 파운데이션’의 투자 매니징 디렉터 수잔 윤 이씨.
투자 플랫폼 ‘트러스티드 인사이트’가 선정한 2017 비영리 재단 글로벌 투자전문가 탑 30에 한인 여성이 이름을 올렸다. 자선재단 ‘브로드 파운데이션’(The Broad Foundations)의 수잔 윤 이(39) 투자 매니징 디렉터다. 억만장자 일라이 브로드가 설립한 자선재단 ‘더 브로드 파운데이션스 앤 일라이 브로드 패밀리 오피스’에서 투자를 총괄하는 이사급으로 25억 달러의 재단 자산을 운용한다. 20년 경력의 사모투자 전문가인 수잔 윤 이 매니징 디렉터를 지난달 센추리시티 팍 플라자 30층에 위치한 브로드 재단 사무실에서 만났다.
스탠포드대 경제학과와 하버드 MBA 출신의 그녀는 2년 전 일라이 브로드 재단의 투자 담당 매니징 디렉터로 스카웃됐다. 혁신적인 사고방식과 콜래보레이션에 능해 일찌감치 차세대(NextGen) 투자전문가로 주목 받은 그녀는 월트 디즈니 컴퍼니’의 시니어 비즈니스 플래너, LA 최대 헤지펀드 회사 ‘블랙 캐년 캐피탈’의 프라이빗 에퀴티 투자담당, 앤젤스 인베스트먼트 어드바이저의 파트너 등 투자 관련 분야를 섭렵한 투자 전문가다.
▶자산 25억 달러가 그녀의 손에
현재 그녀가 운용하는 브로드 재단의 자산규모는 25억 달러다. 일라이 앤 이디스 브로드 재단, 브로드 아트 재단, 브로드 패밀리 자산 3가지로 포트폴리오가 구성된다. 박애주의자이자 현대미술 컬렉터로 손꼽히는 일라이·이디스 브로드 부부가 설립한 더 브로드 재단에서 투자 담당은 수잔 윤 이 매니징 디렉터와 K.C. 크리거 최고운용책임자(CIO) 딱 2명. 물론 재단설립자인 일라이 브로드가 18년 전 은퇴한 이후 재단으로 출근해 업무에 직접 관여한다.
“일라이 브로드는 자선사업에도 목표를 정해두고 기대한 결과를 얻도록 철저하게 관리하고 평가하는 스타일이죠”
돈만 주고 알아서 하게 내버려 두는 자선사업가가 아니라 모든 일을 파악하고 장악하여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가혹하게 몰아치는 사람이다. 재단 기부도 회사를 경영하듯 효율을 따져 후원하는 일라이 브로드 만의 방식은 결국엔 좋은 결과로 돌아오기에 해마다 기부금 규모가 커져만 간다.
▶투자에 관한 원칙
“많은 뉴스를 읽으려고 노력해요. 나름대로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인맥으로 얻은 정보를 입력해 투자 가치를 판단하는 거죠”
그녀의 업무는 오전 7시부터 시작한다. 정해진 출근 시간이 아니라 그녀가 업무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선택한 스케줄이다. 투자에서 정보가 곧 확신이고 돈이기에 그녀는 매일 뉴스를 읽는 것으로 아침을 연다. 월스트릿저널, 파이낸셜 타임스, 인더스트리 간행물 등등에서 데이터 분석, 포트폴리오 투자, 끊임없는 확인 작업을 한다.
그녀의 주업무는 ‘투자 이윤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사모펀드, 직접 투자, 주식과 헤지 펀드 등의 트레이드 옵션, 그리고 기관 기부금 운용을 한다.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 자산 분배나 주식 할당을 어떻게 하나, 직접 투자는 어떤 방식을 택해야 할까 등 끊임없는 선택의 기로가 그녀를 기다린다.
