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인 고은의 두 얼굴

2018-02-28 (수)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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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D일보(인터넷)에 쇼킹한 뉴스가 톱으로 실렸다. 시인 고은의 성추행 목격담을 동료 여 시인이 증언한 내용인데 너무 노골적인 표현이라 읽기가 민망할 정도다. 시인 고은이 이정도로 병적이었는가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고은을 고발한 시인은 ‘서른, 잔치는 끝났다’로 잘 알려진 중견시인 최영미(57)다. 최영미는 이미 지난해 12월 계간지 황해문화에 ‘괴물’이라는 시를 통해 고은의 성추행을 고발한 적이 있는데 “노인이 후배 여성들을 좀 주무른 것 가지고 너무 잔인하게 매도하지 않느냐”는 비난이 일자 고은의 성추행이 병적이며 상습적이고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가를 이날 다 까발린 것이다. 최영미의 시 ‘괴물’은 이렇게 시작된다.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문단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 젊은 여자만보면 만지거든,

충고를 깜빡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 Me too, 동생에게 빌린 실크정장 상의가 구겨졌다.


...100권의 시집을 펴낸 En은 수도꼭지야, 틀면 나오거든, 그런데 그물이 똥물이지 뭐니, 자기들이 먹는 물이 똥물인지도 모르는 불쌍한 대중들, 노털상 후보로 거론될 때마다, En이 노털상을 받는 일이 정말 일어난다면 이 나라를 떠나야지, 이런 더러운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아, 괴물을 키운 뒤에 어떻게 괴물을 잡아야 하나”

En은 고은을, ‘노털상’은 노벨상을 의미한다. 최영미가 중견시인이니 고은을 비판할 수 있지 막 등단한 신인이면 어림도 없는 일이다. 그 자신도 문단 초년생 때 고은에게 성희롱 당했을 때는 아무 말도 못했던 것이다.

올해 85세인 고은은 한국문단에서는 거물 중의 거물이다. 그의 시가 중고교 교과서에 실릴 정도고 수원 시는 그가 수원에 살고 있다는 것을 자랑하기 위해 ‘문화향수의 집’이라는 저택까지 지어 주었다. 그러나 그는 거물이면서 동시에 괴물로 성장했다. 그래서 최영미 시인도 시 마지막에 ‘이 괴물을 어떻게 잡아야 하나’라는 말로 끝을 맺은 것이다.

이런 추한 현상이 한국에서는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한국예술계가 도제시스템으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속한 예술계에서 왕초에게 잘못 보이면 출세를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고발하면 따돌리고 특히 연극과 영화계는 대부분이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왕초가 이끌어주지 않으면 밥줄까지 끊어지는 것이다. 연극계의 대부 이윤택, 명성황후를 만든 뮤지컬의 원조 윤호진 등이 다 이런 케이스에 속한다. 대학교수들이 성추행에 많이 얽혀있는 것도 학점 때문이다. 특히 대학원생은 석사와 박사학위를 교수가 쥐고 있기 때문에 그의 추근추근함을 고발할 수가 없다.

그러나 지금은 ‘미투’운동으로 사회분위기가 달라졌다. 특히 저명한 교수와 성직자들이 언제 불덩어리가 날아올지 몰라 벌벌 떨고 있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 2막에 이런 대화가 나온다. 하인 레포렐로가 돈 조반니의 여성 성희롱을 걱정하자 돈 조반니는 ‘내게는 음식보다 여자가 더 중요해. 공기보다도!“라고 소리친다. 그러나 돈 조반니는 결국 자신이 쫓아다니던 여자의 아버지 유령에 의해 마지막에 지옥으로 끌려간다. 지금 시인 고은이 여자 때문에 신세를 망쳐 평생 쌓아온 명성이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문단에서 지옥에 떨어질 위기에 놓여있다. 거물행세를 해온 그의 오만이 그를 지옥으로 안내한 것이다.

고은은 진짜 다이아몬드처럼 보이는 가짜 다이아몬드다. 그 자신 지난 수십년 동안 인권을 외치면서 자신은 너무나 비인권적인 추태를 상습으로 삼아왔다. 이 시대의 겨자와 누룩이 되는 역할을 해온 시인으로 알았는데 그에 대한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가짜 명품을 엄청나게 비싸게 산 것 같은 기분이다. 그는 두 개의 얼굴을 가진 위선자다. 시인이면서 추한 괴물이었다. 낮에는 점잖은 신사이다가 밤만 되면 추한 이빨이 튀어나오는 드라큘라다.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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