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병오년(丙午年)의 새해가 밝았다. ‘붉은 말의 해’이다. 붉은 말은 역동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며 강인한 생명력과 열정, 그리고 진취적인 기운을 상징한다고 하니 우리도 신년(New Year) 의 소망을 온힘 다해 그려 보자.
늘 새해가 되면 아주 어린 시절에 부르던 “새 신”이라는 동요가 떠오르곤 한다. “새 신을 신고 뛰어보자 팔짝, 머리가 하늘까지 닿겠네.” 이 노래는 긴 세월이 흘렀어도 여전히 설렘과 기쁨으로 기억되고 있다.
어린 시절, 새해가 되면 어머니께서는 색동저고리와 붉은 원색 치마의 설빔과 새 꽃신을준비해 주셨다. 그믐날 밤, 그 새 옷과 새 신을 몇 번이고 쓸어만지다가 머리맡에 두고 선잠이 들던 기억은 그리운 어머님의 모습과 함께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그 시절, 발에 신던 신발이 새것으로 바뀌었을 뿐인데 마음은 이미 하늘에 닿은 듯한 기쁨과 설렘이었다. 아마도 새(新)’라는 접두사가 전혀 다른 가치로 연출되는 힘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어제의 태양과 오늘의 태양이 다르지 않듯이 12월 31일의 시간과 1월 1일의 시간은 물리적으로 다르지 않다. 하지만 우리의 분절(分節)인 새해(New Year)는 지나간 시간과 다가올 시간의 사이에서 매듭과 시작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사실상 시간은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연속의 흐름일 뿐이나 때로 우리의 삶 가운데에 리셋(Reset) 이 필요한 것이다.
지나간 시간 동안 옷자락에 묻었던 낡은 후회와 얼룩진 실수 그리고 케케묵은 미련의 헌 옷을 벗어버리자. 이제 우리에게 다가올 365일을 마치 아무도 밟지 않은 하얀 눈밭이라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새해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의미에 귀 기울여 본다. 지나간 날이 어땠든 상관없이 모두 벗어버리고, 지금부터 라는 새 시간을 우리가 원하는 대로 다시 연출해 보자고한다. - 작가 C.S. 루이스 -는 말했다 “우리가 뒤에 남겨두고 온 것보다, 훨씬 더 좋은 일들이 우리 앞에기다리고 있다.”
새집에 들어가며 묵은 짐을 정리하여 버리듯, 새해에는 필요 없는 습관을 버리기로 다짐해 보자. 이것이 바로 우리가 새해(New Year)를 기념하는 진정한 이유일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새 옷은 또 헌 옷이 되고, 새 신은 때 타고 낡아질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기쁨으로 맞이한 새해 또한 언젠가는 익숙한 일상이 되어 지루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새것이 영원히 유지되느냐가 아니다. 다만 그 대상을 처음 마주했을 때의 그설렘과 정성을 얼마나 오래 기억하느냐에 달렸을 것이다.
-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 - 는 말했다 “진정한 발견의 여정은 새로운 풍경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것이다.”
새해, 우리는 어떤 연출을 준비하고 있는가? 마치 귀하게 준비한 새 옷을 처음 꺼내 입는 날처럼 설레고 조심스럽게 그리고 자랑스럽게 우리의 새 시간 이 시작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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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희/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