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색 바랜 노벨평화상

2018-10-17 (수)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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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웅산 수치여사 때문에 노벨평화상이 시련을 겪고 있다. 노벨평화상이 정치인에게 주어지는 것이 과연 노벨정신에 부합되는 것이냐를 놓고 논쟁이 일고 있는 것이다. 군부독재와 싸워 정권을 잡은 아웅산 수치여사 정부가 소수민족인 로힝야 족을 학살하고 난민을 양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평화를 위해 일생을 바친 마하트마 간디는 노벨평화상을 못 받은 채 암살당했다. 그런가하면 제2차 세계대전 종식에 기여하였다하여 스탈린은 두 번이나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랐다. 나치수용소에서 생사고비를 넘긴 경험을 책으로 써낸 유대인 엘리 비젤은 노벨평화상을 탄 후 팔레스타인 학살을 옹호하고 시오니즘을 주장해 말이 많았었다. 키신저에게 노벨평화상이 주어진 후 월맹은 월남을 침공해 키신저가 스타일을 구겼었다.

노벨평화상이 한국과 관련해서는 완전히 캐리커추어로 변한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군부통치종식의 결단을 내렸다하여 노벨상 후보에 오른 적이 있는가하면 이명박 전 대통령도 글로벌녹색기구 창설로 노벨상을 받으려고 안간힘을 썼던 것이 최근 신문기사로 드러났다. 그가 녹색운동으로 노벨상을 받았다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재판이 어떻게 되었을까.


심지어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취소공작까지 벌여 노벨위원회를 놀라게 했다. 나라 망신이다. 베르게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한국인은 참 이상한 사람들이다. 김대중의 노벨상 수상을 반대하는 편지가 수천 통이나 전달되었었다. 노벨상은 로비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모르는가”라고 말한 적이 있을 정도다.

노벨평화상이 말썽이 되고 있는 것은 이 상이 국가의 이해관계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레흐 바웬사와 넬슨 만델라 정도는 되어야 잡음이 없을까. 그 이외 정치인들 - 아라파트, 베긴, 사다트 등 - 모두가 잡음을 불러 일으켰다.

아웅산 수치여사는 왜 로힝야 족에 대한 군부의 만행을 눈감아 주고 있는 것일까. 여기에는 민족적 감정이 개입되어 있다. 애당초 영국이 버마(미얀마)를 식민지로 삼았을 때 그 저항이 만만치 않자 영국은 방글라데시 등에서 벵갈인을 대량 이주시켜 버마에서 살게 했다. 이들이 바로 로힝야 족이다. 로힝야 족은 당시 영국 편을 들어 미얀마 족을 2만 여명이나 학살했으며 버마 원주민의 재산을 약탈했으나 영국은 모른 체했다.

무엇보다 불교국가인 버마에서 로힝야 족은 무슬림이며 이슬람교도들이다. 다수인 미얀마 족(67%)과 소수인 로힝야 족(100만)은 전혀 생활과 풍습이 달라 버마는 독립 후 로힝야 족에게 버마 국민 자격을 부여하지 않았다. 그러자 로힝야 족 일부가 IS에 가입하여 승려를 살해하고 지난해에는 미얀마 청년 3명이 로힝야 족 처녀를 집단강간 살해하자 로힝야족이 미얀마 족 마을을 습격하여 보복했으며 이어 미얀마의 재 반격으로 로힝야 대학살이 자행된 것이다.

만약 아웅산 수치가 로힝야 편을 든다면 수치에게 ‘민족 배반자’라는 낙인이 찍힐 것이다. 아웅산 수치는 미얀마의 대통령이 아니다. 미얀마는 부부 중 한사람이 외국인이면 대통령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영국인을 남편으로 둔 아웅산 수치의 공식직함은 국가자문역 겸 외무장관이다. 대통령 직은 그의 운전기사가 맡고 있는 기형적인 정부를 이루고 있다.

미얀마 군부가 앞으로 로힝야 족을 대량 학살한다면 아웅산 수치는 히틀러 못지않은 악명 높은 정치인으로 기록될 것이다. 노벨위원회는 규정상 아웅산 수치의 수상을 절대 박탈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노벨상의 꽃인 평화상이 점점 저질화 된다는 평을 받고 있다. 색 바랜 노벨평화상에 지하에서 노벨이 한숨을 내쉬고 있을 것이다.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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