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이 북한을 공격한다면

2018-02-14 (수)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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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은 축제다. 그런데 미국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축제처럼 느껴지지 않고 어딘가 불안하고 어색한 잔치같이 느껴진다. 올림픽보다 올림픽 이후에 벌어질 한반도 사태가 심히 우려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미국이 북한에 대해 초강경자세다. 지금 트럼프 측근들 중에는 김정은을 더 이상 그대로 놓아둘 수 없고 무력공격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여러 명 있는 것 같다. 이들이 흥분하는 이유는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미국과 그 추종세력이 북한의 문전에서 전쟁연습 소동을 걷어치우지 않는 한 유사시 미국을 ‘선제공격’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일부 트럼프 참모들은 이 “선제공격”란 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북한이 핵미사일 공격능력을 갖추기 이전에 미국이 먼저 제한된 공격을 가해야된다는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게 된 것이다. 이것이 얼마 전 논란을 빚은 ‘코피 터트리기 작전’이다. 김정은을 겁주기에 충분한 수준의 공격을 가해 핵포기를 유도하자는 작전이다. 김정은이 미국을 겁주기 위해 한 전략적인 발언인지는 모르지만 과장이 지나쳐 도끼로 자기 발등을 찍는 부작용을 일으켰다.


김정은이 얻어맞고 가만있을까. 가만있으면 ‘위대한 장군님’의 이미지가 깨져 김정은 정권이 위태롭게 된다. 결국 남한에 있는 미군기지에 보복공격을 가하게 되고 미국은 미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전면전을 불사하게 될 것이다. 동맹관계에 있는 한국은 자동적으로 전쟁에 말려들게 된다.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게 되면 미주 한인사회에서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 미주한인들은 대부분 미국시민이지만 이민1세들에게는 한국이 모국이다. 모국에 있는 친인척들이 전쟁참화에 휘말려드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2세들은 1세들과 의견이 다르다. 미국을 위해서는 모국이라 하더라도 적국이면 싸워야 한다는 의견을 보이기 마련이다. 2차 세계대전 때 미국의 일본, 이탈리아 커뮤니티에서 일어난 현상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No, No, Boy‘라는 소설이 있다. 일본계 미국인 존 오카다가 쓴 것인데 2차 세계대전 당시 미주 일본인 사회에서 1세와 2세들이 겪은 갈등을 그린 내용이다. 주인공 이치로는 미국에서 태어난 2세로 일본을 걱정하는 부모들과 사사건건 의견 대립한다. 그렇다고 미국을 위해 일본과 싸울 의사도 없다. 정부의 징병에 불응, 미국인 친구들 사이에서는 배반자로 낙인 찍혀 정신적으로 고통을 겪으며 끝내는 감옥에 가게 된다.

2차 세계대전에서 재미 일본사회는 2명의 2세 영웅을 낳았다. 미군에 지원하여 수없이 무공을 세운 하와이의 대니엘 이노우에(최고무공훈장 메달 오브 아너 수상)와 미국의 일본인 강제수용에 결사반대 운동을 일으켜 미국인들로부터 배반자 낙인이 찍힌 캘리포니아의 프레드 코레마츠다. 코레마츠는 전후에도 재미 일본인을 위한 권익운동을 펴 마침내 미국정부가 2차세계 대전에서 일본인들을 강제 수용한 것을 사과하게 만들었다. 그는 뛰어난 인권운동가로 인정받아 빌 클린턴 대통령으로부터 민간인에게 주어지는 최고훈장인 ‘메달 오브 프리덤’을 받았다.

지금 한반도의 상황은 남북대결이 아니다. 미국과 북한의 대결로 성격이 바뀌었다. 김정은은 죽어도 핵을 포기하지 못하겠다고 하고 트럼프는 죽어도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하지 않겠다고 고집한다. 북한의 위협이 미국인들의 피부에 와 닿을 때는 한국의 동의없이 독자적으로 북한을 공격할지도 모른다. 그때 한인 1세와 2세들이 겪을 갈등은 한인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이다.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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