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의원에서는 축농증을 코의 문제가 아니라고 할까
2018-07-18 (수) 08:12:45
정호윤 <예담한의원 원장>
현대의학과 한의학에서는 동일 질병에 대해 왜 서로 다른 진단을 내릴까?
한의학에서는 기본적으로 우리 몸 전체를 하나의 덩어리로 보고 그 사이사이의 연관성을 한 명의 의사가 유기적으로 파악하는 접근법을 취하는 반면, 현대 의학에서는 우리 몸을 작은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 각 분야에 대한 전문의가 자세히 분석한다. 동일하게 ‘인체’라는 대상을 연구하면서도 전혀 다른 접근법을 통해 대상을 분석하는 이 두 학문 사이의 이러한 관점적 차이는 임상에서 매우 크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병원에서는 간에 아무 이상이 없다 했는데 한의원에서는 간이 좋지 않다고 한다거나, 병원에서는 분명 코에 문제가 있다 했는데 한의원에서는 폐에 문제가 있다고도 한다. 이렇게 한의원과 병원에서 동일한 병증에 대해 서로 전혀 다른 진단을 내리곤 하니 환자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혼란스럽고 난처해진다.
한의학을 실제적인 구조보다는 기능을 중시한다
이렇게 현대의학과 구분되는 진단을 가능하게 하는 독특한 한의학만의 해부학 이론을 ‘장부론’이라 한다. 이 장부론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각 장기를 구분하고 나누는 기준이 장부의 ‘구조’가 아닌 ‘기능’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현대의학은 ‘폐장’,’비장,’간장’,’심장’,’신장’ 과 같은 장기의 구분을 각 장기의 해부학적, 공간적인 위치를 기준으로 나누는데, 동일한 공간안에 물리적으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조직들이 있으면 이를 하나의 장기로 분류, 혹은 연관 장기로 분류하는 식이다.
반면, 한의학에서는 해부학적 위치보다는 각 인체의 조직들이 함께 공유하는 생리기능을 더욱 중시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호흡을 하기 위해 ‘폐’라는 장기 이외에도, ‘코’와 ‘피부’, ‘기도’라는 조직들을 다 함께 사용한다. 그렇기에 코, 피부, 기도, 폐와 같은 각각의 조직이 비록 다른 공간에 각자 존재하지만, 한의학에서는 이들을 통째로 묶어 ‘폐장’이라는 하나의 장기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의학에서는 피부병, 감기, 비염, 기관지 확장증 같은 서로 다른 병들이라 할지라도, 결국은 뿌리가 다 같은 ‘폐병’의 범주에 놓고 함께 보며 치료와 진단을 진행한다.
하지만 현대의학에서는 코병과 피부병 같이 환부가 다른 질병들을 함께 묶어서 진단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오히려 해부학적으로 그 위치가 서로 가까운 귀병와 코병를 한데 묶어 ‘이비인후과’의 범주에 놓고 살펴본다. 물론, 한의학에서 호흡과 관련된 기능을 하는 코와 듣는 것과 관련된 기능을 하는 귀를 함께 보는 일이 거의 없다.
아무리 구조가 멀쩡해도 기능을 못하면 한의학에서는 병이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코에 생기는 병인 축농증으로 한의원을 찾으면 이는 폐와 관련된 병이니 폐를 치료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고, 같은 병으로 병원을 찾으면 이는 코와 관련된 병이니 코와 그 주변의 조직을 치료하면 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것이다.
문의 (703)942-8858
<정호윤 <예담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