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창] 가장 존경하는 한분
2019-04-25 (목) 12:00:00
김명수(버클리문학회원)
누군가 나에게 가장 존경하는 분이 누구냐고 물었다. 종교인, 정치인, 스승님 중에 존경받을 분들이 많이 있다. 그렇지만 내마음에 가장 와닿는 사람은 아버님이다. 아버님 하고 부르면 마음이 든든해진다.
아버님이 10살이 채 되기도 전 일이다. 할머님은 몸집이 작은 아버지가 수레에 물건을 가득 싣고 힘들게 밀고 올라가는 나이 든 어른을 끙끙거리며 도와 주는 걸 보았다고 전해주셨다. 동네 어른들도 저 아이는 틀림없이 크게 될 거라며 그렇게 해달라고 기도하며 축복해주셨다고 했다.
아버님의 제일 어린 손자인 내 아들이 대학 들어가기 전 아버님과 함께 대학탐방을 했다. 그때 아버님의 연세가 80세인데도 다시 공부하고 싶은 게 꿈이라고 하셨다. 아버님은 은행에 다니며 저녁시간에는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에 등록해 수료받았다. 그렇게 성실하게 살았던 아버님도 직장 일에 바빠 아이들 졸업식에 참석 못하신 걸 후회하며 미안해 했다.
아버님은 제일 밑바닥인 은행원으로 시작하여 상무 이사까지 올랐다. 제5공화국 시절 언론계 금융계에 몰아친 자진 사퇴 압력으로 쉬고 계시다가 경영 부실로 적자를 내고 있던 기아자동차, 아세아 자동차, 그리고 대한중기회사에서 연락을 받고 근무를 하셨다. 아버님이 취임하신 후 적자를 보던 회사가 실적이 급속히 올라가며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
아버님이 자동차 회사에서 회장을 하실 때였다. 적자로 고생하던 회사가 흑자로 변하자 군부에서 군인들이 이용할 차량을 무상 기증하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하루는 군의 초청을 받아 부대로 들어갔더니 많은 군인들이 줄을 서서 행렬을 만들고 있었다. 아버님은 별 달린 장군님이 오는 날과 겹친 걸로 생각하고 돌아가려 했다.
그런데 아버님이 들어서자마자 군악대의 나팔소리와 함께 줄지어 서있던 군인들 모두가 아버님을 향해 경례를 붙였다. 군인들이 요긴하게 필요로 하는 차량을 받은 것에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서 회사 대표인 회장님에게 감사를 표했던 것이다. 생전 처음 그런 대접을 받은 아버님은 무척 당황했지만 한편으로는 무척 감격하신 것 같았다. 그때의 모습을 그려보는 나 또한 감격이 밀려온다. 내 인생에서 가장 존경하는 단 한분을 꼽으라면 단연코 아버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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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버클리문학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