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파람을 불다
2018-04-22 (일) 11:05:28
김양숙 워싱턴 문인회
아이는 휘파람을 연습하고 있다.
콩나물 국 한 그릇
밥 말아 얼른 해치우고
다시 입을 오물거린다.
“그거 배워 뭐 할래?” 묻는 나를
동그란 눈으로 쳐다본다.
“놔 둬라, 배워 쓸데 있겠지”
맵게 무친 콩나물을 안주 삼아
소주 잔을 드시다
설거지 통 너머로 눈이 마주치자
아버지는 밥 한 술 뜨신다.
어쩌면 시린 겨울 저녁마다
어릴 적 배워둔 휘파람을 불어대며
우리는 살아왔는지 모른다.
식은 콩나물 국밥 가슴에 꽉 막혀도
차마 목구멍 위로는 뱉어내지 못하는,
눈물 한 웅큼 목에 걸린 낮은 골목길에서
내 아이도 휘파람 소리를 기억하게 될지 모를 일이다.
쓰린 목구멍 사이로 피처럼 눈물처럼
휘파람을 쏟아내며 노래 하나 피워낼지 모를 일이다.
혹은 골목 끝자락 어디쯤에서
빛나는 지구를 깨닫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김양숙 워싱턴 문인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