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양심적 병역 거부

2018-07-08 (일) 11:04:37 옥승룡 목사 볼티모어중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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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집의 초인종이 울려서 문을 열어보니 한국 아주머니 한 분과 젊은 청년이 서 있었다. 환하게 웃는 얼굴로 “안녕하세요?”하며 인사를 했다. “예,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받아주자 손에 든 종이쪽지를 전해주려 했다. 그 종이에 특정 종교 단체의 이름이 적혀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저 목사입니다”하면서 문을 닫으려고 하자 당황하면서 “어느 교회에서 …”하며 내가 사역하는 교회를 묻는 것 같아 “볼티모어에서 목회합니다”하고는 문을 닫았다.

문을 닫고는 문득 이 분들이 어떻게 나를 찾아왔을까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창문을 통해 보니 타고 온 차로 돌아가는 것이 보였다. 그러니까 이 분들은 집집마다 포교하다가 우연히 내집에 들른 것이 아니고 내 집을 목표로 찾아온 것이었다. ‘저 집에 한국 사람이 산다’는 것을 알고 찾아온 것이다.

전화번호부 같은 것을 통해 한국 사람이 사는 집을 충분히 알아낼 수 있다. 그런데 이 분들이 찾아온 시간은 오전 11시경으로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아니다. 그러니까 이 분들은 ‘저 집에 한국 사람이 사는데, 한 낮에도 집에 사람이 있다’는 정보를 가지고 내 집을 찾은 것일 것이다. 이 분들이 이렇게 조직적이고 열정적이고 세심하게 자신들의 신념을 포교한다는 생각을 하니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개인의 사생활 정보까지 획득하여 포교하는 열정으로 이들은 얼마 전 한국 헌법재판소로부터 중요한 결정을 이끌어 냈다. 종교적 양심에 따른 군 입대 거부자에게 대체 복무의 길을 막아 놓은 현행 병역법이 헌법에 맞지 않다는 결정을 헌법재판소가 내린 것이다. 그래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의 길이 열렸다.

지금까지 양심적 병역 거부로 군대 대신 감옥을 택한 사람이 1만 9,700명이며 매년 500-600명 이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 의무를 거부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 가운데 99% 이상이 내 집을 찾아온 분들이 속한 종교 단체 소속이다. 결국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특정 종교 단체에 특혜를 준 결과를 초래했다.

그런데 병역 거부의 빌미로 삼은 이들의 종교적 양심을 과연 한국 사회가 존중해 주어야 하는 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왜냐하면 이들과 동일한 양심을 빙자하여 자신의 아이를 사망케 한 부모가 있었기 때문이다. 수년 전 심장 기형을 안고 태어난 아이에게 수혈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부모가 수술을 거부해 아이가 사망하고 말았다. 수혈을 필요로 하는 수술은 자신들의 종교적 양심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태어난 지 2개월 된 영아를 사망에 이르게 한 부모의 종교적 양심은 입대를 거부하는 양심과 똑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가 과연 이러한 종교적 양심을 존중해 주어야 하는지 깊이 생각해 볼 문제다.

입대를 회피하려는 청년들이 종교적 양심을 빙자하기 위해 이 종교 단체로 몰려갈 것이다. 한국 갤럽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특정 종교에서 주장하는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경우, 징집 연령층 청년들 사이에서 ‘그 종교로 개종할 마음이 있다’는 대답이 21.1%에 달했다고 한다. 행정안전부의 통계에 따르면 징집 연령층인 20-29세의 인구수는 약 7백만명 가량이다. 그 중의 절반이 남성이라고 가정하면, 약 74만명이나 되는 청년들이 이 종교로 개종할 가능성이 있다.

청년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 정통 기독교 교회의 현실인데, 이 종교 단체는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부흥의 계기를 마련했을 걸 생각하니 나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옥승룡 목사 볼티모어중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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