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타운 한복판에 ‘홈리스 셸터’ 논란

2018-05-03 (목) 12:00:00 박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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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가-버몬트 시정부 소유 주차장에, LA시 텐트·샤워시설 등 설치 추진

▶ 인근 업소 피해·주민들 치안 우려

한인타운 한복판에 ‘홈리스 셸터’ 논란

LA시가 노숙자 임시 셸터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한 한인타운 한복판 버몬트 애비뉴 선상 윌셔와 7가 사이의 시영 주차장 부지(황색점선)의 모습. <박상혁 기자>

LA시가 심각한 홈리스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의 하나로 노숙자들이 임시로 기거할 수 있는 ‘응급 셸터’ 설치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LA 한인타운 한복판에 이를 설치할 계획을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2일 에릭 가세티 LA 시장과 LA 한인타운을 관할하는 10지구 시의원인 허브 웨슨 LA 시의장은 한인타운 버몬트 애비뉴 선상 윌셔와 7가 사이에 위치한 시정부 소유 주차장(682 S. Vermont Ave.)에 노숙자 임시 셸터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가세티 시장이 LA시의 만성적인 노숙자 문제 해결을 위한 임시거처 마련 프로젝트인 ‘브릿지 홈 이니셔티브’를 통해 시 전역의 15개 시의회 지역구에 각각 임시 셸터 설치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10지구 내 셸터를 한인타운 한복판에 열겠다고 밝힌 것이다.


특히 이곳은 주변에 한인 식당과 오피스 등 비즈니스들이 많고 대규모 고층 아파트들도 있어 통행량과 교통량이 많은 번잡한 지역이다.

허브 웨슨 시의장은 약 2만4,600스퀘어피트 크기의 이 주차장에 노숙자들이 잠잘 수 있는 45~65개의 트레일러와 텐트, 샤워시설, 화장실, 물품 보관함 등을 설치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시의회에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시정부에 따르면 한인타운 내 노숙자 임시 셸터는 앞으로 3~6개월 동안 수도 연결 및 하수도 공사 등 플랜을 마련한 뒤 공사를 거쳐 내년 중 오픈할 예정이며, 3년 동안 한시적으로 운영한 뒤 차후 연장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가세티 시장은 “노숙자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길거리에 거주하고 있는 노숙자들이 임시거처 마련을 통해 길거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허브 웨슨 시의장실과의 협의를 통해 10지구 내에서 이 시영 주차장을 최적지로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해당 버몬트 선상 시영 주차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로라 전 LA 한인회장과 에린 박 이웃케어클리닉 소장, 임혜빈 한인기독교커뮤니티개발협회(KCCD) 회장 및 윌셔센터-코리아타운 주민의회 관계자들이 참석해 시장과 시의장의 노숙자 셸터 설치 발표에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

로라 전 한인회장 “한인타운에서 버몬트 선상이 가장 노숙자들이 많기 때문에, 노숙자들을 강제로 임시거처로 옮길 수는 없는 만큼 노숙자들이 자진해서 올 수 있는 곳으로 장소를 정한 것 같다”며 “노숙자 문제는 한인타운에서 해결되어야 할 시급한 문제 중 하나로 이번 이니셔티브를 통해 노숙자 문제 해결을 위해 한인회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인 업소들과 거주자 등 인근 지역 주민들은 노숙자 셸터가 들어올 경우 주변 비즈니스들이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고 오히려 범죄 증가 등 치안 문제도 악화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혔다.

<박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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