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책을 인터넷으로 몇 권 구입 하고 신이 나서 읽기 시작했다. 학창시절, 서점 바닥에 다리를 쭈욱 펴고 앉아서 내가 원하는 책들을 읽던 때를 추억하며…
하는 일 없이 바쁜 요즘은 책마저도 마음대로 읽기 어려운 시간을 살고 있다. 고작 화장실에 덜렁 한 권 놓고 하루에 10여분 책을 보는 것이 전부이니…하긴 그래도 한달에 한 권 정도는 읽을 수 있긴 하지만 말이다.
이 책은 21세기를 살면서 여성의 인권과 권리, 암암리에 우리 사회에 젖어 있는 남성 우월주의 사상에 고통받다가 병을 얻게 되는 줄거리다. 남성의 성희롱과 우월주의는 나에게도 흔한 기억 중에 하나다.
중학교 시절, 다른 친구들보다 성장이 빨랐던 뒷번호 대그룹 중에 우리가 봐도 예쁜 친구가 하나 있었다. 그녀와 나는 학급에서 맡겨진 책임이 있어서 선생님들의 허드렛일을 돕곤 했다.
체육과 교무실은 운동장에 있어서 체육 시간이 되기 전에 우리는 필요한 교구를 설치하는 일을 하곤 했는데 늘 점심시간에 운동장 구석의 체육과 교무실에 가면 체육 선생님은 양동이를 주시면서 운동장에 널려진 수류탄(체력장이란 제도가 있을 시절에 멀리 던지기용으로 사용했던 기구 이름)을 주워 오라고 주문을 했다. 그런데 꼭 나보고 주우라 하시고 그 친구는 실내의 매트를 접게 시켰다. 20여분이 지나서 수류탄을 낑낑거리면서 들고 돌아오면 잘 했다고 나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끌어안고 엉덩이를 손으로 쓰다듬던 선생님. 친구의 귓볼을 만지는 선생님을 보면서 빨리 졸업하면 좋겠다 생각했던 기억.
성적표를 손으로 쓰던 시절, 한 반에 학생이 60명이 넘으니 성적을 내고 생활 기록부에 옮기는 작업을 종종 학생들에게 시키는 경우가 있었다. 한 씨 가문의 후예라 늘 생활 기록부 작성을 돕곤 했는데 그때마다 교무실에 가면 나이든 선생님이 나의 팔의 안쪽을 잡고 “예쁘다”고 즐거워하곤 했다.
남자는 늘 반장이고 여자는 반장을 하면 큰 일 나는 문화에서 성장하면서 왜 나는 남학생보다 못할까 하는 억울함도 있었다. 정말 돌아보면 성장하면서 받은성희롱, 남녀 차별의 예화는 차고 넘친다. 남성 위주로 사는 우리사회에는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불이익을 받았고 그를 위한 부작용이 많았었다. 80년대 태어나 성장한 김지영 씨도 이런 사회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받는 불이익과 편견, 해소 안되는 남성 우월주의의 피해자로 그려진다.
그러나 돌아보면 역사는 한 번에 바뀌지 않았다. 수많은 민초들의 가열 찬 투쟁으로 또는 희생으로 조금씩 바뀌었기에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건 사고들이 먼 훗날에 우리 사회를 바꾸는 중요한 일임은 분명하다. 조금씩 바뀌다 보면 우리의 귀한 다음세대에는 지금보다 월등히 나은 삶을 영위할 터전이 되지 않을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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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연성 통합한국학교 VA 캠퍼스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