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정폭력의 현장에 빛을 비추다

2018-08-16 (목) 김지예/뉴욕가정상담소 홍보 매니저·소셜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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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봉사자가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늘 새롭게 도입하는 상담소의 끊임없는 노력에 부응하고자 했습니다. 핫라인을 돕고 아웃리치 활동에 참여하는 기존 봉사자 역할을 벗어나 선도자가 되어 직접 아웃리치에 나선다는 것은 신선한 구상이었으며, 무엇보다도 가정폭력 문제에 대해 체계적이고 깊이 있는 공부를 하고 싶었습니다.”

필자가 뉴욕가정상담소의 선도자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물었을 때 줄리 김 봉사자로부터 들려온 대답이었다. 2011년부터 현재까지 뉴욕가정상담소의 봉사자 그룹 ‘하모니’ 의 핵심 멤버로 활발하게 봉사해온 줄리 선생님은 지난 4년간 ‘선도자’로도 활동하며 한인 지역사회 내 가정폭력에 대한 인식높이기에 지대한 공을 세우고 있다.
친구들, 가족들, 시니어 센터에 계신 노인들을 대상으로 아웃리치 강의를 할 때 청중들이 질문을 하고 적극적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며 큰 보람을 느낀다는 그녀. 선도자 얘기를 할 때면 늘 두 눈을 반짝인다.

뉴욕가정상담소의 선도자 프로그램은 연방정부 보조금을 받아 진행되는 ‘친정’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상담소가 친정집 같은 공동체와 실질적인 조력자가 되기 위해 지역사회 내 교육을 실시하는 아웃리치 프로그램이다.


상담소에서 핫라인 봉사를 오래 해 온 봉사자들 중 여섯 명이 최초 선도자로 발탁되었고, 이들은 상담소가 제공하는 가정폭력에 관한 체계적인 교육을 받으며 아웃리치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노하우를 쌓았다. 매달 정기모임을 통해 사회적으로 터부시되는 ‘가정폭력’이라는 주제를 어떻게 하면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방법으로 이야기 할 수 있을까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기도 했다.

트레이닝을 거친 선도자들은 한인들이 밀집해 있는 장소를 타겟으로 지인 네트워크를 통해서 혹은 시니어센터나 지역 사업체 등지에서 개인과 가정의 건강함을 위해 교육을 통한 아웃리치를 4년 째 해나가고 있다.

상담소의 일을 협조하는 봉사자 역할을 넘어 직접 발 벗고 나서 상담소를 알리는 홍보대사 혹은 메신저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까지 79번의 강의와 150번의 사업체 방문 아웃리치를 통해 약 1,050명의 한인이 교육을 받았다.

선도자는 앞에서 이끄는 사람, 곧 리더를 뜻한다. 지난 4년 동안 상담소의 선도자 팀이 성취한 많은 일들 중 단연 가장 의미 있는 일은 우리 봉사자들이 가정폭력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수면위로 끌어낸 리더가 되어 자기성장과 더불어 커뮤니티의 발전을 이뤄냈다는 점이다.

가정폭력 이슈에 대해 건강하게 소통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만들고, 폭력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상담소의 일을 세상에 알리고, 또 지금도 숨죽이며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는 사람들을 밝은 세상으로 이끌어주는 선도자들. 우리사회를 밝히는 소중한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한 가정폭력 생존자는 자신의 경험을 알리는 스피치 중에 청중들에게 이렇게 부탁한다. “여기서 들으신 것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가정폭력은 오직 침묵 속에서만 자라납니다. 여러분 모두가 학대에 대해 이야기함으로써 학대 현장에 환한 빛을 비춰 주십시오.”

가정폭력의 현장에 환한 빛을 비추고 있는 뉴욕가정상담소 선도자들. 침묵을 깨고 가정폭력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우리사회의 진정한 리더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밝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일에 함께해 주어 고맙다고.

<김지예/뉴욕가정상담소 홍보 매니저·소셜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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