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터뷰] “SF이지만 현실 속 인간 군상 그려”

2025-02-21 (금) 12:00:00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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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키 17’로 돌아온 봉준호 감독
▶ ‘기생충’후 5년만에 소설 원작 영화 만들어

▶ “찌질하고 어리석어 사랑스러운 사람들 탐구”
▶ 3월7일 개봉… LA아카데미 박물관 특별전도

[인터뷰] “SF이지만 현실 속 인간 군상 그려”

제75회 베를린 영화제 스페셜 갈라 부문에 초청된 영화 ‘미키 17’의 봉준호(왼쪽) 감독이 주연배우 로버트 페틴슨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

봉준호 감독의 해가 다시 왔다. 영화‘기생충’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SF 영화‘미키 17’(Mickey 17)이 오는 3월7일 미 전역에서 개봉한다. 이어 3월23일 LA 아카데미 영화박물관이 전 세계적으로 찬사를 받으며 오스카를 수상한 영화 감독에게 헌정하는 기획전‘디렉터스 인스피레이션: 봉준호’를 전시한다. 아카데미 뮤지엄의‘디렉터스 인스피레이션 시리즈의 일환으로 봉준호 감독의 창작과정, 필모그래피, 영화적 영향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봉 감독은 심해 생물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는 첫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도 2027년 개봉 계획으로 제작에 한창이다. 영화 ’미키 17‘의 런던 프리미어와 베를린 영화제 참석차 유럽을 방문 중인 봉준호 감독을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오랜 만에 영화 ‘미키17’으로 극장에서 만난다

▲극한 직업을 가진 찌질한 남자 ‘미키’의 성장 영화이다. 우리(제작진들) 끼리는 ‘발냄새 나는 SF’ 영화라 부른다. ‘미키 17’은 미국 작가 에드워드 애슈턴의 소설 ‘미키 7’을 원작으로,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우주 행성 개척에 투입된 소모품(익스펜더블)의 휴먼 프린팅 이야기다. 영국 출신 할리웃 배우 로버트 패틴슨이 임무 수행 중 죽을 때마다 폐기처분 됐다가 다시 프린트(출력)되는 주인공 미키 역을 맡았다.


-‘미키 17’을 영화화하기로 결심한 계기는

▲원작 소설의 ‘휴먼 프린팅’이라는 콘셉트에 빠져들었고 수퍼히어로가 아닌 평범한, 보통의 남자로 이 미쳐 버릴 거 같은 여정을 겪는 ‘미키’라는 캐릭터에 매료됐다. 인간 인쇄는 인간 복제와 다른 개념이었다. 마치 우리 인간이 인쇄할 종이 조각, 인쇄할 문서처럼 여겨졌다. 휴먼 프린팅이라는 표현 자체에서도 그 상황과 그 직업의 비극을 느낄 수 있었다. 실제로 인쇄되는 사람이 된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에 빠졌고 순식간에 그 세계에 완전히 빠져들었다. 미키 반스라는 캐릭터가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원작 소설에서도 미키는 꽤나 평범한 인물이지만 저는 그를 더 평범하고, 더 하류층이고, 더 루저로 만들고 싶었다.

-미키를 비롯해 영화 속 인물들을 소개하면

▲멍청하고 불쌍한 미키 17과 예측불가능하면서도 기괴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미키 18을 모두 소화해야 해 사실상 1인2역인 셈이다. 두 역할을 다 맡을 수 있는 배우가 누군가 생각했고 처음부터 로버트 패틴슨이 떠올라 캐스팅 과정이 순조로웠다. 그리고 악역을 해본 적 없다는 마크 러팔로가 새로운 유형의 독재자 마샬로 나온다. 마샬이 이 영화의 정치 풍자 코미디의 한 축이고 그의 아내 일파 역은 토니 콜렛이 맡았다. 이 부부가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또 다른 동력이 된다.

스티븐 연이 연기한 티모는 이 영화가 SF지만 실제로 공상과학이 아닌 독특한 느낌을 만들어준 아주 재미있는 캐릭터다. 영화 내내 미키가 의지하는 나샤 역은 나오미가 맡았는데 마음을 움직이는, 용감한 캐릭터다. 나샤와 미키는 우리가 익히 보아온 전통적인 여성과 남성의 관계와는 정반대다.

-‘미키17’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세지는

▲전반적으로 이전에 다루었던 익숙한 요소들이 많지만, 사실 사람들이 얼마나 찌질하고 어리석은지, 그리고 그 어리석음이 실제로 어떻게 그들을 더 사랑스럽게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 탐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작들과 비교했을 때 이번 영화가 얼마나 따뜻한 느낌인지에 대해 많은 분들이 언급해 주셨다.

제 영화는 항상 무자비하고 냉소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제가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런 새로운 반응을 듣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 영화는 외계 행성에 사람들이 가고 우주선도 있고 모든 것이 있지만 어리석은 사람들이 많이 나오는 공상 과학 영화다. 레이저 빔을 쏘는 거대한 우주 서사시가 아니라 바보 같은 루저들의 이야기다. 그래서 이 영화에는 사랑스러울 정도로 바보 같은 사람들이 가득하다.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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