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설 퍼레이드에 대한 아쉬움

2018-03-03 (토) 서승재/뉴욕지사 취재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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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플러싱 음력설(Lunar NewYear) 퍼레이드’가 열렸던 지난 달 17일 퀸즈 메인스트릿 일대는 온통 붉은 깃발로 물들여졌다. 연도변에 늘어선 남녀노소 누구나 할 것 없이 양손에 빨간 오성홍기를 들고 연신 흔들어 대는 모습을 보며 순간 ‘내가 혹시 중국 베이징 거리에 와 있는 건 아닐까’하는 착각까지 들었다.

이날 행사가 한인사회와 중국계 커뮤니티의 공동 이벤트라는 사실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퍼레이드 내내 거리에는 그 어느 해 보다 중국계 주민들의 참여가 눈에 띄게 두드러졌다. 이번 행사를 앞 다퉈 취재 보도한 주류 언론들의 눈에도 넘실거리는 붉은 오성홍기 물결에 이날 퍼레이드가 중국계 들 만의 축제 이벤트로 보였을 가능성이 높다.

뉴욕 한인사회는 몇몇 단체들을 중심으로 오래 전부터 설날의 영어명칭을 ‘중국설’(Chinese New Year)이 아닌 ‘음력설(Lunar New Year)‘로 알리는 캠페인을 펼쳐오고 있다. 가깝게는 지난 2014년 빌 드블라지오 뉴욕시장이 공식 웹사이트에 중국계 커뮤니티에만 설 인사를 전한 것에 대한 항의서한을 보낸 것은 물론 미 주류 언론과 정치인들이 ‘음력설’이 아닌 ‘중국설’이라는 말을 사용할 때 마다 매번 사과와 시정을 강력히 요구하는 활동을 전개해왔다.


그 결과, 이제는 대부분의 뉴욕시 공공 기관과 비영리 단체, 정치인들 사이에는 중국설이라는 말이 사라지다시피 한 상태가 됐다. 매우 고무적이고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만하다. 이처럼 아시안 전체의 최대 명절인 음력설을 주류사회 및 타민족들에게 올바로 알리는 작업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의 설날을 보다 주류사회에 어필하기 위해서는 한 두 단체들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플러싱에 거주하는 중국계 주민들이 한인 인구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좀 더 많은 한인 주민들이나 상인들이 잠시 일손을 놓고 퍼레이드에 동참했었더라면 한인 2세들에게는 물론 타민족들에게 코리안의 우수성을 더 크게 어필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은 여전히 남는다. 내년에는 보다 철저한 준비를 통해 더욱 풍부한 한민족 최대 명절 설날 퍼레이드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서승재/뉴욕지사 취재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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