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병원을 방문하는 당뇨 환자들중에 많은 분들이 필자의 병원에 와서 약을 줄였는데도 당뇨가 획기적으로 좋아졌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다. 그러다보니 3시간이 넘게 걸리는곳에서도 당뇨때문에 방문을 하시는 환자분도 있고 동부에서도 비행기를 타고 진료를 하러 오시는 분도 있었다. 필자가 신비의 약을 따로 쓰는게 아닌데 당뇨가 좋아지는 이야기를 하나 해보려한다.
필자가 병원에서 당뇨 환자를 볼때는 진료시간의 80% 이상을 생활습관의 향상과 운동에 대해 말한다. 의학적인면만을 이야기한다면 진료는 1-2분만에도 끝날수 있기때문에 한국에서는 1-2분 진료가 문제없이 이루어지는것이다. 예를 들면 당뇨환자의 진료시 당화혈색소가 8.2, 소변검사에서 단백뇨가 2+, 신장수치인 크리아티닌이 0.7이 나왔다면 의사는 환자에게 그결과를 보고 “당뇨가 잘 조절되고 있지 않네요. 이렇게 하면 큰일납니다. 콩팥기능의 노폐물관리기능은 아직은 괜찮지만 콩팥이 망가지고 있으니 X약 증가하구요, 소식하시고, 탄수화물적게드시고, 운동열심히 하시고 약 잘드시고 3개월후에 뵙겠습니다. 다음환자…” 라고 하면 1분만에 진료가 끝나고, 의사는 그 환자의 당뇨치료에 대해 의학적으로 해줄수있는 모든걸 해준것이다.
당뇨 조절을 하지 않을때 문제가 있을꺼라는 경고를 했고, 약을 조정해 주었고, 식단관리를 추천 해주었으며 생활습관을 고치라고 조언까지 해주었다. 정말 모든 면의 당뇨이슈를 다 말해준것아닌가?
그런데 환자 입장에서는 어떨가? 환자는 의사를 보러가서 1시간을 대기하고 드디어 의사 진료를 받기위해 방에 들어가니 앉자마자 약 하나 올리라고 듣고 잔소리 한두마디 하더니 나가라고 하더라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의사와 환자가 똑같이 일어난 일을 보고 180도 다른 관점과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환자는 의사의 진료에서 조언을 얻기 보다는 인터넷을 검색하고 당뇨를 “한방에 잡는” 어떤 음식이나 보조품에 현혹되어 그 방법을 하다가 당뇨의 조절은 고사하고 신장이나 간을 망가뜨리는 일을 초래하게 되는것을 보게된다.
이렇게 잘못된 경우들을 보다보니 필자는 다른 의사들보다 진료시간이 훨씬 길고, 어떤 관점에서 보면 의료진료라기 보다는 환자의 상황파악과 환자의 생활습관에 대한 ‘지적질’을 더 많이 하게 된다. 근래 병원을 방문한 환자 한분의 검사결과가 위에서 언급한듯이 나왔다. 필자가 식사를 좀더 조절하셔야 하는데 식사를 어떻게 하고있냐고 물으니, 한손을 내밀며 “밥을 눈꼽만큼밖에 안먹어서” 밥먹는것을 줄이라는것은 불가능하다는것이다. 뱃살이 나왔고 비만이신 이 분이 지난 1년간 체중의 변화가 없었는데, 자신은 정말 밥을 두숫가락 밖에 먹지않아서 지금도 너무 안먹어서 후둘후둘 거린다고 말씀을 하셨다. 필자가 다시 어제 하루종일 입으로 들어간 음식들을 나열하라고 하니 역시나 밥 두숫가락분량밖에 안먹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정말 이분이 하루에 두숫가락의 밥만 먹으면서 저런 비만한 체구를 계속 유지할수있으까? 필자는 환자에게 어제 몇시에 기상을 하셨는지 물어봤고 8시부터 10시까지 뭐드셨고, 10시부터 12시까지는 뭐를 드셨는지 매 시간마다 입으로 뭐가 들어갔는지 꼬치꼬치 캐물으니 시리얼도 드셨고, 떡도 드셨고, 제과점에서 빵도 드셨고, 저녁식사후에 밤 8시에는 “냉면 1인분밖에” 먹지 않으셨다고 한다. 그렇게 말을 하셨는데도 불구하고 냉면을 드셨다는 말이 끝나고 바로 정말 밥은 2숫가락밖에 안먹었기때문에 다리가 후둘거리신다고 이거보다 더 적게먹으면 죽는다고 하신다.
필자는 이렇게 말씀하시는 환자분들을 하루에도 여러명을 본다. 그런데 그분들이 필자에게 거짓말을 하려고 하는게 아니라, 정말로 자신은 별로 먹고 있지않다고 생각을 하고 있기때문에이다. 이렇기 때문에 진료시간을 늘리고 환자의 상황을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조언을 해주어 환자가 실천을 하면 당뇨는 약없이도 훨씬 잘 조절이 될수밖에 없다.
이렇게 당뇨의 치료뿐만 아니라 모든 환자의 질병관리는 딱딱한 고정된 조언을 하는게 아니라 환자의 상황을 파악하고 그 환자에게 맞는 다이나믹한 치료방침을 세울때 더 손쉽게 더 좋은 결과가 나오는것이 아닐까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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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혁 내과/신장내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