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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선 칼럼] 퍼더미스 (1)

2019-04-24 (수) 12:00:00 신해선/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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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떤 그 한때는 이런 생각도 했었다. 즉 대한민국 검찰이 속보이는 바지저고리 신세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옷한벌 입어보려면 미 법무부 산하에 명패를 붙이면 가능할거라고...

-아마 카터 전대통의 친동생 빌리 카터씨가 형님이 대통령 시절 검찰에 호출되며 수사를 받을 때의 일을 보면서 나온 생각이었던 것 같다 -

그런데 요즘 워싱턴 정가에서 돌아가는 꼬락서니를 보면 그때 그 생각을 바꾸게 만든다. 아니 바꾸는걸 떠나서 아예 닮은꼴 쌍둥이 형제가 되어가는 것을 보는 분위기로 이끈다.


국민전체의 변호역할을 맡아야 할 법무장관이 대통령 개인변호사가 되었다고 야당인 민주당이 주장한다. 여기에 가세해서 일부 언론은 한술 더 떠 대통령을 마피아 두목에 비유하고 법무장관을 그 밑에서 일하는 개인 변호사로 묘사한다.

다시 말하면 어느 마피아 패밀리 쫄개중 누구 하나가(어쩌면 둘?) 죄를 범한다. 경찰서 유치장에 갇힌다. 그러면 왕초의 명령으로 그의 개인 변호사가 묵직한 손가방을 들고 해당 경찰서로 향한다. 그래서 무언가 주고받는 수속을 마치고 쫄개를 풀어 같이 두목 앞에 나타난다. 미 대통령과 미 법무장관을 이렇게 비유하는 거다. 기가막혀 말이 안 나온다.

언론도 많이 변했다. Fox News는 대통령 전용 방송국이라 할 만큼 대통령을 부추겨주며 홍보대사를 한다. MSNBC 라던가 CNN 등 일부 케이블 방송들은 트럼프 비리를 캐내기 위하여 존재하는 언론 같은 분위기다. 그리고 많은 다른 미 언론 역시 현 정권을 가차 없이 때린다. 그런데도 끄떡없다.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의 심장과 간은 무쇠가 아니고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진 것 같다.

그렇다 하더라도 다이아몬드 심장이 넘어야할 산은 넘어도 넘어도 또 넘어야할 산들로 꽉 찬 것 같다.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가 장장 2년 이상 걸려 수사하여 발표한 448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에는 2016년 트럼프 선거캠프와 러시아간에 어떤 공모가 없었다는 발표가 나온다. 이는 트럼프의 사기를 돋구는데 충분했다. 그러나 법을 어겼다는 확답도 없지만 그렇다고 면제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라면서 이 문제는 모두에게 알아서 해결하라는 그런 뉘앙스도 남긴다.

현재로서는 여기저기 주요부분을 삭제한 보고서 일망정 읽고 읽다보면 튀어오르는 의문점이 많다고 한다. 특히 뮬러검사는 10가지 사건을 지적하면서 분명히 법을 어기는 사항을 트럼프가 지시했지만 백악관 부관들의 명령 불복종으로 위법을 면했다는 상황이 밝혀진다.

또한 이 보고서에는 뮬러검사팀이 그동안 인터뷰한 트럼프주변 인사들의 이름들이 노출되면서 안절부절 불안한 인사들이 많다는 얘기다. 백악관 현직 전직 인사들이 선서 하에서 한 증언은 그들이 일반에게 발표한 내용과는 달라서 트럼프에게 불리한 증언이 될수도 있기 때문에 트럼프의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는 거다.

특히 새라 샌더스 백악관 공보관의 거짓이 여지없이 드러나면서 그의 사표 론까지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그리고 거기따라 참고부분을 헤치다보면 448 페이지가 4000페이지로 부풀어질수도 있다는거다. 삭제된 부분이 무언지 그게 노출되면 새로운 뇌관이 터지는 가능성도 다분히 존재한다는 견해다.


삭제 없는 원본을 내놓으라는 고함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또 트럼프의 그동안 비리를 캐내겠다고 그의 세금보고서 내놓으라는 으름장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민주당과 공화당의 해석은 예상대로 극과 극이다.

트럼프 일가가 과거 애용했다는 도이치 뱅크에도 불똥이 튄다. 그동안 트럼프와의 관계서류 일부를 내놓으라는 연방 하원의 소환장이 날아간다. 프레지덴트 트럼프가 아니고 미스터 트럼프였다면 이미 감옥소 문도 보인다는 일부 주장도 나온다.

뮬러 리포트는 단연코 금년도 베스트셀러가 될 거라 고한다. 당분간 홈드라마 좀 미쓰하겠다. 아, 퍼더미스가 나의 단어장에 독자적으로 입성한다.

<신해선/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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