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서스펜스영화의 두 걸작 ‘디아볼릭’(Diabolique)과 ‘공포의 보수’(Wages of Fear)를 만든 ‘프랑스의 히치콕’ 앙리-조르지 클루조(각본 겸)의 스타일 멋있고 아기자기하게 재미있는 살인 미스터리 필름 느와르로 1947년 작 흑백.

베니스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으로 야심 찬 여가수와 그의 질투에 눈먼 남편 그리고 이들의 동성애자 이웃과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가 나오는 추리영화다. 클루조 특유의 사회적 사실주의와 심리적 가혹성을 결합한 흥미진진한 작품으로 특히 파리 경시청의 형사로 나오는 노련한 연기파 루이 주베의 연기가 눈부시다.

1946년 크리스마스 직전의 파리. 뮤직홀 가수로 육감적인 제니 라무어(수지 들레르)는 빅스타가 되기 위해 자신의 피아노 반주자인 남편 모리스 마티노(베르나르 블리에-프랑스의 명장 베르트랑 블리에의 아버지)를 속이고 자기를 탐하는 돈 많고 추하고 색욕에 눈먼 늙은 쇼 제작자 조르지 브리뇽(샤를르 뒬랑)의 초청에 응한다.

대머리인 모리스는 소심하고 착한 남자로 제니를 몹시 사랑해 질투가 심한데 자기 아내에게 수작을 거는 브리뇽에게 죽이겠다고 협박을 서툰 협박을 한 바 있다. 제니는 비록 애교가 많긴 하나 자신도 남편을 극진히 사랑한다.

뒤늦게 제니가 자기를 속였다는 것을 알게 된 모리스는 차를 몰아 브리뇽의 집에 들이닥친다. 그런데 브리뇽이 이미 사체가 되어 있지 않은가. 모리스는 제니가 브리뇽을 죽였다고 믿고 급히 브리뇽의 집을 빠져나오는 순간 차를 도난당한다. 한편 제니는 자기 옆집의 사진사로 남편의 친구인 레즈비언 도라 모니에르(시몬 르낭)에게 자기가 브리뇽을 죽였다고 고백한다. 이에 평소 브리뇽을 혐오하던 도라는 브리뇽의 집으로 가 모든 물적 증거를 제거한다.

사건을 맡은 수사관은 외인부대 출신으로 산전수전 다 겪은 인정 많은 앙트완(주베). 그는 겉으로 보기엔 형사라기보다 오히려 범죄자처럼 생겼지만 휴머니스트로 다소 냉소적이다. 앙트완은 제니보다는 모리스를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집요한 심문을 하는데 이에 견디다 못한 모리스가 허위 자백을 한 뒤 자살시도를 하면서 제니와 도라가 서로 자기들이 범인이라고 고백한다. 과연 누가 진짜 살인범일까요.

17일 오후 2시 뉴베벌리 시네마(7165 베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