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식습관 지도에 관한 고민

2018-05-15 (화) 김민성 내과 전문의
작게 크게
식습관 지도에 관한 고민

김민성 내과 전문의

오늘도 환자분들을 뵙고 몇 번이나 되풀이 했던 말들이 머릿속에 있다.

당분 섭취를 줄이라는 말, 지방과 콜레스테롤 함량이 많은 음식을 피하라는 말이 그것이다. 이렇게 당부하면서도 지키기 힘든 부분이 아무래도 있지 않겠나 여쭤본다.

이런 질문에 대답을 선뜻 못하시는 환자분이 계실 때면 입장을 바꿔 생각해본다.


아마도 건강에 좋지 않은 걸 알지만 “먹고싶은 건 먹고 살아야지” 하면서 음식을 그냥 드실 때가 많지 않으셨을까 추측하게 된다.

건강을 위해서 중요하지만 때로는 실천하기 어려운 일들이 있다. 매일 걷거나 간단한 운동을 꾸준히 빼먹지 않고 하는 것도 그렇고, 건강한 음식만 찾아 먹는 것도 그렇다.

즐겨먹는 음식이란 항상 일상속에 녹아있는 것이기 때문에, 따로 건강에 좋은 것만 챙겨다니며 먹을 시간이 없거나 귀찮을 때가 많다.

건강한 식습관을 권장하는 이유는 이미 질병이 있기 때문인 경우도 있지만, 차후에 얻게 될 수 있는 질병을 식습관을 고침으로써 예방하거나 늦출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짜고 소금함량이 많거나 당분이 많은 음식을 즐겨먹는 사람에게서 고혈압과 당뇨의 합병증으로 인한 심혈관계, 뇌혈관계 질환의 위험도가 급격히 늘어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평생 즐겨먹던 맛 있는 음식을 단칼에 잘라내려면, 여간 독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아마 불가능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항상 식사에 대해 조언을 드릴 때는 최대한 환자분 입장에서 생각해보려고 하는 것이다. 환자에게 먹지 말라고 말만 하고 지키든지 말든지 하는 것만으로는 의사의 직분을 다하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되어 내가 직접 식단짜기 프로그램을 구상하는 중이기도 하다.

자료를 모으는 와중에 2017년 11월에 ‘The Lancet’에 실린 의학논문을 읽게 되었다. 직역하면 ‘지방과 탄수화물 섭취량이 심혈관계 질병과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이었다.

이 논문의 규모는 상당하다. 30대부터 70대까지의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 중 무려 13만5,000명 이상의 인원을 18개의 나라(선진국 3곳, 개발도상국 11곳, 낙후지역 4곳)에서 모아 평균 7년5개월간 참여시켰다.


3년, 6년, 9년에 한번씩 전체 진료를 바탕으로 사망빈도, 사망에 이르게 할 수준의 심혈관계 질환의빈도, 심근경색, 중풍, 기타 성인질환의 빈도를 측정하였다.

결과를 정리해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의 식단이 3분의 2 이상 탄수화물로 이루어져 있었고, 비교적 탄수화물을 더 많이 섭취한 사람들에게서 사망빈도가 유의미하게 증가하였다. 다만 주목할 것은, 탄수화물과 함께 전체 사망빈도가 늘지언정, 심혈관계사망은 따로 늘지 않았다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지방섭취가 늘어나자 전체 사망빈도가 줄어드는 것으로 집계되었다는 것이다. 포화지방과 불포화지방 섭취량을 모두 늘렸던 사람들에게서 심혈관계 사망이나 심근경색이 유의미하게 늘지 않았다는 것도 의학상식에서 벗어난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 섭취하고 있는 지방량을 늘려야 한다는 뜻일까? 그렇게 결론 내리긴 힘들 것 같다. 무엇이든 적당한 것이 좋지 않을까? 밸런스가 잘 맞는 적당량의 식단을 짜서 맛있고 즐겁게 식사하는 것이 행복하고 여유롭게 오래도록 삶을 누리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문의 (213)352-1223

<김민성 내과 전문의>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