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랫사람 눈치 보며 사는 세상

2018-10-31 (수)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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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는 변하고 세상은 바뀌게 되어있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후 세상이 어떻게 바뀌었는가. 해외에 거주하는 동포들도 관심을 갖고 있는 사항 중의 하나다. 그러나 그 문제는 미주한인들이 며칠 여행하는 것으로 그림을 파악하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너무나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서울에 와있다. 우선 눈에 띠는 것은 모든 시스템이 젊은 사람 위주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강남의 어느 스타벅스 커피숍에서 내가 겪은 해프님이다. 커피 한잔 달라며 돈을 내밀었더니 종업원이“현찰은 받지 않습니다” 라며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카드만 받는 시범업소라면서 크레딧카드나 스마트폰 결재를 요구했다. 그러나 나는 얼마 안 되는 잔돈을 크레딧 카드로 결재하는 것이 싫어 커피를 먹지 못하고 나왔다.

모든 것을 크레딧카드로 결재하는 시스템으로 변하고 있다. 음식점은 물론이고 버스, 택시, 전기요금, 심지어 편의점에서 몇 백원짜리 볼펜을 사는데도 크레딧카드를 사용하고 있었다. 물론 전에도 크레딧카드로 결재했으나 지금은 현찰을 사용하지 않는 시대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다음은 서울의 버스노선이다. 버스 전용도로가 길 가운데 생겨 버스가 일사천리로 빨리 달린다. 택시보다 버스가 더 빠르다. 층계를 오르내리는 지하철은 불편하기 짝이 없다. 몇 달 전부터 버스이용 시스템이 이렇게 바뀌었다고 한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더 커다란 변화가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것은 직장 내의 분위기다. 아랫사람이 윗사람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윗사람이 아랫사람의 눈치를 보는 분위기로 바뀌어가고 있다. 나의 조카 중에 50세 넘은 기업인이 있다. 그가 대출을 둘러싸고 전화로 은행에 질문을 했는데 은행 여직원이 너무 불친철해 지점장을 찾아가 항의했더니 “그 여직원은 노조회원입니다. 내가 그녀의 상관이지만 잘못 건드렸다간 내가 노조로부터 큰 화를 당합니다. 저를 봐서 선생님이 좀 참아주십시오”라며 사정하더라는 것이다.

언론계도 노조의 힘에 눌려 부장이나 국장이 기자들의 눈치를 본다. 더구나 여성들의 ‘미투‘ 운동이 시작된 이래 직장마다 윗사람들이 아랫사람들의 눈치를 살핀다.

노조 중에서도 민주노총의 파워는 막강하다. 1,768의 노동조합을 포함하고 있는 민주노총은 크게 16개의 가맹조직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에서 금속 노조, 공공운수 노조, 전교조, 공무원 노조가 가장 큰 세력이며 금속 노조에서는 자동차 노조가, 공공운수 노조에서는 철도 노조가 막강한 세력을 유지하고 있다. 내년부터 실시되는 최저임금 8,350원 제도도 민주노총에 의해 이루어졌으며 무노조이던 삼성이 노조를 만들겠다고 약속한 것도 민주노총의 압력 때문이다.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340개 공공기관에 1,651명의 임원이 임명됐는데 상당수가 노조관계 출신들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촛불혁명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 창출에 결정적으로 헌신한 것은 민노총이라고 믿고 있다. 최저임금을 둘러싸고 정부와 민노총이 마찰을 빚자 노조간부가 정부인사에게 “개가 주인을 물 수 있나”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한다. 자신들이 문 정권을 세운 주인인데 여당정치인들이 어떻게 자신들을 물어뜯을 수 있느냐는 소리다.

사람이 먼저고,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던 문 대통령의 취임사가 머쓱하게 되었다. 지금 한국은 노조의 동의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세상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새로운 특권계급이 탄생한 것이다.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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