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악취·마약 ‘무법지대’ 셸터 인근 텐트촌 ‘슬럼화’

2018-05-09 (수) 12:00:00 심우성·남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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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급진단 시리즈 - 버몬트가 노숙자 셸터 문제점과 대책② 다운타운 스키드로우 르포

▶ 쉴새 없이 돈 요구·치안불안, 영업피해 한인업주들 “지겨워”

악취·마약 ‘무법지대’ 셸터 인근 텐트촌 ‘슬럼화’

LA 다운타운 초고층 빌딩들을 배경으로 스키드로우 구역 내 도로변에 노숙자 텐트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박상혁 기자>

악취·마약 ‘무법지대’ 셸터 인근 텐트촌 ‘슬럼화’

LA 다운타운 스키드로우 구역의 도로변에 설치된 노숙자들을 위한 무료 공중화장실이 고장나 문이 닫힌 채 수리중이어서 주변 위생을 악화시키고 있다. <박상혁 기자>


“이젠 두려운 걸 떠나 지겹습니다” LA에서 노숙자들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다운타운 스키드로우(Skid Row) 인근에 위치한 한 한인 업소 관계자의 말이다. 노숙자들이 불쑥불쑥 업소를 출입하면서 입는 심적인 부담과 물적 피해가 만만치 않다는 울분과 하소연이다.

동서로 메인 스트릿에서 알라메다 스트릿 사이, 남북으로 3가에서 7가 사이 구역을 지칭하는 LA 다운타운 스키드로우는 홈리스로 인해 슬럼화 된 대도시 도심 지역의 대명사가 됐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이 지역에 머물고 있는 노숙자 수는 적게는 5,000여 명에서 많게는 8,000여 명으로 추산돼 미 전역을 통털어 가장 노숙자들이 많이 밀집돼 있는 구역으로 꼽힌다.

지난 7일 오후 찾은 스키드로우에서는 노숙자 셸터가 있는 지점을 중심으로 5~6블록 정도 거리 곳곳에 텐트가 설치되어 있었고, 심지어 노숙자들이 인도 전체를 가로막아 보행에 차도를 이용해야 하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많은 노숙자들이 셸터를 중심으로 텐트촌을 형성해 그 거리를 지날 때는 코를 막고 다녀야 할 정도로 심한 오물냄새가 코를 찔렀다.


뿐만 아니라 대형마트에서 카트를 가져와 짐을 쌓아놓고 길을 막아놓은 노숙자들과 술에 취해있거나 마리화나를 쉴 새 없이 피워 눈이 풀려있는 노숙자들,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인도에 소변을 보거나 차량에 신경 쓰지 않은 채 도로를 유유히 건너는 노숙자들도 많아 사실상 무법천지처럼 보였다.

다운타운 스키드로우 지역 노숙자 셸터 인근을 방문해보니 LA시가 지정한 ‘노숙자 셸터’에만 노숙자들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일대에 수많은 노숙자들이 모여 들어 상주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10여분 마다 경찰차가 지나다니며 순찰을 돌지만, 한인 업주들은 치안 문제는 갑자기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숙자들이 밀집해있는 텐트촌 인근에는 상가들이 아닌 주거시설이나 공장, 문을 닫은 업소 등이 위치해 있었으나, 불과 한 블록에서 세 블록 사이까지 많은 한인 업소들이 위치해 있었으며, 찾아간 업소들은 하나같이 “노숙자들이 이젠 지겨울 정도로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스키드로우 지역 인근에서 4년째 꽃 도매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한인 서모씨는 “노숙자들이 손님을 따라 업소까지 들어오기도 하고 손님들에게 업소 안에서 돈을 요구하기도 한다”며 “우리 업주들은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오면 그냥 나가라고 하는데, 손님들은 당황스럽고 노숙자들한테서 냄새도 나니까 손님들의 발길이 조금씩 끊기고 있다”고 어려움을 전했다. 서씨는 “한인타운에도 노숙자 셸터가 들어온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무조건 막아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곳에서 조금 더 내려가보니 한인이 운영하는 한 옷가게를 찾을 수 있었다. 해당 업소 직원인 김모씨는 “노숙자들은 물을 달라면 무조건 줘야하는 법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물을 주긴 주는데 손님들은 노숙자가 들어와 있는 것을 보면 가게를 찾지 않기 때문에 피해가 크다”고 말했다.

노숙자들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은 한인 의류업소들이 밀집한 ‘샌피드로 홀세일마트 아넥스(SPWM)’도 마찬가지다. 경비 담당 곽모씨는 “노숙자들이 몰에 들어오는 것을 막는 것이 주된 임무”라며 “심지어 예전에 노숙자들이 마리화나를 피고 불을 제대로 끄지 않아서 업소 밖에 둔 박스가 불길에 휩싸인 적도 있다”고 전했다.

해당 몰 안의 카페 업주 김모씨는 “바로 옆에 있는 화장실에 노숙자들이 몰려들어 목욕을 하는 등 문제가 많아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해당 몰에서 제공하는 토큰을 가지고 가야 한다”며 “끊이지 않는 노숙자 문제로 인해 평온한 날이 없고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한 직원은 “노숙자 때문에 정말 상상하기도 힘든 별일들이 일어난다. 한 번은 몸에 배설물이 묻은 노숙자가 카페 앞에 테라스에 서성거리자 손님들이 자리를 피했는데 그 틈을 타 테이블 위의 손님이 먹던 샌드위치를 낚아채 간 적도 있다”고 전했다.

이곳에서 의류점을 운영하는 한모씨는 “이번에 한인타운 한복판에 노숙자 셸터가 생긴다고 들었는데, 노숙자들로 인해 상권에 큰 타격을 입는 것을 몸으로 느끼고 있는 사람으로서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심우성·남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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