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물간 도박사의 카지노 털이계획이 꼬이는데… 프랑스 범죄영화 명장 멜빌의 빼어난 느와르
2019-04-19 (금)
▶ ‘도박사 보브’(Bob Le Flambeur) ★★★★½ (5개 만점)
도박꾼으로 전과자인 보브가 자기가 털 도빌의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고 있다.
미국 갱스터영화에 영향을 받아 과묵한 터프 가이들의 운명적이요 어두운 범죄세계에 집착하면서 ‘밀고자’와 ‘사무라이’ 및 ‘붉은 서클’ 등 걸작 범죄영화를 만든 프랑스의 명장 장-피에르 멜빌이 1955년에 만든 빼어난 필름 느와르다.
술집들이 늘어선 범죄자들의 은신처인 파리의 몽마르트르와 믿을 수 없는 여인들 그리고 산전수전 다 겪은 나이 먹은 프로 범죄자들과 그들이 한탕하려고 노리는 카지노 등에 관한 로맨틱한 ‘하이스트’ 영화로 멜빌이 해설한다.
말끔한 정장에 중절모를 쓴 과묵한 신사 보브 몽타뉴(로제 뒤세스네)는 전과자로 도박꾼인데 지난 20년간을 파리에서 정직하게 살아왔다. 그런데 그가 자기가 자주 드나드는 도빌(영화 ‘남과 여’의 무대)의 카지노가 주말 그랑프리 경기 때 영업이 잘 돼 금고에 현찰 800만 달러가 보관된다는 사실을 카지노 직원으로부터 귀띔을 받는다. 이에 보브는 범죄를 위한 물주 등 3명의 동료들과 함께 이를 털기로 계획을 짠다. 범행 시간은 카지노 손님들이 뜸한 새벽녘.
그런데 보브의 범행 계획을 보브가 길에서 줍다시피해 자기 아파트에 묵게 한 천사의 얼굴을 지닌 섹시하고 젊은 안(이자벨 코리)이 보브의 피후견인인 건달로 자기와 잠자리를 함께 한 파올로(다니엘 코쉬)에게 말한다. 그리고 파올로는 이를 핌프인 마크에게 전달하고 이어 경찰의 정보꾼인 마크는 이 소식을 형사반장 르드뤼(기 드콩블르)에게 알린다. 그런데 르드뤼와 보브는 보브가 과거 르드뤼의 생명을 구해준 뒤로 친구지간이 됐다.
한탕 하는 날 보브는 도박장에 들어서 내부를 탐지한다. 그리고 범행시간이 될 때까지 카드놀이를 하기로 하고 도박판에 끼어든다. 그런데 보브의 운이 좋아 계속해 돈을 따면서 그 액수가 엄청난 단위에 이른다. 보브는 자신이 왜 도빌에 왔는지조차 잊을 정도로 돈을 딴다. 범행시간이 되면서 보브가 딴 돈을 캐시어에게 맡기는 순간 보브의 일당이 카지노에 들이닥치고 곧이어 범죄자들은 몽땅 경찰에 체포된다.
뒤세스네의 조용하고 부드러운 연기가 일품이고 프랑스의 명 촬영감독 앙리 드카에가 흑백으로 찍은 인적이 끊긴 새벽 파리의 거리 모습이 아름답게 사실적이다. 24일 오후 2시. 뉴베벌리 시네마(7165 베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