“많은 정보가 사람들에게서 나와요. 브로드 플랫폼이 많은 도움을 주었죠. 투자 세계는 한 다리 건너면 모두가 알게되는 좁은 세상이어서 네트웍은 정말 중요합니다. 주 4회에서 많게는 12회 직접 만나 투자 미팅을 진행해요. 물론 수도 없이 날아드는 이메일을 통해 자료를 검토하는 업무에 대다수의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일라이 브로드 개인의 소장품이나 예술작품에 관한 투자는 별도의 팀이 전담한다. 브로드 재단의 자산은 UCLA 발전기금과 유사한 규모다. 운용자산이 70~80억 달러인 USC 발전기금이 LA 최대 규모이고 칼텍에 뒤를 따르고 있다.
▶경제학의 매력
“돌아가신 어머니는 언제나 저의 선택을 존중해주셨어요. 이화여대를 졸업하셨는데 학업에 매진하라고 강조하셨죠”
서울대 출신으로 부동산업에 종사하는 레이 윤씨의 무남독녀인 그녀는 하버드 웨스트레익 스쿨과 스탠포드 대학을 우등 졸업했다. 경제학을 전공하고 역사를 부전공한 그녀는 미국 최고 엘리트 클럽인 ‘파이 베타 카파’(Phi Beta Kappa) 회원이다.
스탠포드대 신입생 시절 존 테일러 경제학 교수의 마지막 수업을 들었다가 진로를 찾았다는 그녀는 처음 듣는 경제학 수업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당연히 학점이 잘 나왔고 다음 학기 과목을 수강했다가 연구 조교 제안을 받으면서 경제학 공부에 빠져 들었다. 투자 전략이 가장 흥미롭고 비즈니스 이해와 분석은 그녀의 적성에 딱 맞는 학문이었다. 옥스퍼드 대학에서 국제 경제학을 전공했고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MBA를 마친 그녀는 LA에서 손꼽히는 투자회사들을 두루 거친 전문가로 카이저 퍼머난테(Kaiser permanente) 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인 남편과 1남1녀를 두고 있다.
“경제 공부는 항상 배울 수 있다는 점에 끌리는 학문이에요. 투자는 늘 매력적이고 커뮤니티 지원에도 관심이 많아요. 특히 한국시장은 흥미롭고 많은 기회가 있습니다. 인터넷과 게임 산업 등 투자 대상을 늘 찾고 있죠”
■ 더 브로드 재단은
교육, 과학, 예술 후원‘세계 10대 아트 컬렉터’더 브로드 재단은 사회 공공이익을 바탕으로 교육, 과학, 예술(Arts) 3가지 분야를 꾸준히 후원하고 있다. 재단 기부는 회사를 경영하듯 효율을 따져 후원하는 일라이 브로드 만의 방식이 있다.
세계 10대 아트 컬렉터로 꼽히는 브로드 부부는 LA가 문화예술의 도시로 우뚝 서게 한 장본인이다. 예술 분야 지원을 일일이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대표적으로 LA다운타운에 3억 달러를 투입해 건축한 최첨단 현대미술관 ‘더 브로드’(The Broad)가 일라이 앤 브로드 부부의 2,000점에 달하는 개인 소장품을 대중과 공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무료 개방되고 있다. LACMA와 MOCA, 월트디즈니콘서트홀과 LA뮤직센터 공연 등이 브로드 부부의 기부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다.
다음은 도시 공공 교육 시스템의 포괄적인 관리를 위해 리더를 육성하는 독립적 비영리재단 ‘브로드 센터’(Broad Center)가 LA 재단 사무실에 있다. 교육 분야를 지원하는 브로드 센터는 브로드 아카데미와 도시 학교의 브로드 레지던시 2가지 프로그램을 통해 리더와 관리자 네트웍 구축을 한다.
과학 분야는 건강 및 의료 연구를 지원하는 보스턴 소재 ‘브로드 인스티튜트’(Broad Institute)가 대표적으로 MIT·하버드대와 연계해 게놈(유전체)학을 연구한다. 헬스 메디컬 리서치에 치중해 UCLA와 UC샌프란시스코, USC의 줄기 세포(Stem Cell) 센터, 크론병이나 궤양대장염과 같은 염증성장질환(IBD) 연구, 그리고 칼텍(CalTech)의 브로드 생물학 연구소, 발달장애를 초래하는 아스퍼거 증후군 연구, 여성의 심장건강 개선에 중점을 둔 시더스 사이나이 심장 연구소 리서치 펠로십 등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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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