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영주권만으론 안심 못하겠다”

2025-07-03 (목) 06:36:49 이창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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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이민 폭풍 속 한인사회, 시민권 관심 급증

▶ 영주권자, 입국 심사 강화에 해외여행도 불안

“영주권만으론 안심 못하겠다”

함께센터의 박세정 씨가 한인들의 시민권 신청을 상담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보와 함께 새롭게 추진되는 이민 정책들로 인해, 최근 한인사회에서 시민권 신청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권 인터뷰가 강화되고 오히려 체포 사례도 있어 실제 신청은 많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버지니아 애난데일에 위치한 봉사단체인 예진회의 박춘선 대표는 “영주권만으로는 불안하다고 느끼는 한인들이 많아지면서 시민권으로 전환하려는 문의가 부쩍 늘고 있다”며 “하지만 영어 인터뷰로 인해 신청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민법 전문 전종준 변호사도 지난달 30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트럼프 행정부 이후 시민권 문의가 확연히 증가했다”면서 “이제 많은 한인들이 영주권만으로는 안정적이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시민권 전환 열풍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단속 강화, 영주권자도 체포되거나 입국이 거부될 수 있다는 불안감, 범죄 기록 등으로 재입국이 거부된 사례 등의 현실적인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전 변호사는 “영주권자라 해도 법적으로 추방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시민권만이 안정적인 체류 지위를 보장받을 수 있는 길이지만 무작정 시민권을 신청했다가 시민권 인터뷰과정에서 과거 문제가 드러나 오히려 영주권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는 만큼 변호사와의 상담을 통해 신청하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한인들의 시민권 신청을 돕고 있는 메릴랜드한인시민협회의 장영란 회장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이후 이민 정책이 강화되면서 시민권 신청에 대한 관심이 확실히 늘었다”면서 “하지만 최근 시민권 신청을 하러갔다가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체포돼 감금되는 일이 발생하면서 시민권 신청을 신중하게 고려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버지니아 페어팩스 소재 이민자 지원단체인 함께 센터의 오수경 사무국장은 “이민자들의 시민권 신청을 돕고 있는데 최근들어 이민정책이 강화된 만큼 서류 작성에 문제가 있다거나 복잡하다고 판단되면 이민법 변호사를 통해 서류를 진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면서 “시민권 신청을 원하는 사람들은 전화(703-256-2208)로 일단 문의하고 예약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영주권자의 미국 재입국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 변호사는 “범죄 전력이 있는 영주권자의 경우, 미국 재입국이 거부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20-30년 전 발행한 수표가 잘못 처리돼 사기 혐의를 받았던 한 영주권자가 최근 입국이 거부된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한스여행사의 조앤 한 대표는 “최근 한국으로 출국하려는 손님들 중에 과거 음주운전이나 난폭운전 등 교통 위반 전력이 있는 한인들이 혹시 한국이나 해외에 나갔다가 다시 못 올 수 있다고 생각해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요즘 실정을 전했다.

센터빌 거주 영주권자 홍 모 씨는 “올 여름 가족과 함께 유럽을 다녀오고, 가을에는 한국 방문도 예정돼 있는데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보니 혹시라도 재입국이 막히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나는 단순 교통딱지 외에는 전과가 없지만, 회사 상사도 조심하라고 해서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창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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