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는 이야기] AI시대 앞에서

2026-01-09 (금) 07:34:36 신석환/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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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호킹은 인공지능(AI)의 출현을 염려하며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제발 외계인을 찾지 말라고도 부탁했다.

자기가 세상을 떠난 후 벌어질 이 세상의 근심덩어리 두 개를 걱정하고 염려하며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떠난 호킹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호킹은 말하기를 외계인이 지구를 방문하는 일이 만약에 있다면 그것은 절대로 로맨틱하지 않은 재앙의 날이 될 수도 있음을 경고했다.

UFO니 외계인이니 하는 존재는 결단코 낭만이 아님을 명심하고, 오히려 만에 하나 외계인이 나타난다면 그들은 관광을 오는 게 아니라 지구를 점령하려드는 비극적 상황일지 모르니 그런 외환(外患)을 경계하라는 뜻이다. 정말 “귀 있는 자는 들을지어다.”


그러나 다행히 외계인은 아직 추상적인 범위로 치부해도 좋을 듯하다. 물론 어느 날 예고 없이 쓰나미처럼, 또는 도둑처럼 닥칠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일단 접어두기로 하고 문제는 눈앞에 닥친 AI 현상이다.

글자그대로 2026년은 AI가 만개할 징후를 도처에서 발견한다. 마치 지난 날 인터넷이 “어! 어!” 하는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지구를 덮어버리고 이 세상을 휩쓸어버렸듯이, 그리고 어느새 인간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맹렬한 인터넷의 추종자가 되어 살아가듯이. 이제 AI라는 강자가 지금 그때의 그 자리를 넘보기 시작했다.

AI에 대해 세세히 알지 못하는 무지와 두려움이 있긴 하지만 AI는 아마 인터넷보다 더 커다란 위엄을 장착하고 군림할 기세다.
미국에 오기 전 컴퓨터를 배우겠다고 서울역 앞 K전문대학에 갔던 적이 있다. 그때는 컴퓨터가 약간의 과장을 더한다면 작은 집채만 했다.

그리고 그때 강사의 유세(有勢)는 대단했고 수강생들은 강사가 한마디 할 때마다 감탄을 연발했다. 그로부터 반세기만에 컴퓨터는 인간의 손바닥 안에서 인간을 조정하며 호령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이 시대의 AI는 실체가 무엇인지 감조차 잡을 수 없을 만치 눈에 띄지 않게 인간들을 지배하며 지경을 넓히고 있다.

한 가지 다행은 지금 황혼세대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AI가 판치는 세상을 뒤에 두고 총총히 떠날 터이니.
AI 세계에서 살아갈 젊은 인간들 역시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들은 지금 컴퓨터를 조정하고 인터넷을 즐기듯이 그렇게 살아갈 전망이다.

호사가들은 인공지능과 인간의 경계가 어디까지인가, 라는 점을 두고 논쟁한다. 그 경계가 모호할 정도로 AI머리가 비상하다는 것이 대세이며 중론이다. 그러나 AI가 제아무리 인간의 영역을 침범한다 해도 감정선까지 들어올 수 없다고 믿지만, 그것도 잘라 말할 수 없다.

나무나 풀 옆에서 사람이 실수로 다쳐 피를 흘린다면 그때의 아픔과 고통을 나무가 느낀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때는 무심히 웃고 말았지만 나무나 풀잎이 아니라 AI가 그 아픔을 공유하게 되리라 생각하면 소름 끼치는 세상이 아닐까.


이제 인간이 쓰는 소설 시 수필도 그 자리를 빼앗길 날이 멀지 않을 듯하다. 교사도 교수도 그 자리와 위치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할 날이 올 것이다.
더 큰 문제는 AI가 종교의 영역으로까지 확대되어 “설교”나 “가르침”의 자리에 서는 것을 허용하는 비극이다.

예컨대 기독교의 “가르침”이란 글자그대로 “영적인 신령함”이 바탕일 터인데 AI가 미소를 지으며 그것까지 만들어내겠다고 들어온다면 무슨 수로 막아낸단 말인가. 그런 조짐은 벌써 시작되는 듯하다.

인간은 노력 없이 거저먹으려는 습성이 있으므로 처음 몇 번은 고민하겠지만 곧 AI가 던져주는 안일함의 미끼를 덥석 물것이다. 영혼 없는 미사여구가 공장에서 찍어내는 빵처럼 양산 될 날이 멀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다.

해결할 묘책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첫째는 인간들이 결사적으로 AI의 침범을 막아내거나 둘째는 이 인류역사가 그만 이쯤에서 막을 내리는 것이다. 그러나 지구인은 누구도 이 두 가지 방안에 선 듯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AI도 UFO도 결국은 인간에게 거부 되지 않고 부려지는 문명일 테니까.

<신석환/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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