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마존의 성공과 셀러들의 한숨

2018-07-21 (토) 최희은 뉴욕지사 경제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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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의 프라임데이 행사가 17일 막을 내렸다. 16일부터 프라임 회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프라임데이는 올해로 4년째를 맞았다. 조금이라도 싸게 제품을 사겠다는 소비자들이 몰리면서 잇따른 접속불량 사태까지 빚었다. 36시간동안 아마존이 벌어들인 매출은 총 34억 달러로 예상된다. 지난해 사이버먼데이 매출액 66억달러의 절반을 넘어서는 규모다.

하지만 프라임데이 성공 이면에는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배어 있다. 아마존 때문에 경쟁에서 뒤쳐져 피해를 입는 것이 비단 오프라인 스몰비즈니스, 즉 매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겠지만 아마존은 아마존 내에서 물건을 파는 수많은 자영업자들에게도 반길 수 없는 존재이기도 하다.

아마존을 통해 물건을 판매중인 한인 A씨가 지난해 거둔 수익은 자신의 집과 사무실의 렌트를 겨우 낼 수준이었다. 아마존을 통해 판매한 지 4년이 좀 넘었다는 그는 “아마존이 얼마나 악덕인지는, 오프라인보다 아마존 내에서 물건을 팔아봐야 더욱 실감할 것”이라며 “비즈니스 승패를 좌우할 정도의 막강한 리뷰의 힘과 이를 악용하는 경쟁업체들, 그리고 아마존의 셀러들에 대한 압박은 결국 아마존의 배만 불릴 뿐, 셀러들은 피만 빨리고 손을 털게 된다”고 말했다.


A씨의 경험담에 따르면, 판매중인 아이템의 인기가 치솟으면 주로 중국 등지에서 바로 유사 제품을 내놓지만 이에 대한 규제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 A씨가 만든 안내 문구와 사진까지 그대로 무단으로 가져가 홍보에 이용하면서 A씨는 결국 짝퉁 업체에 밀리게 됐다는 것이다.

아마존에 연락을 취해봤자 미온적 태도이고, 아마존이 요구하는 피해 증명자료 수집과 해결에는 수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결국 영세 자영업자들은 지쳐 나가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막대한 수수료와 스토리지 비용을 냄에도 불구하고 전혀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지난해 가을 아마존의 자동 환불조치를 시행 이후 셀러들의 사업환경은 더욱 열악해졌다. 바이어가 반품을 요구하면 아마존이 자동으로 받아들인다는 내용이다. 피해는 셀러들에게 고스란히 넘어갈 뿐 아니라 셀러들이 반품된 제품들의 아마존 스토리지 비용까지 떠맡게 되면서 부담은 늘어만 가게 됐다. 아마존의 성장세를 보며 언젠가는 대박을 칠 것이라는 기대해왔던 A씨는 조만간 사업을 접고 일자리를 알아볼 계획이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의 자산 평가액은 무려 1500억 달러로, 세계 최고의 부자로 꼽혔다. 아마존의 성공과 셀러들의 패배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 걸까. 수수료는 챙기면서 셀러들의 권익 보호는 수수방관하는 것 역시 부당거래다. 자영업자를 보호할 수 있는 규제안이 마련돼야 한다.

<최희은 뉴욕지사 경제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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