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천하대란(天下大亂)의 조짐이라도…

2018-07-02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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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는 20개 성(省) 40개 시(市)에서 동시에 벌어졌다. 2018년 4월의 한 시점.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중장비 기사들이 크레인을 몰고 거리로 뛰쳐나온 것이다. 5월에는 교사들이 나섰다.

그 뒤를 이은 것은 트럭운전사들의 파업시위다. 상하이, 후베이, 안휘 등 전국 각지에서 역시 동시다발적으로 시위가 전개됐다. 그 날은 2018년 6월8일. 트러커들은 10일까지 연 3일에 걸쳐 전국규모의 파업에 들어갔다. 주목할 사실은 ‘공산당 타도’라는 구호가 등장한 것.

그뿐이 아니다. 한 지방의 시 공무원들은 급료지급이 체불되자 소셜 미디어에 불만을 토로하고 나섰다. 공영 TV 방송 직원들도 임금지불요구를 하며 시위를 벌였다.


그리고 6월19일 강쑤성(江蘇省) 전장(?江)시. 중국인민해방군(PLA)출신 재향군인 수 천 명 이 집결했다. 인권탄압 중단, 복지개선 등이 이들이 내건 구호. 중국 전역에서 재향군인들이 몰려들자 전장시 시민들은 이들에게 자발적으로 식품과 물, 교통편의, 숙소 등을 제공했다.

시위가 확산될 기미를 보이자 24일 전장시 일대에는 준 계엄령이 선포되고 2개 여단의 진압병력이 배치됐다. 결국 유혈사태로 이어져 3명이 숨지고 수 십 명이 부상을 당했다.

인구 13억의 중국대륙에서 하루가 멀다고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아직은 서방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 시위의 규모가 그다지 큰 편은 아니어서인지. 그 사건들이 그렇지만 그렇다. 하나, 하나가 천하대란(天下大亂)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면 과장일까.

공무원이 집단적으로 체제를 비판하고 나섰다. 마오쩌둥이 한 말인가.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고. 그러니까 중국공산당 집권의 최후 보루가 인민해방군이다. 그 인민해방군 출신 재향군인들이 거리에 나섰다. 공산당 지도부로서는 경악할 사태다.

그 자체로도 예사롭지 않다. 그렇지만 이 잇단 시위가 이제 시작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다.

경제가 계속 나빠지고 있다. 사회적 긴장감도 날로 높아가고 있다. 이 정황에서 발생한 것이 미국과의 무역 분쟁이다. 그 무역 분쟁이 전면적인 무역 전쟁으로 번질 조짐이다. 아니 어쩌면 미국과의 무제한 냉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G1과 G2 간의 단순한 경제 전쟁이라기보다는 가치관이 다른 체제 간의 동아시아, 더 나가 세계 패권을 둘러싼 격돌이란 점에서.

중국은 어떤 상황에 몰릴까. 경제는 물론, 정치, 사회적으로 엄청난 리스크를 떠안을 수 있다. 우선 예상되는 것이 경제난 가중이다. 이는 사회적 소요에, 정치적 곤경으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 공산체제의 붕괴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거다.


우선의 관심사는 시진핑은 위기를 극복해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관련해 던져지는 질문은 시진핑은 강력한 독재자 인가 하는 것. ‘아니, 그 반대 수 일 수 있다’- 싱크 탱크 지오폴리티컬 퓨처의 조지 프리드먼의 진단이다.

‘시진핑은 국가주석에서 시황제로 등극했다’-. 지난해 10월 중국 공산당 19차 전국대표회의는 시진핑의 평생집권의 길을 터주었다. 그러자 나온 말이다. 그러니까 마오쩌둥에 버금가는 최고 권력자 반열에 올랐다는 이야기다.

이는 그러나 허상으로 시진핑 독재 이면의 중국의 현실은 모순투성이에 냉혹하다는 분석이다. 절대 다수의 중국인들은 여전히 빈곤에 허덕인다. 큰 불안요소다. 또 다른 불안요소는 중국의 경제엘리트들 중 상당수가 시진핑 노선에 회의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학 교수로 대별되는 테크노크라트 그룹, 외교관들, 지방정부 관료들이 바로 그들로 중국경제의 국제시스템 편입이 중국을 현대화와 번영으로 이끈다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다. 말하자면 국제주의자에 온건 자유주의가 그들이 표방하는 노선이다.

이들은 시진핑 체제에서 소외되고 있다. 문제는(시진핑 입장에서 볼 때) 이들이 힘을 합칠 때 공산당 통치에 큰 위협세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시진핑도 그 점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부패척결이란 미명하에 계속 견제해왔다.

미국과의 무역 분쟁이 심화되면서 미묘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반(反)시진핑 세력의 반격기미가 보이고 있는 것이다. 재향군인들의 대대적 시위를 벌였다는 것이 그렇다. 장쩌민파의 사주를 받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세계 유일의 수퍼 파워 미국과의 무역 분쟁을 일으킨 시진핑의 강경 일방의 노선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공공연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그렇다. 자칫 ‘재정적 패닉 상태를 맞을 수도 있다는 경고성 논문이 중국정부지원의 한 싱크 탱크를 통해 발표 된 것이 그 한 예로 반 시진핑파 관료 세력의 조직적 반발이 아닐까 하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시진핑은 그러면 안팎의 압력에 그만 꼬리를 내리고 말까. 그럴 수도 있다. 미국의 주요 공격대상으로 지목되던 중국미래 혁신사업 육성계획인 ‘중국제조 2025‘(Made In China 2025)관련 보도를 중국이 자제하고 있는 대목이 말해 주듯이.

그러나 그 보다는 비(非)경제적 영역에서의 도발을 통해 체면 세우기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 시노인사이더지의 분석이다. 남중국해, 타이완해협에서의 군사적 도발, 그리고 북한의 김정은을 사주해 비핵화를 방해함으로써 미국을 정치, 군사적으로 곤경에 빠뜨리는 작전을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래저래 중국은 한국에 화근덩어리란 생각이다.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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