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벅스 베이징 매장 [로이터]
"쉽게 돈 버는 시절이 가고(easy money is gone)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글로벌 브랜드들이 최근 중국 시장에서 처한 현실을 이렇게 평가했다.
14억 인구의 중국 시장은 글로벌 브랜드들의 '캐시 카우'(현금 창출원)였으나 중국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중국인들의 씀씀이가 예전 같지 않은 데다 현지 기업들의 부상으로 치열한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 간 긴장도 서구 기업들에 도전 과제가 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WSJ은 "수년간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고 수백만 명이 중산층과 상류층으로 진입하면서 루이뷔통 모회사인 LVMH, 스타벅스, 나이키, 애플, 테슬라 같은 기업들에 중국은 '캐시 카우'였다"면서 하지만 이제 중국 현지 경쟁업체들이 중국의 많은 산업에서 서구 브랜드들을 앞질렀다고 지난달 29일 보도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다.
스타벅스는 1999년 베이징에 첫 매장을 연 이후 중국에서 공격적으로 매장 수를 늘려나갔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타격을 입었으며 저가 정책을 앞세운 현지 브랜드들과의 경쟁에서 밀려 고전해왔다.
현지 브랜드 루이싱 커피는 2023년 스타벅스를 제치고 중국 최대 커피 체인점 자리를 차지했다.
결국 스타벅스는 중국 사업의 지분 60%를 중국에 뿌리를 둔 사모펀드 보위캐피털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글로벌 자동차업체들도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다.
독일 폭스바겐은 2023년 중국 시장에서 중국 BYD(비야디)에 1위 자리를 내준 뒤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분기 차량 인도량은 전년 동기 대비 7% 감소했다고 WSJ은 전했다.
중국에서 쉽게 돈 버는 시대가 저물자 글로벌 기업들은 시장 전략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콧대 높은 명품 브랜드를 비롯해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 현지 브랜드들과 경쟁하기 위해 현지화된 제품 개발, 가격 인하, 차별화된 마케팅 등 생존 전략을 내놓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중국을 '혁신의 허브'로 삼아 배우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컨설팅업체 후퉁리서치 궈산 파트너는 "중국에서 그들(중국 현지 기업들)과 경쟁하지 않으면 결국 중국 밖에서 그들과 경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LVMH 산하 프랑스 화장품·향수 브랜드 겔랑은 중국 젊은층을 겨냥해 내년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약 56달러 가격대의 립스틱을 내놓을 예정이다.
가브리엘 생제니 겔랑 최고경영자(CEO)는 "시대가 변했다. (중국) 소비자들의 요구가 더 높아졌다"면서 제품 품질이 지불한 돈만큼 값어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웨덴의 가구 소매업체 이케아도 중국에서 150종 이상의 인기 제품 가격을 인하하고 중국 소비자들을 겨냥해 1천600종 이상의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케아 중국법인 대표인 아이비 장은 "지금 우리는 중국 시장을 혁신의 시험장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폭스바겐은 최근 상하이에서 열린 엑스포에서 중국 기업과 합작을 통해 자율주행·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위한 자체 칩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고 WSJ은 전했다.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 CEO는 "우리는 엔지니어링 역량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고 특히 중국에 투자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자동차 산업을 견인하는 가장 혁신적인 허브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브랜드가 중국에서 모두 고전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패션 브랜드 랠프 로런의 중국 매출은 최근 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늘었다. 화장품업체 에스티로더의 중국 본토 매출도 7~9월 전년 동기 대비 약 9% 증가했다고 WSJ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